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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Anti SamSung

`10억 준다던 삼성의 유혹, 뿌리치고 싸워온 6년….`

"10억 준다던 삼성의 유혹, 뿌리치고 싸워온 6년…."
삼성 백혈병 유족 "피해자는 증거에 접근도 못하는데 증거 내놓으라니…"
기사입력 2011-06-23 오후 7:34:09


백혈병으로 23살 난 딸을 먼저 보내야 했던 아버지는 그날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앞에 피켓을 들고 섰다. 산업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지난 4년 간 매진한 행정소송 판결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채였다.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이야기다.

황 씨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데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백혈병 치료하는 데 2년, 소송준비부터 결과까지 4년이 걸렸다"며 "하지만 이기든 지든 어느 쪽에서는 상급심에 넘길 테니,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딸이 제일 많이 생각나요. 판결을 앞두니 자꾸 떠오르네요."

▲ ⓒ프레시안(김윤나영)
지난 6년간의 장면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병에 걸린 딸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 아버지로서 치료비가 없어서 쩔쩔매던 모습, 삼성에서 10억 원을 줄 테니 사회단체 사람 만나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하던 광경들이 떠오른다"고 했다.

23일 오전 11시 30분. 황 씨의 옆에는 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가 나란히 피켓을 들었다. 정 씨는 판결을 앞둔 심경을 묻자 "당사자이기에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며 "재판장 말이 떨어지기 1초 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피해자가 증거를 찾아서 제시해야 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당사자가 과거에 일했던 걸 공장에서 다 가지고 나올 수도 없다"며 "질병에 걸린 수많은 노동자들이 바로 증거인데, 재판부는 물질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황 씨 또한 "삼성은 역학조사하는 데 삼성과 공단관계자만 들어가게 했다"며 "피해자 측은 (증거에) 접근도 못한다. 사법부에서 노동자편을 들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일인 시위를 마치고 유족들은 서울행정법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 1시 40분에 판결이 나오자 황 씨와 정 씨의 희비가 갈렸다. 황 씨는 "유미(를 비롯한 2명)는 승리했지만 나머지 3명은 불승인됐다"며 "나머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끝내 눈물을 흘린 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에요. 이것만 해도 큰 성과예요. 여태껏 싸워온 게 조금이나마 보상 받는 느낌이에요. 기쁩니다."



출처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623184934§ion=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