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삼성 뜻만 따르는 ‘좀비회사’
도급계약서 통해 협력업체 통제하는 ‘슈퍼갑’
[한겨레] 임인택 이정국 이형섭 기자 | 등록 : 2013.06.17 21:47 | 수정 : 2013.06.18 09:16
다른 회사와 계약할 ‘계약 자유’ 원천차단
비상식적 영업권 제한…요청 거부도 못해
시민단체 “공정법 위반…경제민주화 역행”
삼성쪽 “사장들 우리에게 월급 안받아 불법파견 말 안돼”
17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도급 및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삼성 쪽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협력업체 쪽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결국 현대자동차처럼 송사를 통해 장기간 법리 다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최병승씨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며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주요 기준을 내놓았다. 도급(하청)업체의 실체가 미약하고, 도급 노동자에 대한 업무상 지휘·감독과 근태관리 등을 원청업체가 하는 경우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위장 도급)이라는 것이다.
■ 협력업체의 실체는 있는가 민주당 등은 도급계약서 내용을 근거로 삼성이 실상 협력업체를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업체가 독립적 경영 권한이 없이 삼성의 뜻만 따르는 ‘좀비회사’라는 얘기다. 도급계약서엔 협력업체가 삼성전자서비스와만 업무계약을 맺도록 한 ‘수임의 제한’(18조) 규정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의 포괄적 자료열람 청구, 경영현황 설명회 참석·발언, 하청 직원 교육 권한 등을 명시한 ‘지도 및 협력’(14조) 규정 등이 담겨 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이런 비상식적 행위가 협력회사의 어떤 저항도 없이 버젓이 이뤄진 자체가 협력업체가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위장 도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협력업체 사장의 권한도 중요하다. 민주당 등은 “협력업체 사장 대부분이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출신으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월급제 사장일 뿐”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중 서비스 출신이 62%로, 협력사 사장들이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사장이 (우리에게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불법파견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영국 변호사는 “사장이 삼성 출신이 아닌 경우도 도급계약서의 내용이나 원청의 경영 및 인사권에 대한 통제 등을 볼 때 (협력업체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업무지휘·근태관리는 누가 했나 민주당과 민변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지휘를 받아 서비스센터에서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 노동을 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수리 서비스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삼성 주장 6000여명)이 특히 그렇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의 수리 기사들에게 지급한 피디에이(PDA)를 통해 업무지시(문자메시지)도 수시로 내렸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의 불법파견 판결을 내릴 때 주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본 ‘컨베이어벨트 작업구조’만 없을 뿐, 협력업체의 수리 기사는 서비스센터의 정규직 수리 기사와 동일한 내·외근 업무를 수행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의 경우, 건물은 1층 삼성디지털프라자 매장, 2층 서비스센터, 3층 자재실·지점 사무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비스센터에서는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들, 접수·민원을 상담하는 파견직 노동자가 혼재해 있다. 물론 건물과 외근 기사들이 사용하는 영수증 발행기, 내근 직원들의 컴퓨터 등 필수 기자재 모두 삼성 소유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원청의 교육을 받아야 채용도 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위장 운영 사례’ 자료를 보면, 신입은 석달, 경력은 4일짜리 교육을 받아야 삼성 쪽에서 사원코드를 부여받는다. 사원코드가 없으면 근무 자체가 불가능해, 실상 삼성이 이들의 채용을 결정하는 구조다. 민주당은 “서비스의 모든 수수료는 일단 원청이 지정하고, 원청으로 입금된다. 이를 집계해 원청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임금을 실질적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쪽은 “당사가 엔지니어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으며 (협력업체) 사장, 팀장과만 업무내용을 공유한다. 협력사는 경영 측면뿐만 아니라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채용은 (협력업체) 사장이 실시한다”고 해명했다.
■ 불법파견 뒤에는 ‘슈퍼갑질’ 이번에 공개된 도급계약서상 나타난 삼성전자서비스의 행태는 ‘갑’을 넘어선 ‘슈퍼갑’의 지위를 이용한 하청업체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횡포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내세운 매우 위법한 영업권 제한 행위로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혹여 도급계약서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독소·강제조항으로 가득 차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게 민주당과 민변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와 협력업체 사이의 2013년도 업무계약서를 보면, 협력업체가 다른 회사와 업무 계약을 맺으려면 삼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흔드는 ‘계약의 자유’를 기업 스스로 차단하는 동시에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격이다. 삼성 쪽이 요청하는 각종 회사 자료에 대해 협력업체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도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제조업서 서비스업으로 확산
삼성 협력업체들 노조결성 내비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등 벌일것”
[한겨레] 이정국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3.06.17 21:47 | 수정 : 2013.06.18 09:16
17일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의 실태를 상기시킨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주로 발견되던 불법파견 문제가 서비스 업종에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우리 사회가 ‘나쁜 일자리 지뢰밭’으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을 준 서비스 직무의 상당 부분은 파견 허용 대상 업종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합법적 파견이 가능한데도 굳이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을 선택한 이유에 궁금증이 이는 대목이다. 노동계에서는 삼성 쪽이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등 각종 노동 관련법이 규정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고용 형태를 선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견 기간 2년을 넘긴 노동자를 원청 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협력업체의 지위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총무부서나 노무부서 정도밖에 안 된다.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적인 사용 주체는 삼성전자서비스로 보인다. 직접 고용에 따른 각종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위장도급이다”라고 지적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이번 불법파견 의혹은 조세회피와 유사한 고용회피다. 국내에 고용피난처를 만든 셈이다. 통상적인 노동법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같은 경제법으로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협력업체 노동자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들어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게 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들 가운데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그동안 제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된 불법파견이 서비스업에서 발견된 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계는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문제를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었지만, 이미 많은 서비스 직종에서 불법파견이 진행돼 왔다고 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의 이성종 정책실장은 “최근 정수기나 비데의 사후관리, 보일러 수리 등을 하는 노동자들 상당수가 위장도급 상황에 놓여 있다. 불법파견은 결국 사용자의 고용회피이므로 이들을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번 불법 파견 의혹으로 인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적지 않은 균열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해당 협력업체 직원들이 노조 결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결성을 주도하다 해고된 전국금속노조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은 “몇몇 노동자들로는 삼성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치권·시민사회 등과 함께 노조 결성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 향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등에 대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불법파견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삼성 뜻만 따르는 ‘좀비회사’
도급계약서 통해 협력업체 통제하는 ‘슈퍼갑’
[한겨레] 임인택 이정국 이형섭 기자 | 등록 : 2013.06.17 21:47 | 수정 : 2013.06.18 09:16
▲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오른쪽 셋째)과 은수미 민주당 의원(오른쪽 둘째)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
다른 회사와 계약할 ‘계약 자유’ 원천차단
비상식적 영업권 제한…요청 거부도 못해
시민단체 “공정법 위반…경제민주화 역행”
삼성쪽 “사장들 우리에게 월급 안받아 불법파견 말 안돼”
17일 삼성전자서비스의 위장 도급 및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삼성 쪽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협력업체 쪽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해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결국 현대자동차처럼 송사를 통해 장기간 법리 다툼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최병승씨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며 불법파견 여부를 판단할 주요 기준을 내놓았다. 도급(하청)업체의 실체가 미약하고, 도급 노동자에 대한 업무상 지휘·감독과 근태관리 등을 원청업체가 하는 경우 도급이 아니라 불법파견(위장 도급)이라는 것이다.
위장 도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 협력업체 사장의 권한도 중요하다. 민주당 등은 “협력업체 사장 대부분이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출신으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월급제 사장일 뿐”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 중 서비스 출신이 62%로, 협력사 사장들이 실질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사장이 (우리에게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불법파견이라는 말이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영국 변호사는 “사장이 삼성 출신이 아닌 경우도 도급계약서의 내용이나 원청의 경영 및 인사권에 대한 통제 등을 볼 때 (협력업체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업무지휘·근태관리는 누가 했나 민주당과 민변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업무지휘를 받아 서비스센터에서 정규직 직원들과 동일 노동을 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수리 서비스 업무를 하는 협력업체 직원 1만여명(삼성 주장 6000여명)이 특히 그렇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의 수리 기사들에게 지급한 피디에이(PDA)를 통해 업무지시(문자메시지)도 수시로 내렸다. 대법원이 2010년 현대차의 불법파견 판결을 내릴 때 주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로 본 ‘컨베이어벨트 작업구조’만 없을 뿐, 협력업체의 수리 기사는 서비스센터의 정규직 수리 기사와 동일한 내·외근 업무를 수행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의 경우, 건물은 1층 삼성디지털프라자 매장, 2층 서비스센터, 3층 자재실·지점 사무실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비스센터에서는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들, 접수·민원을 상담하는 파견직 노동자가 혼재해 있다. 물론 건물과 외근 기사들이 사용하는 영수증 발행기, 내근 직원들의 컴퓨터 등 필수 기자재 모두 삼성 소유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원청의 교육을 받아야 채용도 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위장 운영 사례’ 자료를 보면, 신입은 석달, 경력은 4일짜리 교육을 받아야 삼성 쪽에서 사원코드를 부여받는다. 사원코드가 없으면 근무 자체가 불가능해, 실상 삼성이 이들의 채용을 결정하는 구조다. 민주당은 “서비스의 모든 수수료는 일단 원청이 지정하고, 원청으로 입금된다. 이를 집계해 원청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임금을 실질적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 쪽은 “당사가 엔지니어에 대해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으며 (협력업체) 사장, 팀장과만 업무내용을 공유한다. 협력사는 경영 측면뿐만 아니라 인사관리 측면에서도 완전히 독립된 회사로 채용은 (협력업체) 사장이 실시한다”고 해명했다.
■ 불법파견 뒤에는 ‘슈퍼갑질’ 이번에 공개된 도급계약서상 나타난 삼성전자서비스의 행태는 ‘갑’을 넘어선 ‘슈퍼갑’의 지위를 이용한 하청업체 탄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수미 의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횡포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내세운 매우 위법한 영업권 제한 행위로 정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혹여 도급계약서를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독소·강제조항으로 가득 차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게 민주당과 민변의 주장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부산 동래센터와 협력업체 사이의 2013년도 업무계약서를 보면, 협력업체가 다른 회사와 업무 계약을 맺으려면 삼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흔드는 ‘계약의 자유’를 기업 스스로 차단하는 동시에 시장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격이다. 삼성 쪽이 요청하는 각종 회사 자료에 대해 협력업체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거부할 수도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한 공정거래법 또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파견과 도급
파견은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가 또다른 회사(사용사업주)에 가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사업주는 파견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견기간이 2년이 넘으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반면 도급은 채용의 형태가 아닌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민법상 계약이다. 보통 원청·하청으로 표현한다. 노동자는 원청(도급)업체에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채용부터 업무의 지시·감독 등은 자신이 속한 하청(수급)회사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만약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감독을 하거나 하청업체의 경영권이 실체가 없을 경우, 이는 실질적인 파견 노동으로 보는 것이 현재 판례의 태도다. 원청업체가 파견 노동에 따른 각종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파견은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가 또다른 회사(사용사업주)에 가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사업주는 파견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파견기간이 2년이 넘으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반면 도급은 채용의 형태가 아닌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민법상 계약이다. 보통 원청·하청으로 표현한다. 노동자는 원청(도급)업체에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채용부터 업무의 지시·감독 등은 자신이 속한 하청(수급)회사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만약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지시·감독을 하거나 하청업체의 경영권이 실체가 없을 경우, 이는 실질적인 파견 노동으로 보는 것이 현재 판례의 태도다. 원청업체가 파견 노동에 따른 각종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도급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불법파견, 제조업서 서비스업으로 확산
삼성 협력업체들 노조결성 내비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등 벌일것”
[한겨레] 이정국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3.06.17 21:47 | 수정 : 2013.06.18 09:16
17일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의 실태를 상기시킨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주로 발견되던 불법파견 문제가 서비스 업종에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우리 사회가 ‘나쁜 일자리 지뢰밭’으로 걸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을 준 서비스 직무의 상당 부분은 파견 허용 대상 업종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합법적 파견이 가능한데도 굳이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을 선택한 이유에 궁금증이 이는 대목이다. 노동계에서는 삼성 쪽이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 등 각종 노동 관련법이 규정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고용 형태를 선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견 기간 2년을 넘긴 노동자를 원청 회사가 직접 고용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피해가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협력업체의 지위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총무부서나 노무부서 정도밖에 안 된다. 협력업체 직원의 직접적인 사용 주체는 삼성전자서비스로 보인다. 직접 고용에 따른 각종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위장도급이다”라고 지적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이번 불법파견 의혹은 조세회피와 유사한 고용회피다. 국내에 고용피난처를 만든 셈이다. 통상적인 노동법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같은 경제법으로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협력업체 노동자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들어가 불법파견 판정을 받게 되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들 가운데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
그동안 제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된 불법파견이 서비스업에서 발견된 점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계는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문제를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었지만, 이미 많은 서비스 직종에서 불법파견이 진행돼 왔다고 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의 이성종 정책실장은 “최근 정수기나 비데의 사후관리, 보일러 수리 등을 하는 노동자들 상당수가 위장도급 상황에 놓여 있다. 불법파견은 결국 사용자의 고용회피이므로 이들을 빨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번 불법 파견 의혹으로 인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적지 않은 균열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해당 협력업체 직원들이 노조 결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결성을 주도하다 해고된 전국금속노조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은 “몇몇 노동자들로는 삼성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치권·시민사회 등과 함께 노조 결성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 향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등에 대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불법파견 의혹’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는 삼성 뜻만 따르는 ‘좀비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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