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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or’가 그리고?…‘한-EU FTA’ 160개 오역

‘or’가 그리고?…‘한-EU FTA’ 160개 오역
민변 ‘FTA 번역오류 160개’ 외교부에 제출
역진방지 핵심문구 통째 빼먹기도

한겨레 정은주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한글본의 번역 오류 160개를 정리해 외교통상부에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외교부는 오는 23일까지 ‘국민 의견 온라인창구’를 개설해 번역 오류를 신고받고 있다.

민변이 지적한 오류 사례를 보면, 한국 서비스 양허(개방)표(부속서7-가-4)에서 영문본 ‘or’를 ‘그리고’로 잘못 옮겨 한글본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고, 래칫(역진방지)조항의 핵심 문구인 ‘그 개정 직전의 존재하였던 바로써(as it existed immediately before the amendment)’는 통째로 빼먹었다. 또 법률상 중요한 의미로 해석되는 ‘any’라는 단어를 누락한 문장이 모두 63개나 됐다.

이밖에 영문본에서는 ‘포장’(packings)과 ‘즉석 포장’(immediate packings)을 구별했는데, 한글본에서는 ‘즉석’이라는 용어를 모두 82개 품목에서 임의로 제외했다. ‘학위’(degrees)와 ‘대학 학위’(university degrees)도 영문본에서는 쓰임새에 따라 달리 사용됐는데, 한글본은 이를 모두 ‘학위’로 통일해 표기했다.

민변은 “시민과 기업이 경제 활동에서 기준으로 삼는 한글 기반 법률의 가치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며 “한글본도 대등한 정본이기에 애초의 진정한 합의가 무엇인지 확인한 뒤 협정문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한글본과 영문본에서 원산지 인정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해 번역 오류를 지적한 데 대해,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했던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철회해 수정한 뒤 지난 2월 28일 다시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다시 제출된 한글본에서도 추가로 무더기 오역이 드러나자, 외교부는 지난 10일 외부 전문기관에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한글본을 재검독을 맡기는 한편 통상협정의 한글본 번역체계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