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 322만명 구제…‘18조 행복기금’ 부실방지가 숙제
제도금융 연체에 대부업체까지
대상자·탕감비율 늘려 ‘장밋빛’
캠코 자산 등 공적자금 종자돈
정부보증 채권에 혈세 쏟을수도
성실 채무자와 형평성 논란일수도
“도덕적 해이 최소화가 연착륙 관건”
[한겨레] 신승근 이재명 기자 | 등록 : 2013.01.06 20:01 | 수정 : 2013.01.06 22:38
집중점검 박근혜의 약속
③ 가계부담 덜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정책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에서 밝힌 ‘국민 행복 10대 약속’ 가운데 약속 1번이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 내용을 담은 ‘가계부담 덜기’다. 이 공약은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대책과 함께 박근혜 당선의 견인차 구실을 한 50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한 대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박 당선인은 서민들이 현금서비스, 카드론, 대부업체 대부금 등 연 20~30%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를 10%대 저금리 장기상환 은행대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신용회복지원 운영방식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채무재조정제도와 비슷하다. 캠코는 현재 신용회복기금(7000억원)을 재원으로 금융기관에서 6개월~1년 이상 연체된 악성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의 원리금을 일부 탕감한 뒤, 나머지를 8~11년에 걸쳐 나눠 갚게 한다.
기존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캠코의 신용회복지원 제도에서의 탕감 비율은 원리금 대비 일반인 30~40%, 기초생활수급자 50%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를 일반인 50%, 기초생활수급자 70%로 늘렸다. 또 캠코가 2008년 이후 4년여 동안 지원한 채무자는 48만여명이지만, 박 당선인은 지원대상으로 322만명을 제시했다. 현재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50만원이 넘는 빚을 3개월 이상 연체(금융채무 불이행자 등록 기준)하고 있는 채무자가 126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당선인은 여기에 대부업체와 자산관리회사 연체자, 금융기관 3개월 미만 연체자까지 다 지원대상으로 하겠다는 뜻이어서 일반 단순채무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 당선인은 공약을 현실화할 기구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제시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은 캠코가 보유한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700억원과 캠코 자본금 등 7000여억원,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3000억원을 합친 1조8700억원이다. 이를 밑천으로 10배의 채권을 발행해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한 뒤 금융회사 및 민간자산관리회사가 보유한 개인의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신용회복 신청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인은 또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1인당 1천만원 한도 안에서 금융회사 여러 곳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의 채무도 10%대의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외에도 박 당선인은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원금감면 없이 이자율만 조정) 대상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연체기간이 ‘연속적’으로 30일을 초과하고 90일 미만인 경우만 대상이 되지만, 이를 신청시점으로부터 과거 1년 동안 연체일수의 합이 1개월 이상일 경우로 넓히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시행 첫해에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연채채권 12조원을 매입하고 이후 해마다 6만명씩 신용회복을 지원한다는 로드맵까지 담겨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부채탕감 방안에는 신용회복 대상과 절차, 승인 기준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 인수위 경제분과위에서 이에 대한 구체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담보대출자가 아닌, 순수 신용대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지원대상자의 1인당 채무 규모가 많아야 5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1인당 지원액을 얼마로 제한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지원대상과 지원규모는 국민행복기금이 부실화돼 정부 재원이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형평성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가장 주요한 관건으로 부상될 수도 있다. 현재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다. 또 신복위도 전국은행연합회 등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고 기금을 모았다는 점에서 당사자간 손실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공약은 부채탕감 과정에서 채무자나 채권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 이는 빚을 지지 않거나,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부채탕감자가 얻는 수혜가 성실 채무이행자들보다 적어야 하며, 수혜자들이 향후 금융기관 이용 시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등 정교한 규정이 시행 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정확한 대상과 필요 재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출처 : 채무불이행 322만명 구제…‘18조 행복기금’ 부실방지가 숙제
제도금융 연체에 대부업체까지
대상자·탕감비율 늘려 ‘장밋빛’
캠코 자산 등 공적자금 종자돈
정부보증 채권에 혈세 쏟을수도
성실 채무자와 형평성 논란일수도
“도덕적 해이 최소화가 연착륙 관건”
[한겨레] 신승근 이재명 기자 | 등록 : 2013.01.06 20:01 | 수정 : 2013.01.06 22:38
▲ 박근혜 당선인이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이던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7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
집중점검 박근혜의 약속
③ 가계부담 덜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정책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에서 밝힌 ‘국민 행복 10대 약속’ 가운데 약속 1번이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 내용을 담은 ‘가계부담 덜기’다. 이 공약은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대책과 함께 박근혜 당선의 견인차 구실을 한 50대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한 대표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박 당선인은 서민들이 현금서비스, 카드론, 대부업체 대부금 등 연 20~30%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로 고통받고 있다며, 이를 10%대 저금리 장기상환 은행대출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당선인의 가계부채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신용회복지원 운영방식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채무재조정제도와 비슷하다. 캠코는 현재 신용회복기금(7000억원)을 재원으로 금융기관에서 6개월~1년 이상 연체된 악성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의 원리금을 일부 탕감한 뒤, 나머지를 8~11년에 걸쳐 나눠 갚게 한다.
기존 금융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캠코의 신용회복지원 제도에서의 탕감 비율은 원리금 대비 일반인 30~40%, 기초생활수급자 50%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이를 일반인 50%, 기초생활수급자 70%로 늘렸다. 또 캠코가 2008년 이후 4년여 동안 지원한 채무자는 48만여명이지만, 박 당선인은 지원대상으로 322만명을 제시했다. 현재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50만원이 넘는 빚을 3개월 이상 연체(금융채무 불이행자 등록 기준)하고 있는 채무자가 126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 당선인은 여기에 대부업체와 자산관리회사 연체자, 금융기관 3개월 미만 연체자까지 다 지원대상으로 하겠다는 뜻이어서 일반 단순채무자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박 당선인은 공약을 현실화할 기구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제시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은 캠코가 보유한 신용회복기금 잔여재원 8700억원과 캠코 자본금 등 7000여억원,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3000억원을 합친 1조8700억원이다. 이를 밑천으로 10배의 채권을 발행해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한 뒤 금융회사 및 민간자산관리회사가 보유한 개인의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신용회복 신청자를 대상으로 채무를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인은 또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해 1인당 1천만원 한도 안에서 금융회사 여러 곳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갖고 있는 다중채무자의 채무도 10%대의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시행 첫해에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연채채권 12조원을 매입하고 이후 해마다 6만명씩 신용회복을 지원한다는 로드맵까지 담겨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부채탕감 방안에는 신용회복 대상과 절차, 승인 기준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 인수위 경제분과위에서 이에 대한 구체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의 공약은 담보대출자가 아닌, 순수 신용대출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지원대상자의 1인당 채무 규모가 많아야 50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1인당 지원액을 얼마로 제한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지원대상과 지원규모는 국민행복기금이 부실화돼 정부 재원이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해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형평성 논란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가 가장 주요한 관건으로 부상될 수도 있다. 현재 법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결정은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다. 또 신복위도 전국은행연합회 등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협약을 맺고 기금을 모았다는 점에서 당사자간 손실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공약은 부채탕감 과정에서 채무자나 채권자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설정되지 않았다. 이는 빚을 지지 않거나,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는 부채탕감자가 얻는 수혜가 성실 채무이행자들보다 적어야 하며, 수혜자들이 향후 금융기관 이용 시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등 정교한 규정이 시행 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정확한 대상과 필요 재원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도덕적 해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제도 안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출처 : 채무불이행 322만명 구제…‘18조 행복기금’ 부실방지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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