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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死大江

[죽음의 둔치, 친수법③] `4대강 그 후`, 물 산업 민영화 되나

"'토건 본색' 수자원 공사가 수질 관리를?"
[죽음의 둔치, 친수법③] '4대강 그 후', 물 산업 민영화 되나
기사입력 2011-03-21 오후 2:32:14



사생결단(死生決斷). 요즘 한국수자원공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8조 원의 부채를 떠안은 수공은 친수구역특별법으로 이윤을 찾아 헤매는 것처럼 보인다. 8조 원이 할머니가 손자에게 주는 용돈도 아니고, 한 기업을 휘청거리게 할 만큼 엄청난 금액이다. 8조 원의 빚을 진 수공이 8조 원 이상의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과연 이 사업에 참여했을까. 그런 면에서 친수구역특별법에 붙은 '수공 특별법'이란 별명이 새삼스럽지 않다.

친수구역특별법을 쉽게 정리하자면, 하천 양안 4km를 수공이 우선 개발해 부동산과 집 장사를 하는 사업이다. 수공의 본연의 업무인 '물 장사'에 이어, 다른 공기업의 업무인 '땅 장사'와 '부동산 장사'로 업종을 추가한 배경이 의문이다.

LH공사와 중복 업무는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상충된다. 불필요한 업무 확장과 타 공사와의 업무 중복은 공사의 방만 경영 및 경영부실화를 초래했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아울러 산업단지 이외에는 어떤 개발 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한국수자원공사법 스스로를 어긴 셈이 된다.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금강 일대의 모습. ⓒ이상엽

수공은 2009년 매출 약 2조 원, 816억 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순이익의 단순 계산만으로도 8조 원의 투자에 대한 환수는 100년이 걸린다. 또 8조 원의 채권 발행에서 발생하는 이자가 연간 2500~4000억 원으로 수공의 현재 상황은 4대강 사업으로 재무건전성 회복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여 진다. 결국 지난 2월 18일, 수공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진 업무보고에서 이렇게 밝혔다.

"4대강 사업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친수구역 개발에 돈 되는 사업을 할 것이다"

수공은 4대강 사업 참여로 부채 규모가 2008년 1조9600억 원에서 2014년에는 15조 원으로 7.6배 증가하고, 부채 비율은 2008년 19.6%에서 2014년 135%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4대강 사업비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이자) 전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을 가정해 예상한 것이다. 만일 금융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공이 부담하게 될 경우, 수공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수공의 재무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지난 2009년 9월 제35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재정적 지원 방안을 결정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수공을 지원해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수공의 4대강 금융 보전비용으로 정부는 애초 8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700억 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수공은 이미 2010년 4대강 공사비 3조2000억 원 전액을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했고, 2012년까지 총 8조 원을 아마도 같은 방식으로 확보, 투자할 것이다. 쉽게 말해 빚내고서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수공을 위한, 수공에 의한…" 수공 4대강 관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

2009년 정부 내 친수법 제정을 위해 태스크포스회의가 운영되었을 때, 수공 관계자 4명이 참석했다. 또한 국토연구원은 2009년 12월부터 1년간, 수공의 '4대강 주변 지역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기본구상수립'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이 기간은 친수구역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이며,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입법 발의한 지난해 1월보다도 한 달여 앞선 시점이었다.

이런 정황상, 수공이 이 법이 발의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거란 의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연구를 진행한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한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

▲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폭로한 수공의 2010년 제2차 확대 간부회의 자료. ⓒ김희철 의원실

지난해 5월 '제2차 수공 간부 회의자료'란 문건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추진 실적이었다. 기존 하천법에선 수질관리 및 하천유지관리는 수공의 업무로 불가능했지만 '제2차 간부 회의자료' 문건에서는 이를 가능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천 유지·관리방안과 관련해 하천법 제2조에는 하천관리청을 국토해양부장관,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하천법상 수공은 하천관리를 할 수 없으며, 수공법에도 이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없다. 사실상 수공이 '하천관리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법 개정'만이 유일한 카드였다.

이 때문인지 국토해양부는 하천법을 올해 상반기 중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61개 국가하천 사업권을 지자체에서 정부로 회수하고, 4대강 유역은 수공이 수질 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이 개정안을 보면 우려스러운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질관리는 본래 환경부 소관의 업무다. 국토부 소속 수공이 환경부 업무를 인수아 생기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또한 이 같은 법 개정으로 하천 개발업자가 하천 수질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8조 원의 빚으로 인해 개발 욕망이 솟구칠 수밖에 없는 수공이 수질 관리를 한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친수법에 관련한 수공의 입장에서도 보여지듯, 수공은 이미 '토건 본색'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았나.

세상 어느 누가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수질 관리 권한을 주는가.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편이 속 편하겠다. 결국 국민의 먹는 물 관리는 힘들어 지고, 국민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질 나쁜 물을 마시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4대강 사업과 친수법으로 먹는 물의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공은 지속적으로 수돗물 값 인상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4대강 이후…수공은 행로는?

'돈 되는 사업을 하겠다'는 말에서 보여지 듯, 수공은 절박해 보인다. 각종 지표 역시 수공이 현재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 ⓒ김진애 의원실

최근 6년간 수공의 재무현황 평가결과(2009년 기준)는 수익성과 재무구조 모두 '악화'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수공은 부채와 부채비율, 채권이자 지출금액 모두에서 가파른 상승폭을 보인다. 4대강 사업으로 8조 원을 투자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부터 원금 상환액은 2000억 원에서 70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 위기에 처할 수공의 선택은 어떤 모양일까. 결론은 국민만 피해보게 생겼다는 점이다.

수공은 친수구역특별법으로 사업비를 회수코자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10%의 이익이 수공으로 돌아가는 만큼, 산술적으론 80조 원 이상의 개발 사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개발에 따른 여론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 뉴타운 사업의 실패와 각종 기업 도시의 표류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망은 더욱 안 좋다.

수공은 또 수도 요금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2009년 수공의 순이익은 816억 원. 2010년을 기준으로 이자 감당도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수공은 다른 '꼼수'를 생각해냈다. 바로 취수부담금 제도이다. 물을 공급하기 위해 취수를 하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이 발상은, 수자원공사가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수공 간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이다.

세 번째는 물 산업 민영화 선언이다. 이것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와 수공의 도덕적 해이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정부는 약 400조 원 이상의 국가부채가 있고, 공기업의 부채를 포함하면 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나라 경제를 흔들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약속한 지원 금액은 약속보다 적어질 것이다. 수공의 경영이 흔들린다면, 좋아할 상대는 세계적인 '물 민영화 기업'이다.

이미 정부는 '물 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9차 녹색성장위원회를 열고 2020년까지 8개의 세계적인 물 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그 수단으로는 164개의 지방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 상수도는 공공부문 사업자에게 위탁해 전문성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민간기업의 수도 사업 위탁은 공기업(수공, 환경공단)과 컨소시엄 구성 후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08년 촛불 집회를 계기로 '물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부였지만, 민영화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물 민영화는 세계적으로 실패한 모델이자, 국민에게 엄청난 세금을 부담하게 만들 것이다.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의 모습. ⓒ조우혜

대통령의 선언으로 '한반도 대운하'는 포기됐지만, 그의 또 다른 말씀으로 '4대강 살리기'를 포장한 운하 사업이 시작됐다. 14조 원의 사업비는 6개월 만에 22조 원으로 늘어났고, 수공은 그 중 8조 원을 떠안았다. 2008년 말까지만 해도 4개의 보가 건설될 예정이었지만, 6개월 후 '댐' 16개로 늘어났다. 준설량도 2억2000만㎥에서 3억4000만㎥으로 변경, 다시 5억4000만㎥으로 늘어났다. 마스터플랜도 너무 자주 바뀌는 상황이라 파악하기 쉽지 않다.

4대강 사업과 친수구역틀별법이란 '막장 드라마' 속에, 수공은 돌격 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수공은 조직의 운명을 걸고 사업을 강행하는 모양새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되는 물 13억 톤을 하천법 개정으로 수공이 관리하게 된 다지만, '물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지 어디에 쓰겠다는 목표가 없다. 이유 없는 물 확보, 속내는 무엇일까.


/안철 환경운동연합 전국사무처 정책국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