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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폭격기 출발지'도 모르는 한·미 군사 공조?

'전략 폭격기 출발지'도 모르는 한·미 군사 공조?
[주장] 한국군 관계자 괌에서 출격 발언... 언론들 뒤늦게 슬그머니 정정
[오마이뉴스] 김원식 | 13.03.28 20:55 | 최종 업데이트 13.03.29 14:52


28일 오후 1시경(이하 한국시각) <연합뉴스>는 평택발로 "스텔스 폭격기 B-2 한반도서 폭격훈련 첫 확인"이라는 제목과 함께 한국 오산 미군 기지 상공을 나는 미국의 전략 스텔스 폭격기 B-2의 모습을 포착하여 긴급 속보로 전했다.

이후 <연합뉴스>는 "B-52를 대체하는 미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스피릿)가 28일 한반도로 전개돼 폭격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군 소식통은 이날 아침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스텔스 폭격기 B-2가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보이지 않는 폭격기'로 핵무장이 가능한 B-2가 한반도에 전개돼 폭격 훈련을 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의 이러한 보도는 이후<조선일보> 등도 "북이 벌벌 떠는 B-2폭격기, 한반도 폭격…왜?""라는 제목으로 "B-2폭격기는 이날 오전 괌의 앤더슨 공격기지에서 출격, 국내의 한 사격장에 세워진 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B-2가 한반도 상공에서 비행 훈련한 것은 한·미 양국이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핵 보복을 포함해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보여주기 위한 무력 시위성인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 보도하는 등 여타 언론들이 <연합뉴스>의 속보를 이어 갔다.


스텔스 폭격기 괌에서 출격 오보 소동... 미군 발표로 슬그머니 수정

하지만 잠시 후 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주한 미군의 성명을 인용하며 "핵무기 운반이 가능한 미국 전략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가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한반도로 전개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한 미군은 "미국 전략사령부는 한·미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미국 미주리주에 있는 화이트맨 미 공군 기지에서 두 대의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이륙시켜 장거리의 왕복훈련 임무를 실시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B-2 스피릿 폭격기는 미국 공군 기지로부터 6500마일 이상을 날아와 미 본토로 돌아가기 전에 탑재한 무기를 투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외신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합뉴스>도 즉각 기존 보도를 수정하고 다시 주한 미군(한미 연합사) 측의 발표를 인용하여 관련 보도를 수정하고 주한미군 측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장거리 왕복 임무 차 B-2 폭격기 2대가 (미국 본토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 기지에서) 한국으로 전개됐다"며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역량과 공약을 과시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제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고 관련 모든 보도를 수정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한국군 관계자는 허수아비?

하지만 이러한 해프닝은 그냥 보아 넘길 수 있는 단순 일회성 실수를 넘어서는 것 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한국군 등의 협조로 해당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비행 장면을 촬영하고,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이 폭격기가 괌에서 출발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 400㎞로 중간 급유 없이 괌에서 출격해 한반도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복귀할 수 있다"고 보도한 것은 단순 실수로 비치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가 해당 정보에 정통하지 않은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실수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연합뉴스>가 해당 정보에 정통하지 않은 군부 관계자를 인터뷰하였을 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주한 미군 측이 공식 발표할 때까지는 다시 말해서 미국 국방부나 공군이 한국 국방부에 공식 확인해 주거나 발표하기 전까지는 한국군 관계자는 이 B-2 전략폭격기의 출격에 관해 해당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국방부, '미국 전략무기 이동 정보부재 실수' 이번이 처음 아냐

한국 국방부는 지난번 한·미 키 리졸브가 시행되기 직전까지도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워싱턴 호의 훈련 참가 사실을 흘리면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한·미가 함께 확실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국 워싱턴 핵 항모는 한반도에 오지 않았고, 이를 보도한 한국의 언론들만 '닭 쫓던 뭐'처럼 바보가 된 적이 있다.

이번 기사 정정 소동이 한국 국방부의 한·미 간 정보 공조 불이행에 따른 의견 차이나 불협화음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한국 국방부는 지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미국이 국지전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자동(?) 개입하기로 했다며, 이른바 '연합 국지 도발 대비 계획'이라는 것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2일 양국 국방 관계자가 서명한 이 대비 계획은 '연합(combined)'이 아니라 '공동(common)' 국지 도발 대비 계획'으로 슬그머니 바뀐 바 있다. 연합 형태가 아니라 공동으로 대비한다는 것은 대비는 하지만, 상대방의 각자 전략이나 계획에 따라 한다는 의미가 강하므로 지금처럼 상대방 전략전폭기의 출격을 모를 수도 있다.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 긴장 관계에서 무조건 미국의 개입만을 바라거나 촉구하는 한국의 국방부 측의 태도도 문제지만, 지난번 워싱턴 핵 항모 참여 소동이나 이번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출발지 정정 소동에서 보이듯이 한국 국방부가 정말 미국방부의 작전 전략은 전혀 모르면서 닭 머리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과 한·미 간의 군사 공조도 중요하지만, 한국군 스스로 자주적인 판단과 역량을 가지고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태도는 우리 안보가 자주적인 자율성을 포기한 채 미국의 군사 전략에만 매몰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이 강력한 핵우산 정책으로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는 한국 국방부가 미국의 핵전략 무기들이 언제 어디서 왔다 갔는가를 미국이 발표하기 전에는 모른다면, 과연 우리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출처 : '전략 폭격기 출발지'도 모르는 한·미 군사 공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