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늘 감시…밖에서만 열리는 방에서 지내”
“간첩 허위자백” 여동생의 증언
“김현희처럼 살게 해준다는 말에
오빠 간첩사건 허위증언 결심
국정원, 협조 안하면 추방 협박”
[한겨레] 이유진 기자 | 등록 : 2013.04.29 08:16
“국정원 쪽에서 ‘김현희(대한항공 858기 폭파범)를 봐라. 자기 죄를 반성하면 사람을 죽여도 나라에서 살게끔 해준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보호해준다’라는 말을 듣고 (오빠의 간첩 혐의를 허위 증언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으로 기소된 유아무개(33)씨의 여동생(26)은 자신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조사에서 허위 증언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12월 초의 일이다. 국정원이 이후 여동생 유씨가 한 허위 증언을 바탕으로 오빠 유씨의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는 게 유씨 공동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공안당국은 오빠 유씨가 여러차례 밀입북해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고 이를 도운 여동생이 자백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여동생의 진술이 수사의 출발점이었으나, 오빠 유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유씨 남매가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해 강제출국당할 수 있는 ‘화교’ 출신이라는 ‘약점’을 국정원이 악용해 남매를 간첩으로 몰아가려고 여동생을 ‘불법 감금’한 채 압박과 회유를 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한다.
유씨 남매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나고 자란 ‘재북 화교’였다. 북한에서 의학전문학교를 다녔던 오빠 유씨는 경제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2004년 한국에 들어왔다. 대학에 들어가 중문학을 배웠고 2011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돼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유씨는 가족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날로 간절해졌다. 아버지와 여동생도 이미 중국으로 넘어와 있었다. 여동생 유씨는 지난해 10월30일 한국행에 나섰다. 유씨는 여동생에게 “(탈북자로 인정받으려면) 화교라고 하지 말고 들어오라”고 했다. 여동생 유씨는 중국 여권을 버리고 탈북자라고 스스로 신고하고 국정원 합신센터에 수용돼 조사를 받아왔다.
변호인들은 조사 15일 만에 화교 신분이 드러난 여동생 유씨를 국정원이 계속 합신센터에 수용할 근거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임시보호시설인 합신센터에서의 조사는 탈북자로서 보호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화교 신분이 드러난 여동생 유씨에 대해선 ‘비보호 결정’을 내려 중국대사관에 통보하고 합신센터에서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오빠의 간첩 혐의에 대한 참고인으로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6개월 동안이나 여동생 유씨를 데리고 있었다.
오빠 유씨와 변호인단이 이를 지적하며 법원에 인신구제청구(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자유를 제한당한 개인을 구제하는 인신보호법상의 절차)를 하자 국정원은 “여동생 유씨가 스스로 보호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동생 유씨는 “국정원 쪽이 ‘너만 인정하면 오빠가 1~2년만 형을 살고 한국에서 둘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 ‘협조하지 않으면 추방해버리겠다’고 말했다”며 이런 회유·협박 때문에 합신센터에 머물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당사자 동의가 있어도 국정원에 그런 권한은 전혀 없다. 합신센터는 탈북자의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곳”이라고 반박했다.
여동생 유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머물던 합신센터의 독방은 밖에서만 문을 열 수 있었고 합신센터 내부를 산책할 때도 직원이 감시하며 따라다녔다. 그는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었다고 한다. 유씨는 “오빠를 간첩으로 만드느니 내가 죽으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며 방 안에 있던 시계 유리를 깨뜨려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달려와 미수에 그쳤다.
국정원은 끝까지 여동생 유씨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다. 법원은 26일 인신구제청구 심문에서 “자유롭게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는데, 심문 뒤에도 국정원은 1시간 반 동안 유씨에게 “일이 복잡해진다. 일단 합신센터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유씨는 24일 국정원으로부터 뒤늦게 ‘비보호 결정’을 받고 5월23일까지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유씨는 “26일까지 내가 자유롭게 거처를 옮길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중국 현지 방문을 통해 오빠 유씨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증거는 중국 연길에서 지난해 1월22일 찍은 유씨의 가족사진과 1월23일 가족·지인들과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유씨가 지난해 1월23일 밀입북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가 있다며 기소한 공안당국 주장을 뒤집는 증거다.
출처 : “국정원 직원이 늘 감시…밖에서만 열리는 방에서 지내”
“간첩 허위자백” 여동생의 증언
“김현희처럼 살게 해준다는 말에
오빠 간첩사건 허위증언 결심
국정원, 협조 안하면 추방 협박”
[한겨레] 이유진 기자 | 등록 : 2013.04.29 08:16
“국정원 쪽에서 ‘김현희(대한항공 858기 폭파범)를 봐라. 자기 죄를 반성하면 사람을 죽여도 나라에서 살게끔 해준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보호해준다’라는 말을 듣고 (오빠의 간첩 혐의를 허위 증언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탈북 서울시 공무원 간첩’으로 기소된 유아무개(33)씨의 여동생(26)은 자신이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합신센터) 조사에서 허위 증언을 하게 된 결정적인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말~12월 초의 일이다. 국정원이 이후 여동생 유씨가 한 허위 증언을 바탕으로 오빠 유씨의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는 게 유씨 공동변호인단의 주장이다. 공안당국은 오빠 유씨가 여러차례 밀입북해 탈북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겼고 이를 도운 여동생이 자백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여동생의 진술이 수사의 출발점이었으나, 오빠 유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히 유씨 남매가 탈북자로 인정받지 못해 강제출국당할 수 있는 ‘화교’ 출신이라는 ‘약점’을 국정원이 악용해 남매를 간첩으로 몰아가려고 여동생을 ‘불법 감금’한 채 압박과 회유를 했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한다.
유씨 남매는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나고 자란 ‘재북 화교’였다. 북한에서 의학전문학교를 다녔던 오빠 유씨는 경제상황이 점점 나빠지자 2004년 한국에 들어왔다. 대학에 들어가 중문학을 배웠고 2011년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돼 탈북자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유씨는 가족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날로 간절해졌다. 아버지와 여동생도 이미 중국으로 넘어와 있었다. 여동생 유씨는 지난해 10월30일 한국행에 나섰다. 유씨는 여동생에게 “(탈북자로 인정받으려면) 화교라고 하지 말고 들어오라”고 했다. 여동생 유씨는 중국 여권을 버리고 탈북자라고 스스로 신고하고 국정원 합신센터에 수용돼 조사를 받아왔다.
변호인들은 조사 15일 만에 화교 신분이 드러난 여동생 유씨를 국정원이 계속 합신센터에 수용할 근거가 없었다고 지적한다. 임시보호시설인 합신센터에서의 조사는 탈북자로서 보호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화교 신분이 드러난 여동생 유씨에 대해선 ‘비보호 결정’을 내려 중국대사관에 통보하고 합신센터에서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오빠의 간첩 혐의에 대한 참고인으로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6개월 동안이나 여동생 유씨를 데리고 있었다.
오빠 유씨와 변호인단이 이를 지적하며 법원에 인신구제청구(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자유를 제한당한 개인을 구제하는 인신보호법상의 절차)를 하자 국정원은 “여동생 유씨가 스스로 보호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동생 유씨는 “국정원 쪽이 ‘너만 인정하면 오빠가 1~2년만 형을 살고 한국에서 둘이 살 수 있게 해주겠다’, ‘협조하지 않으면 추방해버리겠다’고 말했다”며 이런 회유·협박 때문에 합신센터에 머물겠다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들은 “당사자 동의가 있어도 국정원에 그런 권한은 전혀 없다. 합신센터는 탈북자의 보호 여부를 결정한다는 목적이 분명한 곳”이라고 반박했다.
여동생 유씨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머물던 합신센터의 독방은 밖에서만 문을 열 수 있었고 합신센터 내부를 산책할 때도 직원이 감시하며 따라다녔다. 그는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었다고 한다. 유씨는 “오빠를 간첩으로 만드느니 내가 죽으면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며 방 안에 있던 시계 유리를 깨뜨려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달려와 미수에 그쳤다.
국정원은 끝까지 여동생 유씨에 대한 ‘회유’를 시도했다. 법원은 26일 인신구제청구 심문에서 “자유롭게 거취를 결정하라”고 했는데, 심문 뒤에도 국정원은 1시간 반 동안 유씨에게 “일이 복잡해진다. 일단 합신센터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유씨는 24일 국정원으로부터 뒤늦게 ‘비보호 결정’을 받고 5월23일까지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유씨는 “26일까지 내가 자유롭게 거처를 옮길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중국 현지 방문을 통해 오빠 유씨의 무죄를 입증할 증거들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증거는 중국 연길에서 지난해 1월22일 찍은 유씨의 가족사진과 1월23일 가족·지인들과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이다. 유씨가 지난해 1월23일 밀입북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가 있다며 기소한 공안당국 주장을 뒤집는 증거다.
출처 : “국정원 직원이 늘 감시…밖에서만 열리는 방에서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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