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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천안함

러시아 “스크루 해저면 접촉 손상뒤 기뢰 건드려 폭발”

러시아 “스크루 해저면 접촉 손상뒤 기뢰 건드려 폭발”
러시아 천안함 보고서, 합조단과 다른 결론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러시아 전문가의 보고서 내용은 사고 원인과 발생시각에 대해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의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다. 물론 러시아 쪽의 결론이 추정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지만, 분명한 점은 합조단의 조사 결과가 애초 기대와 달리 국제사회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국내외 전문가들도 합조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알루미늄 흡착물 등에 대한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천안함 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좀더 공개적인 논쟁이 필요해 보인다.



■ 훼손된 스크루 광택이 나도록 깎여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스크루의 손상 원인에 대해 해저면에 접촉돼 손상을 입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어뢰 공격으로 프로펠러 축이 순간적으로 멈춰 관성에 의해 날개가 변형됐다는 합조단의 조사 결과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스크루 변형 문제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최근까지 지속적인 논쟁을 불러왔다. 합조단에 참여한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스크루 날개에 긁힘 등의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좌초·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러시아 조사단은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훼손된 스크루가(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여(아) 넓은 범위에 걸쳐 마찰로 인한 손상부위가 있었던 것이 조사결과 감지되었다”고 적시해, 스크루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 폭발이 있기 전에 어떤 일이? 러시아 조사단의 결과에는 한국 쪽이 공식적으로 밝힌 폭발시각(21시21분58초)에 앞서 천안함에 이상 징후가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조사 결과 두 가지가 포함돼 있다.

첫째, 천안함 내부 폐쇄회로티브이(CCTV) 영상의 마지막 촬영시각을 21시17분3초라고 적시한 부분이다. 당시 군은 유족들의 입장과 개인 신상정보 등을 고려해 5월23일 유족들에게만 공개한다며, 폭발시간 1분 전까지 특이사항이 없는 영상이 찍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시티브이 장면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으로 갑자기 천안함이 침몰됐음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합조단이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보낸 시시티브이 정지 사진을 보면, 일반적인 시시티브이 화면과 달리 시간이 찍혀 있지 않아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국방부는 러시아 조사 결과에 대해 “실제 시간과 시시티브이에 설정돼 있는 시간이 많은 차이가 있어 일부 오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명시하지 않았다”며 “3분 47~50초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국방부의 설명이 맞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 관계를 뒤늦게 시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천안함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이 다른 승조원의 부상 사실을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알린 시각(21시12분3초)도 완전히 새로운 사실이다. 러시아의 조사 결과가 맞다면 사고 초기 해경이 보도자료를 통해 최초 상황을 인지했다고 밝힌 시각(9시15분)보다도 3분가량 더 앞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방부는 통화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사실 관계 확인이 우선 필요한 대목이다.



■ ‘1번 어뢰’ 수중에서 6개월 이상 된 것 합조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어뢰 잔해에 대해 러시아 조사단은 육안 조사와 표기 표준을 들어 증거 능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합조단은 5월20일 발표 때 금속재질 전문가의 육안 분석을 바탕으로 어뢰와 함수가 비슷한 기간 바닷속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지만, 러시아 조사단은 육안 분석을 통해 이 어뢰 파편이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부식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합조단은 “부위별로 부식 차이가 심하다”는 이유로 추가 분석은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