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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경제효과분석 없이 콜롬비아 FTA 협정서명...졸속 논란

경제효과분석 없이 콜롬비아 FTA 협정서명...졸속 논란
[단독] 국제통상연, "FTA 거시경제 효과 0.01% 거의 없어"
[오마이뉴스] 김종철 | 12.10.01 11:25 | 최종 업데이트 12.10.01 11:25


▲ 이윤영 외교통상부 FTA교섭국장과 하비에르 감보아(Javier Gamboa)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부 FTA교섭대표가 8월 31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한-콜롬비아 FTA 가서명을 마친 뒤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콜롬비아는 미국, EU, 캐나다 등 18개국과 FTA를 체결했고 현재 4개국과 협상 중이며 아시아 국가 중에는 한국과 처음으로 FTA 협상을 타결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우리나라와 콜롬비아 사이에 가서명된 자유무역협정(FTA)이 제대로 된 경제효과 분석조차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의 당초 예상과 달리 양국사이의 FTA 경제적 효과도 거의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콜롬비아FTA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양국사이에 6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타결됐었다.

1일 <오마이뉴스>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재근 의원(민주통합당)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콜롬비아와 FTA 협상을 진행하면서 정부연구기관으로부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효과 분석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2009년 민간 공동연구만을 근거로 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이미 타결됐던 한미, 한유럽연합 FTA를 비롯해 협상이 진행중인 중국, 인도네시아 등과의 FTA에 대한 경제적 효과 연구를 진행했다. 또 현행 자유무역협정체결 절차 규정에 따라 정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협상 전에 해당 FTA의 경제적 타당성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인재근 의원은 "정부가 중남미의 3위 시장인 콜롬비아와 FTA를 체결하면서 제대로 된 경제효과 분석도 없이 추진한 것은 행정부의 통상권한을 독점적으로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콜롬비아와 FTA로 인한 관세철폐로 인한 조세수입 감소 등 경제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FTA 협상들. ⓒ 인재근의원실


"한콜롬비아FTA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0.01%로 미미"

정부는 지난 8월 말 콜롬비아와 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10년 안에 현재 교역중인 모든 품목에 대해 사실상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품목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경우 96.1%가, 콜롬비아는 96.7%에서 관세가 사라진다. 물론 쌀 등 일부 민감한 농산물에 대해선 현재의 관세가 유지된다.

정부는 콜롬비아와의 FTA가 발효되면, 칠레와 페루에 이어 중남미 주요 3개국과 관세없이 무역을 할수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과 석유 등 에너지 자원 개발에 큰 도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제적 효과는 내놓지 않았다.

<오마이뉴스>가 이날 입수한 국제통상연구소의 '한-콜롬비아FTA 경제적효과 분석'을 보면 양국 사이의 FTA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01%에 불과했다. 사실상 거시경제적으로 FTA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신범철 경기대 교수는 "양국사이의 FTA가 발효되더라도 수출입 등이 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고 밝혔다. 또 산업별로는 "국내 자동차와 화학제품, 섬유 등이 수혜를 보겠지만 기계정밀산업 등 일부 제조업 부문은 생산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 교수는 밝혔다.

▲ 한·콜롬비아 FTA의 산업별 생산효과(2007년 기준) ⓒ 신범철


자동차 등 수출 늘겠지만 제한적, 커피값 하락 기대도 어려워

신 교수는 "이번 FTA로 자동차의 경우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콜롬비아가 이미 미국이나 EU 국가들과 FTA 발효가 예정돼 있어 예상보다 수출이 크게 늘지는 않을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콜롬비아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커피가공식품을 비롯해 화훼류 등 농산물에선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신 교수는 "민감 농산물 153개에 화훼류 등이 포함되지 않아서 콜롬비아산 장미, 카네이션, 국화 등의 경우 국내 농가에 피해를 줄수도 있다"면서 "향후 국내 화훼농가 보호를 위한 원산지 단속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국내 수요가 급증하는 커피의 경우 콜롬비아는 브라질 다음으로 원두 등 수입이 많은 나라다. 이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콜롬비아산 커피 원두에 대한 관세가 사라질 경우,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 또한 사실이다.

신 교수는 "커피 원두에 대한 관세율이 2~8% 수준"이라며 "하지만 국내 커피 유통구조 등을 봤을때 실제 소비자가 느낄 정도의 커피값 하락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과 콜롬비아사이의 교역규모는 약 20억 달러다. 무역수지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1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이 많고 커피와 원유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 한·콜롬비아 FTA의 수출과 수입 효과(2007년 기준/ 단위: 백만달러) ⓒ 신범철


출처 : 경제효과분석 없이 콜롬비아 FTA 협정서명...졸속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