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 역사’ 진주의료원…문닫은 홍준표, 뒷짐 진 박근혜
진주의료원 폐업 ‘정부책임론’
진영장관 “업무개시 명령 어렵다”
박대통령도 암묵적 동조한 셈
34개 지방의료원 평균빚 151억원
경제논리 따지면 안심할 곳 없어
공공의료 붕괴 신호탄 우려
[한겨레] 손준현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등록 : 2013.05.29 20:10 | 수정 : 2013.05.30 15:27
103년 역사의 공공의료병원이 취임 6개월도 안된 도지사에 밀려 문을 닫았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를 공약했던 대통령이 방관하고 있는 사이, 지역민의 고통을 치유하던 공공병원의 산 역사가 막을 내렸다.
1910년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직후 진주의료원의 전신인 진주자혜원이 설립됐다. 침·뜸 등으로 병을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지역에 처음으로 서양식 병원이 생겼다. 1925년 경상남도립진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식민지 시대 의료원의 굴뚝은 진주 시내에서 가장 높아 지역의 명물이자 자존심이었다고 전해진다. 의료원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오늘에 이르도록 진주·사천·거창·산청·하동 등 서부경남 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원의 역할은 변함 없었다.
진주의료원의 103년이 지역 공공의료의 살아있는 역사였다면, 29일 진주의료원의 폐업 결정은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붕괴’라는 또다른 역사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폐업 사태가 다른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진주의료원의 폐업 논리를 따른다면 지방의료원 가운데 살아남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 지방의료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이 253억 원가량이지만, 전북 군산의료원은 416억 원, 부산의료원은 368억 원, 서울의료원은 315억 원 등으로 더 많은 부채를 짊어진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기준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부채가 없는 곳이 없고, 평균 부채가 151억 원가량이다. 또 진주의료원처럼 300병상 이상의 지방의료원의 부채는 평균 261억 원이나 된다. 진주의료원의 폐업 논리에 따르면 이들 의료원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기수익 역시 7개 의료원만 흑자를 냈고, 34개 전체 의료원의 평균은 적자가 19억 원가량이다. 정 교수는 “진주의료원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원을 폐쇄한 사례가 선례가 돼 경영 형편이 어려운 다른 의료원으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 확충을 공약했지만, 이번 진주의료원 폐업처럼 오히려 공공의료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박근혜는 후보 시절 “농어촌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방의료원을 비롯한 지역 거점 공공병원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대표격인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맞기까지 박근혜는 “도민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라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을 뿐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알아보는 시험대로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폐업 여부를 맡겨 놓고 중앙정부가 어떤 구실도 하지 않았다. 즉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충하지는 못할망정 축소시키는 것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 진영 복지부 장관은 즉각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오는 6월 4일 대통령 취임 100일과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를 비판하며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의료 확대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지방 공공의료원 폐업 결정시 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영역을 대신한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더 강화되는 게 맞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상당히 애석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에 내릴 수 있는 업무명령을 통해 진주의료원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복지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명령하는 것은 의료법상의 대상이 아니어서 행정적으로 어렵다”고 한발 뺐다. 진 장관은 “안타깝지만, 장관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막무가내 결정 앞에 복지부가 얼마나 무력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경남도가 복지부에 폐업결정 사실을 알리면서, 공문이나 전화 통보 없이 문자메시지 한통만 보낸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50분 경남도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이 복지부 담당 정책관 앞으로 문자메지시를 보내왔다. 내용은 ‘두 시간 있다 폐업한다’는 것이었다. 복지부 담당관뿐 아니라 진영 장관에게도 전화 한 통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처 : ‘103년 역사’ 진주의료원…문닫은 홍준표, 뒷짐 진 박근혜
진주의료원 폐업 ‘정부책임론’
진영장관 “업무개시 명령 어렵다”
박대통령도 암묵적 동조한 셈
34개 지방의료원 평균빚 151억원
경제논리 따지면 안심할 곳 없어
공공의료 붕괴 신호탄 우려
[한겨레] 손준현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 등록 : 2013.05.29 20:10 | 수정 : 2013.05.30 15:27
▲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29일 경찰관들과 경남도 공무원이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 앞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 진주/박종식 기자 |
103년 역사의 공공의료병원이 취임 6개월도 안된 도지사에 밀려 문을 닫았다. ‘지역 거점 공공병원 활성화’를 공약했던 대통령이 방관하고 있는 사이, 지역민의 고통을 치유하던 공공병원의 산 역사가 막을 내렸다.
1910년 일제가 국권을 침탈한 직후 진주의료원의 전신인 진주자혜원이 설립됐다. 침·뜸 등으로 병을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지역에 처음으로 서양식 병원이 생겼다. 1925년 경상남도립진주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식민지 시대 의료원의 굴뚝은 진주 시내에서 가장 높아 지역의 명물이자 자존심이었다고 전해진다. 의료원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오늘에 이르도록 진주·사천·거창·산청·하동 등 서부경남 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지역 거점 공공의료원의 역할은 변함 없었다.
진주의료원의 103년이 지역 공공의료의 살아있는 역사였다면, 29일 진주의료원의 폐업 결정은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붕괴’라는 또다른 역사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폐업 사태가 다른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 전체로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진주의료원의 폐업 논리를 따른다면 지방의료원 가운데 살아남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기준 지방의료원의 부채는 진주의료원이 253억 원가량이지만, 전북 군산의료원은 416억 원, 부산의료원은 368억 원, 서울의료원은 315억 원 등으로 더 많은 부채를 짊어진 곳도 있기 때문이다. 정백근 경상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1년 기준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부채가 없는 곳이 없고, 평균 부채가 151억 원가량이다. 또 진주의료원처럼 300병상 이상의 지방의료원의 부채는 평균 261억 원이나 된다. 진주의료원의 폐업 논리에 따르면 이들 의료원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기수익 역시 7개 의료원만 흑자를 냈고, 34개 전체 의료원의 평균은 적자가 19억 원가량이다. 정 교수는 “진주의료원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원을 폐쇄한 사례가 선례가 돼 경영 형편이 어려운 다른 의료원으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9일 오후 경남도청 회의실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담화문 발표 뒤 넥타이를 매만지며 발표장을 나서고 있다. 창원/이정아 기자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을 알아보는 시험대로 볼 수 있었다. 결국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폐업 여부를 맡겨 놓고 중앙정부가 어떤 구실도 하지 않았다. 즉 박근혜 정부는 공공의료를 확충하지는 못할망정 축소시키는 것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 진영 복지부 장관은 즉각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오는 6월 4일 대통령 취임 100일과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를 비판하며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공의료 확대를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국민에게 주는 선물이 진주의료원 폐업”이라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심각한 국민 저항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지방 공공의료원 폐업 결정시 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토록 한 지방의료원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새누리당의 반대로 발목이 잡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간병원이 공공의료 영역을 대신한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는 더 강화되는 게 맞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상당히 애석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에 내릴 수 있는 업무명령을 통해 진주의료원을 정상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복지부 장관이 지자체장에게 명령하는 것은 의료법상의 대상이 아니어서 행정적으로 어렵다”고 한발 뺐다. 진 장관은 “안타깝지만, 장관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도,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막무가내 결정 앞에 복지부가 얼마나 무력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도 있었다. 경남도가 복지부에 폐업결정 사실을 알리면서, 공문이나 전화 통보 없이 문자메시지 한통만 보낸 것이다. 이날 오전 7시 50분 경남도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이 복지부 담당 정책관 앞으로 문자메지시를 보내왔다. 내용은 ‘두 시간 있다 폐업한다’는 것이었다. 복지부 담당관뿐 아니라 진영 장관에게도 전화 한 통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처 : ‘103년 역사’ 진주의료원…문닫은 홍준표, 뒷짐 진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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