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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말바꾸기·책임회피·소극수사…경찰 수뇌부에 비판 화살

말바꾸기·책임회피·소극수사…경찰 수뇌부에 비판 화살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댓글증거 발견 못했다”더니
“생물처럼 변하는 게 수사”
대선전 중간수사발표 뒤엎어

수사 실무책임자 느닷없이 교체
“경찰서장이 원했다면…” 떠넘겨

‘제3의 인물’ 존재 무시하다가
최근에야 ‘적극적 수사’ 지휘나서

[한겨레] 박현철 기자 | 등록 : 2013.02.05 20:16 | 수정 : 2013.02.06 14:45


▲ 참여연대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부실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경찰은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29)씨와 함께 여론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ㄱ씨를 조만간 소환할 계획이다. 경찰 수사 담당자들은 ㄱ씨의 존재를 적어도 한달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지만, 경찰 수뇌부는 최근에야 ㄱ씨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국정원이 일반인까지 동원해 인터넷상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밝혀줄 주요 참고인이다. 민주통합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씨를 고발한 지 두달이 다 돼가고 있는데도, 경찰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참고인조차 조사하지 못하는 더딘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을 상대로 말바꾸기와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경찰 수뇌부의 행태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수사 초기에 강제수사 대신 김씨의 임의제출 등에만 의지해 소극적인 수사를 벌이고, 대선 3일 전 밤에 갑자기 ‘국정원 직원의 댓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서울청장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부실수사로 드러나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이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그는 4일 기자들을 만나 “국정원이 경찰을 고소한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는다. 내 명예를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사 실무책임자인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교체에 대해선 “수서경찰서장이 원했다면 교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책임을 미뤘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안이라 즉시 발표한 것”이라고 했던 김기용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선 “생물처럼 변하는 게 수사다. 수사를 하다 보니 김씨가 사회적 관심사에 클릭한 내용이 나왔을 뿐 말바꾸기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해명이지만 이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청장의 말처럼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중간 발표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결국 사건의 결론을 예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국민적 관심사안이라 즉시 발표했다’는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이후 김씨의 댓글이나 게시글이 확인됐을 때도 똑같이 발표를 했어야 한다. 경찰의 논리가 일관되지 않은 것은 수사 결과가 정치 상황이나 특정 정당의 유불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고려한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출처 : 말바꾸기·책임회피·소극수사…경찰 수뇌부에 비판 화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