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영양댐... 알고보니 MB형님 댐?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⑨] 4대강 사업도 울고 갈 영양댐 계획의 실체
[오마이뉴스] 이상철 | 12.12.16 16:47 | 최종 업데이트 12.12.16 17:12
건설회사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댐 건설 논란이 4대강사업과 더불어 되살아났다. 그 때문에 MB정부 지난 5년 내내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치렀다. 고향을 지키며 평생 법 없이도 잘 살 것 같던 70~80대 어르신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절규하는 일들이 벌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양고추'로 유명한 경북 영양에서도 이 같은 일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검마산에서 흘러내리는 장파천 계곡을 가로막아 '높이 76m, 길이 480m, 총 저수량 5,700만톤(㎥)'의 영양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에 총 313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영양군이 산악지형이어서 홍수에 취약하고 ▲연평균 강수량이 적어 가뭄피해가 자주 발생하며 ▲그에 따른 지역의 건의가 잇따라 영양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먼저 정부가 댐 건설 이유로 내세운 지난 2002~2010년 홍수피해(사망 3명, 이재민 1304명, 재산피해 1395억 원)의 경우 그 대부분이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때 집중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인명피해는 '산사태' 때문이었다.
이재민, 재산피해 등도 서울시 면적의 1.4배나 되는 영양군 전체에서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이 영양댐이 없어 벌어진 일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2002년과 2003년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의 경우(아래 표) 얼마나 많은 댐을 건설해야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영양댐 건설계획이 지역 홍수문제와 크게 관련 없다는 사실은 지난해 실시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조사 결과, 영양댐 건설로 인한 홍수조절 편익(홍수피해 저감에 따른 경제적 효과)이 연간 1억6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댐 건설에 따른 전체 사업편익 중 채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최소 3000억 원 이상 들어갈 대규모 치수사업(治水事業) 치고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홍수피해 이후 정부와 영양군은 많은 돈을 들여 영양군 골짜기마다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치수사업을 펼쳐왔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별다른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양지역 가뭄피해 예방 목적이란 것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양댐은 영양군이 아니라 '경북 경산시 산업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영양댐 용수공급계획(예비타당성조사 2011. 9)을 보면, 전체 용수공급량 하루 7만4000톤(㎥) 가운데 그 절반이 넘는 4만1000톤(55%)을 무려 180km나 떨어진 경북 경산시의 '경산 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도 지역주민의 '기득 수리권 보장' 차원에서 배정된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를 제외하면 댐 건설 후 영양지역 가뭄피해(제한급수, 비상급수)와 직결된 '생활용수 공급'은 전체 공급량의 겨우 3%(하루 2000톤)에 불과하다.
그 중 절반(1000톤/일)도 정부에서 강조하는 이 지역 가뭄피해와 전혀 무관한 '휴타운 주거시설단지 조성계획(퇴직자 노후 주거단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 기가 찬 것은 휴타운 조성계획이 영양군 현재 인구(1만8000명)의 절반 이상 되는 '1만 명의 신규 인구 유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해당 민간사업자가 이미 사업포기를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댐이 영양지역 가뭄대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 공식 보고서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확인된다. 수자원 관련 우리나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서, 지난 2009년 10월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공동 명의로 제출된 '2025 전국 수도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안)'에 따르면, 영양군은 현재도 물이 남아돌지만, 해가 갈수록 그 양이 점점 늘어나 2025년에는 하루 1,500톤이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영양군 전체 생활용수 수요량(6,500톤/일)보다 무려 23%나 많은 양이다.
위 내용 이외 보고서는 전국적인 이상가뭄 현상으로 인해 지난 94~5년, 2008~9년 사이 영양군 일부지역에서 제한급수, 비상급수 등 일부 가뭄피해가 있었던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댐이 아니라, 기존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연계하는 방법 즉, '수도시설 연계방안'으로 해결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가뭄사태가 전국적 이상기후에 따른 일시적 '비상 상황'에 해당하는데 영양군의 기존 용수공급체계가 이런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곤란한 '단일상수도 시스템'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만 해소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영양군 가뭄피해 대책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영양댐 건설문제는 주민의사나 지역실정은 철저히 무시한 현 영양군수의 독단적 댐 건설 요구와 건의에서 비롯됐다. 건설업자 출신인 현 군수는 MB정부가 경기부양을 빌미로 4대강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리려하자 그 기회를 틈타 영양댐 건설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영양군의 댐 건설 건의가 MB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중순부터 본격화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 영양군수는 지난 선거에 재출마할 당시 감사원 토착비리감사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본인 소유 회사에 건설계약 집중 배정) 당하고, 한나라당 공천까지 취소되는 일까지 겪은 인사다. 또한 건설 관련 여러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현 군수가 사사로운 정치·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주민 찬성여론(서명) 또한 공무원, 이장, 면장, 각종 이익단체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가운데 억지 조성된 '관제 여론'이었다. 심지어 현 영양군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어느 학교에선 교사가 학생들에게 댐 찬성 서명을 받다가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일까지 있었다.
영양댐 문제의 핵심은 '도대체 이 댐의 정체가 뭐냐'는 것이다. 사업추진 과정은 물론 주된 물 공급 대상지와 공급방식 등이 극히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추진 과정이 그렇다. 영양댐은 당초 확보된 수량 99%를 '구미 제5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 '경북·대구 맑은 물 공급계획'이 별도 수립되어 구미산단 물 공급 계획이 마련됨으로써 그 목적이 사라졌다. 결국,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도중에 대상지를 '경산산업단지'로 바꾸고 타당성조사를 강행, 지금에 이르렀다. 더구나 경제성도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 공급 대상지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영양댐 물 공급처인 '경산산업단지'는 영양댐에서 하류 쪽으로 무려 180km(유하거리)나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전(150km)' 보다 훨씬 먼 거리다.
더구나 이곳은 대구시와 인접한 곳으로, 불과 5~6km 근방에 금호강, 약 30여km 인근에 낙동강이 소재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10조 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투입, '4대강사업'을 추진해 '맑고 깨끗한 물(?)'이 철철 넘친다고 정부가 자랑하는 곳이다. 따라서 경산산업단지에 물이 필요하면 낙동강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물 공급 방식도 그렇다. 댐의 용수공급은 일련의 도수관로(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필요한 곳으로 물을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양댐은 아래와 같이 여러 개의 댐과 하천을 경유하며 담수와 방류를 되풀이 한다. 도수관로를 통해 물길을 돌리는 등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친다.
☞ [영양댐]에서 물 방류 및 자연 유하 → [임하댐]에서 도수관로를 이용해 송수 → [영천댐]에서 금호강으로 재방류 및 자연 유하 → <경산산업단지>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경산산업단지에 공급된 물이 영양댐에서 온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결과, '경산산업단지 용수공급을 위해 영양댐을 건설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백 보 양보해, 영양댐을 건설하지 않고도 같은 경로를 이용해 경산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4대강사업에 따라 '안동댐과 임하댐을 서로 연결하는 도수관로'가 설치될 계획으로 있다. 따라서 그 규모가 영양댐(총 저수량 5,700만톤)의 무려 20배 가까이 되는 안동댐(총 저수량 12억톤) 물을 활용하면 굳이 영양댐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경산공단이 필요로 하는 물 '하루 4만 톤' 정도는 안동댐 규모에서 보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앞서 '도수관로를 이용한 안동댐-임하댐 네트워크 운영'으로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 제고됨으로써 '연간 6,200만톤(17만톤/일↑)의 용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양댐을 신설했을 때(연간 2,700만톤 용수공급 가능)보다 2배 더 많은 수량이다.
영양댐의 복잡다단한 용수공급 과정은 여러 가지 의혹까지 불러오고 있다. 특히 '영천댐'을 경유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알다시피 영천댐은 '포항제철 용수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산산업단지는 명목상 용도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목적은 영천댐을 통한 포항시(포항제철 등) 물 공급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했다가 지난 2010년 국회 예산안 날치기 사태 때 '형님댐' 논란을 초래했던 경북 '달산댐 계획'을 사실상 대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여당은 주민 반대와 지역갈등 문제를 내세워 '달산댐 건설계획'은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반면, 주민 반대와 비판여론이 오히려 더 거센 영양댐은 극구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렇듯 영양댐 건설계획은 그 취지나 목적, 물 공급방식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사업계획이다. 온갖 술수와 불·편법이 동원된 가운데 일방 추진된 4대강사업조차 기가 막혀 도망칠 것 같은, 순 엉터리사업인 것이다.
그런데도 MB정부는 이 사업을 재고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관련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내년부터 사업추진을 본격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댐 건설을 반대해 온 영양 어르신들의 시름과 한숨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이제 남은 희망은 다가오는 대선 밖에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고통 받는 영양 주민들을 위해 나서준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댐 반대 초록투표'에 있다. 현명하고 아름다운 국민의 선택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상철 영양댐 건설반대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입니다.
출처 '정체불명' 영양댐... 알고보니 MB형님 댐?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⑨] 4대강 사업도 울고 갈 영양댐 계획의 실체
[오마이뉴스] 이상철 | 12.12.16 16:47 | 최종 업데이트 12.12.16 17:12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건설회사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대형댐 건설 논란이 4대강사업과 더불어 되살아났다. 그 때문에 MB정부 지난 5년 내내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치렀다. 고향을 지키며 평생 법 없이도 잘 살 것 같던 70~80대 어르신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절규하는 일들이 벌어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양고추'로 유명한 경북 영양에서도 이 같은 일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경북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 검마산에서 흘러내리는 장파천 계곡을 가로막아 '높이 76m, 길이 480m, 총 저수량 5,700만톤(㎥)'의 영양다목적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사업에 총 313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상한 홍수대책
정부는 ▲영양군이 산악지형이어서 홍수에 취약하고 ▲연평균 강수량이 적어 가뭄피해가 자주 발생하며 ▲그에 따른 지역의 건의가 잇따라 영양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국토해양부 해명보도자료 中(2012. 11. 9) ⓒ 국토부 |
하지만 정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먼저 정부가 댐 건설 이유로 내세운 지난 2002~2010년 홍수피해(사망 3명, 이재민 1304명, 재산피해 1395억 원)의 경우 그 대부분이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태풍 루사(2002년)와 매미(2003년) 때 집중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인명피해는 '산사태' 때문이었다.
이재민, 재산피해 등도 서울시 면적의 1.4배나 되는 영양군 전체에서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이 영양댐이 없어 벌어진 일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2002년과 2003년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강원도의 경우(아래 표) 얼마나 많은 댐을 건설해야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 이상철 |
영양댐 건설계획이 지역 홍수문제와 크게 관련 없다는 사실은 지난해 실시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조사 결과, 영양댐 건설로 인한 홍수조절 편익(홍수피해 저감에 따른 경제적 효과)이 연간 1억60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댐 건설에 따른 전체 사업편익 중 채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최소 3000억 원 이상 들어갈 대규모 치수사업(治水事業) 치고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당시 홍수피해 이후 정부와 영양군은 많은 돈을 들여 영양군 골짜기마다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댐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치수사업을 펼쳐왔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별다른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양지역 가뭄 해소? 물은 엉뚱한 지역에 공급
영양지역 가뭄피해 예방 목적이란 것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영양댐은 영양군이 아니라 '경북 경산시 산업용수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영양댐 용수공급계획(예비타당성조사 2011. 9)을 보면, 전체 용수공급량 하루 7만4000톤(㎥) 가운데 그 절반이 넘는 4만1000톤(55%)을 무려 180km나 떨어진 경북 경산시의 '경산 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 ⓒ 이상철 |
나머지도 지역주민의 '기득 수리권 보장' 차원에서 배정된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를 제외하면 댐 건설 후 영양지역 가뭄피해(제한급수, 비상급수)와 직결된 '생활용수 공급'은 전체 공급량의 겨우 3%(하루 2000톤)에 불과하다.
그 중 절반(1000톤/일)도 정부에서 강조하는 이 지역 가뭄피해와 전혀 무관한 '휴타운 주거시설단지 조성계획(퇴직자 노후 주거단지)'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더 기가 찬 것은 휴타운 조성계획이 영양군 현재 인구(1만8000명)의 절반 이상 되는 '1만 명의 신규 인구 유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해당 민간사업자가 이미 사업포기를 선언한 상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댐이 영양지역 가뭄대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정부 공식 보고서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확인된다. 수자원 관련 우리나라 최상위 법정계획으로서, 지난 2009년 10월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 공동 명의로 제출된 '2025 전국 수도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안)'에 따르면, 영양군은 현재도 물이 남아돌지만, 해가 갈수록 그 양이 점점 늘어나 2025년에는 하루 1,500톤이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5년 영양군 전체 생활용수 수요량(6,500톤/일)보다 무려 23%나 많은 양이다.
▲ 2025년 전국수도정비기본계획(안) ⓒ 국토해양부 |
위 내용 이외 보고서는 전국적인 이상가뭄 현상으로 인해 지난 94~5년, 2008~9년 사이 영양군 일부지역에서 제한급수, 비상급수 등 일부 가뭄피해가 있었던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댐이 아니라, 기존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를 연계하는 방법 즉, '수도시설 연계방안'으로 해결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가뭄사태가 전국적 이상기후에 따른 일시적 '비상 상황'에 해당하는데 영양군의 기존 용수공급체계가 이런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곤란한 '단일상수도 시스템'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만 해소하면 된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영양군 가뭄피해 대책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영양댐 건설문제는 주민의사나 지역실정은 철저히 무시한 현 영양군수의 독단적 댐 건설 요구와 건의에서 비롯됐다. 건설업자 출신인 현 군수는 MB정부가 경기부양을 빌미로 4대강사업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리려하자 그 기회를 틈타 영양댐 건설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영양군의 댐 건설 건의가 MB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중순부터 본격화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 영양군수는 지난 선거에 재출마할 당시 감사원 토착비리감사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본인 소유 회사에 건설계약 집중 배정) 당하고, 한나라당 공천까지 취소되는 일까지 겪은 인사다. 또한 건설 관련 여러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현 군수가 사사로운 정치·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주민 찬성여론(서명) 또한 공무원, 이장, 면장, 각종 이익단체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한 가운데 억지 조성된 '관제 여론'이었다. 심지어 현 영양군수가 이사장으로 있는 어느 학교에선 교사가 학생들에게 댐 찬성 서명을 받다가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히는 일까지 있었다.
가까운 낙동강 놔두고 180km나 떨어진 곳으로 용수 공급
영양댐 문제의 핵심은 '도대체 이 댐의 정체가 뭐냐'는 것이다. 사업추진 과정은 물론 주된 물 공급 대상지와 공급방식 등이 극히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업추진 과정이 그렇다. 영양댐은 당초 확보된 수량 99%를 '구미 제5산업단지'에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 '경북·대구 맑은 물 공급계획'이 별도 수립되어 구미산단 물 공급 계획이 마련됨으로써 그 목적이 사라졌다. 결국,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도중에 대상지를 '경산산업단지'로 바꾸고 타당성조사를 강행, 지금에 이르렀다. 더구나 경제성도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물 공급 대상지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영양댐 물 공급처인 '경산산업단지'는 영양댐에서 하류 쪽으로 무려 180km(유하거리)나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전(150km)' 보다 훨씬 먼 거리다.
더구나 이곳은 대구시와 인접한 곳으로, 불과 5~6km 근방에 금호강, 약 30여km 인근에 낙동강이 소재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의 경우 10조 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투입, '4대강사업'을 추진해 '맑고 깨끗한 물(?)'이 철철 넘친다고 정부가 자랑하는 곳이다. 따라서 경산산업단지에 물이 필요하면 낙동강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물 공급 방식도 그렇다. 댐의 용수공급은 일련의 도수관로(파이프라인)을 이용해 필요한 곳으로 물을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양댐은 아래와 같이 여러 개의 댐과 하천을 경유하며 담수와 방류를 되풀이 한다. 도수관로를 통해 물길을 돌리는 등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친다.
☞ [영양댐]에서 물 방류 및 자연 유하 → [임하댐]에서 도수관로를 이용해 송수 → [영천댐]에서 금호강으로 재방류 및 자연 유하 → <경산산업단지>
▲ 영양댐의 경산산업단지 용수공급 경로 예측 ⓒ 영양댐주민대책위 |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경산산업단지에 공급된 물이 영양댐에서 온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결과, '경산산업단지 용수공급을 위해 영양댐을 건설한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백 보 양보해, 영양댐을 건설하지 않고도 같은 경로를 이용해 경산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으로, 4대강사업에 따라 '안동댐과 임하댐을 서로 연결하는 도수관로'가 설치될 계획으로 있다. 따라서 그 규모가 영양댐(총 저수량 5,700만톤)의 무려 20배 가까이 되는 안동댐(총 저수량 12억톤) 물을 활용하면 굳이 영양댐을 건설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다. 경산공단이 필요로 하는 물 '하루 4만 톤' 정도는 안동댐 규모에서 보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앞서 '도수관로를 이용한 안동댐-임하댐 네트워크 운영'으로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 제고됨으로써 '연간 6,200만톤(17만톤/일↑)의 용수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영양댐을 신설했을 때(연간 2,700만톤 용수공급 가능)보다 2배 더 많은 수량이다.
영양댐의 복잡다단한 용수공급 과정은 여러 가지 의혹까지 불러오고 있다. 특히 '영천댐'을 경유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알다시피 영천댐은 '포항제철 용수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 ⓒ 남소연 |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산산업단지는 명목상 용도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목적은 영천댐을 통한 포항시(포항제철 등) 물 공급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했다가 지난 2010년 국회 예산안 날치기 사태 때 '형님댐' 논란을 초래했던 경북 '달산댐 계획'을 사실상 대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여당은 주민 반대와 지역갈등 문제를 내세워 '달산댐 건설계획'은 추진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반면, 주민 반대와 비판여론이 오히려 더 거센 영양댐은 극구 강행하려 하고 있다.
'예산안 국회 제출'로 깊어지는 주민 한 숨
이렇듯 영양댐 건설계획은 그 취지나 목적, 물 공급방식 등 그 어느 것 하나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사업계획이다. 온갖 술수와 불·편법이 동원된 가운데 일방 추진된 4대강사업조차 기가 막혀 도망칠 것 같은, 순 엉터리사업인 것이다.
그런데도 MB정부는 이 사업을 재고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관련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내년부터 사업추진을 본격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댐 건설을 반대해 온 영양 어르신들의 시름과 한숨도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
▲ 댐 건설에 반대해 온 영양 주민들. ⓒ 영양댐주민대책위 |
이제 남은 희망은 다가오는 대선 밖에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고향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고통 받는 영양 주민들을 위해 나서준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길은 '댐 반대 초록투표'에 있다. 현명하고 아름다운 국민의 선택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상철 영양댐 건설반대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입니다.
출처 '정체불명' 영양댐... 알고보니 MB형님 댐?
'세상에 이럴수가 > 환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양 송전탑 투쟁 어르신, 젊은 노동자 위로 나선다 (0) | 2013.01.10 |
---|---|
정부, 4대강 이어 14개 댐 건설에 또 3조 투입 (0) | 2013.01.10 |
산양 사는데 댐 건설? 영양댐·달산댐 논란 (0) | 2013.01.08 |
경인운하 무용론 ‘우려가 현실로’ (0) | 2013.01.06 |
청청지역 고흥에 화력발전소를... 고흥 사람들이 뿔났다 (0) | 2012.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