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논란의 중심, '인바이런'은 어떤 회사?
[해설] 베일에 싸인 역학 조사
기사입력 2011-02-19 오전 8:59:16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다른 질문도 나온다. '과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질문이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덮는 데 종종 '과학'의 권위가 사용되는 탓이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는 흔한 믿음이 이런 권위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과학이 꼭 중립적이기만 할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연구가 걸음마 단계인 분야에선 소수의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대부분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맞춤형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청부과학자'들이다. 진실을 캐는 과학 본래의 목적 대신, 불편한 진실을 감추거나 논점을 흐리기 위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활용하는 부류다.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에 뛰어든 과학자들은 어떤 부류일까? 어쩌면 섞여 있을 '청부과학자'들을 걸러낼 방법은 없을까? <프레시안>이 짚어 봤다. <편집자>
미국드라마 'CSI'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과학은 일상에서 친근한 소재가 됐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간단하지 않은 과학 지식도 어렵지 않게 찾아내는 시대다. 예전엔 전문지식을 가진 소수가 갖는 '권위'가 통용됐지만 요즘은 여의치 않다. 2008년 쇠고기 파동, 지난해 천안함 사태만 봐도 '결론'만을 제시하는 과학적 권위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삼성 백혈병' 의혹을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양상도 비슷하다. 산업보건의학 방면에서 반도체 사업장의 노동 환경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다. 쌓여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니 소수의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하다. 피해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반면 정부나 삼성은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말로 맞선다. '과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일단은 후자의 객관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문제는 '통계적 유의성이 낮음'을 증명하기 위한 역학조사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여성 반도체 노동자의 비호치킨 림프종 발병 비율이 높았지만 백혈병의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역학조사의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림프종과 백혈병의 구분이 어렵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대중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듬해 서울대 연구진이 국내 6개 반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역시 기업의 영업비밀 등의 이유 때문에 대부분 비공개 상태로 남아있다.
피해 제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과학의 발걸음이 더딘 사이 삼성은 지난해 또 하나의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과 존스홉킨스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 등 20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작업환경 조사에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는 올해 6월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업비밀'과 '객관성'을 앞세워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이번 조사 역시 결론보다는 또 하나의 물음표만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인바이런'은 어떤 회사?
삼성의 자체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용역 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이다. 삼성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한다"는 이유로 어떤 연구진이 조사에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사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흐를 지를 짐작하려면 과거에 벌어진 일을 좇는 방법밖에 없다. 간접적인 접근 방식이지만 밝혀지는 사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산업보건과 교수인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2008년 <청부과학(원제: Doubt is their product)>(이마고 펴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청부과학>은 '논리와 순수'라는 이미지의 과학이 감추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폭로한다. 산업 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는 관련 업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한다.
이른바 '청부 과학자'들은 규제를 늦추기 위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결과의 약점을 공격하고, 자료를 비틀어 대중들에게 의구심을 던져준다. 위험이 확인될 때까지 위험 요소를 격리하는게 아니라 불완전한 연구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며 시간을 버는 식이다.
항공기 제작 등에 사용되는 크롬 산업의 규제에 대한 미국에서의 논란은 '청부 과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크롬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크롬먼지(6가크롬산 이온)는 인간의 코 격막을 닳아 없앨 뿐만 아니라 폐암을 유발하는 유독한 물질이다. 미국 산업안전보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크롬먼지에 노출된 노동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미국의 크롬먼지 노출기준은 20세기 초 작성된 보고서를 기준으로 만들어 터무니없이 낮은 '세제곱미터당 52마이크로그램(52㎍/㎥)'이었다. 산업안전보건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높은 수준의 규제를 추구해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업계 변호사들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기존 역학연구의 결과가 과장되었기 때문에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한 보완 조사가 필요하다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만들었다. 과학적 결론을 반박하는 것보다는 의심을 만들어내 행동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인바이런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가담했다. 2002년 업계에서 수행한 크롬 공장 역학조사 보고서는 본래 미국과 독일의 4개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부가 제안한 1㎍/㎥ 수준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도 5배나 높은 폐암 사망 위험률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와 인바이런은 이 공장 중 업계에 불리한 결과를 보인 사례를 제외한 채 보고서를 출간했다. 낮은 노출 수준과 중간 노출 수준의 노동자군을 조합해 사망 위험률을 낮춰 마치 높은 노출수준에서만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부는 애초보다 후퇴한 수준인 5㎍/㎥을 최종 규제안으로 내놓았다. 인바이런은 비슷한 시기 IBM 사업장의 작업성 암 발병에 대한 논란에도 개입해 업계 측을 옹호했다.
"삼성과 정부, 역학조사 자료 공개해야"
사업장의 유해물질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드라마처럼 하나의 완벽한 가설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오랜 시간에 걸쳐 노동자들의 상태를 관찰해야하고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를 가진 임의적 조작이 일어나는 지의 여부는 '과학이 친숙한 시대'에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자료에 가장 근접한 이들은 업계 자신이지만,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연구를 업계 스스로 받아들일 리 없다. <청부과학>에 등장하는 사례처럼 규제를 지연시킬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고, 이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제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타이밍에 대중들에게 공개해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다.
삼성이 벌이고 있는 자체 조사가 꼭 그런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국보다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논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업계가 나서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거듭 벌이는 것은 일면 긍정적인 측면도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조사 방법과 대상, 구체적인 연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자사에 유리한 조사 결과만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의혹 제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백혈병' 의혹을 제기한 단체 '반올림'에 참가하고 있는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의학 전문의는 "반도체 사업장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이번 조사뿐 아니라 예전 산업안전보건공당의 역학조사 결과 등의 원자료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에 '백혈병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주문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APG 역시 지난해 말 삼성의 자제 조사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애초에 문제가 된 회사의 용역을 수주 받아 수행하는 조사가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APG 홍콩지사에서 사회책임투자부문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APG와 복수의 투자자들은 삼성이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편견 없는 투명한 조사를 벌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의 조사가 투명하지 않다면 컨설팅 회사의 신뢰도를 떠나 어떠한 성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규 기자
[해설] 베일에 싸인 역학 조사
기사입력 2011-02-19 오전 8:59:16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로 접근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다른 질문도 나온다. '과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질문이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억울한 목소리를 덮는 데 종종 '과학'의 권위가 사용되는 탓이다. "과학은 가치 중립적"이라는 흔한 믿음이 이런 권위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과학이 꼭 중립적이기만 할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연구가 걸음마 단계인 분야에선 소수의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이용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대부분 돈 있고 힘 있는 이들에게 유리한 방향이다.
아예 노골적으로 '맞춤형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청부과학자'들이다. 진실을 캐는 과학 본래의 목적 대신, 불편한 진실을 감추거나 논점을 흐리기 위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활용하는 부류다.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에 뛰어든 과학자들은 어떤 부류일까? 어쩌면 섞여 있을 '청부과학자'들을 걸러낼 방법은 없을까? <프레시안>이 짚어 봤다. <편집자>
미국드라마 'CSI'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과학은 일상에서 친근한 소재가 됐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간단하지 않은 과학 지식도 어렵지 않게 찾아내는 시대다. 예전엔 전문지식을 가진 소수가 갖는 '권위'가 통용됐지만 요즘은 여의치 않다. 2008년 쇠고기 파동, 지난해 천안함 사태만 봐도 '결론'만을 제시하는 과학적 권위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삼성 백혈병' 의혹을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양상도 비슷하다. 산업보건의학 방면에서 반도체 사업장의 노동 환경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편이다. 쌓여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니 소수의 연구결과를 해석하는 시각도 다양하다. 피해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반면 정부나 삼성은 "통계적 유의성이 떨어진다"는 말로 맞선다. '과학'의 측면에서 보자면 일단은 후자의 객관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최형락) |
문제는 '통계적 유의성이 낮음'을 증명하기 위한 역학조사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여성 반도체 노동자의 비호치킨 림프종 발병 비율이 높았지만 백혈병의 경우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역학조사의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림프종과 백혈병의 구분이 어렵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대중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듬해 서울대 연구진이 국내 6개 반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역시 기업의 영업비밀 등의 이유 때문에 대부분 비공개 상태로 남아있다.
피해 제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과학의 발걸음이 더딘 사이 삼성은 지난해 또 하나의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인바이런과 존스홉킨스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진 등 20명으로 조사단을 구성해 작업환경 조사에 나선 것이다. 조사 결과는 올해 6월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영업비밀'과 '객관성'을 앞세워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이번 조사 역시 결론보다는 또 하나의 물음표만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인바이런'은 어떤 회사?
▲ ⓒ프레시안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산업보건과 교수인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2008년 <청부과학(원제: Doubt is their product)>(이마고 펴냄)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청부과학>은 '논리와 순수'라는 이미지의 과학이 감추고 있는 어두운 현실을 폭로한다. 산업 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는 관련 업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한다.
이른바 '청부 과학자'들은 규제를 늦추기 위한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기존 결과의 약점을 공격하고, 자료를 비틀어 대중들에게 의구심을 던져준다. 위험이 확인될 때까지 위험 요소를 격리하는게 아니라 불완전한 연구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며 시간을 버는 식이다.
항공기 제작 등에 사용되는 크롬 산업의 규제에 대한 미국에서의 논란은 '청부 과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크롬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크롬먼지(6가크롬산 이온)는 인간의 코 격막을 닳아 없앨 뿐만 아니라 폐암을 유발하는 유독한 물질이다. 미국 산업안전보건부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크롬먼지에 노출된 노동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미국의 크롬먼지 노출기준은 20세기 초 작성된 보고서를 기준으로 만들어 터무니없이 낮은 '세제곱미터당 52마이크로그램(52㎍/㎥)'이었다. 산업안전보건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높은 수준의 규제를 추구해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업계 변호사들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해 기존 역학연구의 결과가 과장되었기 때문에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한 보완 조사가 필요하다는 '최신 연구결과'들을 만들었다. 과학적 결론을 반박하는 것보다는 의심을 만들어내 행동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인바이런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가담했다. 2002년 업계에서 수행한 크롬 공장 역학조사 보고서는 본래 미국과 독일의 4개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부가 제안한 1㎍/㎥ 수준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도 5배나 높은 폐암 사망 위험률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업계와 인바이런은 이 공장 중 업계에 불리한 결과를 보인 사례를 제외한 채 보고서를 출간했다. 낮은 노출 수준과 중간 노출 수준의 노동자군을 조합해 사망 위험률을 낮춰 마치 높은 노출수준에서만 폐암 발병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게 했다. 결국 산업안전보건부는 애초보다 후퇴한 수준인 5㎍/㎥을 최종 규제안으로 내놓았다. 인바이런은 비슷한 시기 IBM 사업장의 작업성 암 발병에 대한 논란에도 개입해 업계 측을 옹호했다.
"삼성과 정부, 역학조사 자료 공개해야"
사업장의 유해물질에 대한 과학적 조사는 드라마처럼 하나의 완벽한 가설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오랜 시간에 걸쳐 노동자들의 상태를 관찰해야하고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 요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같은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를 가진 임의적 조작이 일어나는 지의 여부는 '과학이 친숙한 시대'에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다.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자료에 가장 근접한 이들은 업계 자신이지만,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연구를 업계 스스로 받아들일 리 없다. <청부과학>에 등장하는 사례처럼 규제를 지연시킬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고, 이에 대한 검증과 비판을 제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타이밍에 대중들에게 공개해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가 더 많다.
삼성이 벌이고 있는 자체 조사가 꼭 그런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한국보다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국가에서도 논란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업계가 나서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거듭 벌이는 것은 일면 긍정적인 측면도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조사 방법과 대상, 구체적인 연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자사에 유리한 조사 결과만을 보여준다면, 또 다른 의혹 제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백혈병' 의혹을 제기한 단체 '반올림'에 참가하고 있는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의학 전문의는 "반도체 사업장의 실체를 알기 위해서는 이번 조사뿐 아니라 예전 산업안전보건공당의 역학조사 결과 등의 원자료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에 '백혈병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주문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APG 역시 지난해 말 삼성의 자제 조사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애초에 문제가 된 회사의 용역을 수주 받아 수행하는 조사가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APG 홍콩지사에서 사회책임투자부문을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APG와 복수의 투자자들은 삼성이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편견 없는 투명한 조사를 벌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삼성의 조사가 투명하지 않다면 컨설팅 회사의 신뢰도를 떠나 어떠한 성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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