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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조희팔 금융사기

‘조희팔 죽었다’던 경찰은 죽을판

‘조희팔 죽었다’던 경찰은 죽을판
‘다단계 사기꾼’ 조씨 재수사
동영상 등으로 성급한 사망 발표
경찰 유착·연루설 의혹 부채질
검찰, 살아있다면 신병 인도 요청

[한겨레] 이정국, 김태규 기자 | 등록 : 2012.09.12 08:07


▲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검찰이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55·사진)씨가 살아있다고 보고 본격적인 소재 파악에 나섬에 따라 경찰은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5월 경찰은 “조씨가 지난해 12월 중국 옌타이시의 한 호텔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그 증거로 장례식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이제 그 발표 자체가 의혹의 대상이 된 것이다.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검찰은 조씨를 ‘기소중지’ 처분해 둔 상태다. 피의자 신분인 조씨가 숨졌으면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져야 하지만, 검찰은 조씨가 숨졌다고 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조씨의 거주지 등을 파악한 뒤 중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생존 여부는 조씨가 경찰과 유착했다는 세간의 의혹을 규명하는 일과 관련이 깊다. 2009년 조씨의 중국 밀항을 도운 혐의로 한 경찰관이 직위해제됐다. 조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총경급 간부 경찰이 직접적으로 사기 사건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씨가 당국의 수사를 피해 중국 밀항에 성공하고 현지에서 잠적하게 된 배경에 경찰 고위층이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씨 수사를 담당했던 대구 성서경찰서 소속 정아무개(37) 경사가 구속돼 이런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 경사는 인터폴에 조씨의 수배를 직접 요청한 사건 담당자였다. 그랬던 정 경사가 2009년 5월 중국으로 건너가 수배중인 조씨를 만나 골프 접대 및 향응을 받았고, 2011년 6월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조씨와 만나며 친분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 경사는 수뢰 및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경찰청 내부 감찰을 통해 비위 혐의를 적발한 것이긴 하지만,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까지 향응 접대로 무력화시키는 조씨의 ‘가공할 로비력’이 경찰 조직 어디까지 뻗쳐 있는지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이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시민연대’ 김상전 대표는 “조씨가 죽었다는 경찰 발표를 애초부터 믿지 않았다”며 “이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된 정 경사 사건에 대해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겨우 경사 한명이 연루될 정도의 사건이 아니다”라며 추가 배후설을 주장했다.

관련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번지는 상황이 빚어지자 ‘조씨 사망 발표가 성급했다’는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간부급 경찰은 “사망 발표가 급했던 것도 아닌데 너무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조희팔 죽었다’던 경찰은 죽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