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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나는 분노한다 ②]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 인터뷰 ②

"중노릇 못한다 해도 총무원장 출마할 수 있다"
[나는 분노한다 ②]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 인터뷰 ②
[오마이뉴스] 김병기, 유성호 | 13.07.04 17:39 | 최종 업데이트 13.07.04 20:17


▲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종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전처럼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오는 10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출마한다며 나도 당락에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다"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이전처럼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오는 10월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출마한다면 나도 당락에 상관없이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종교가 세상 사람들에게 오아시스처럼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 썩은 물이 된다면 사회악을 정화하는 차원에서 제 역할을 할 겁니다. 조계종의 썩은 살을 도려내 새살을 내야합니다.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개혁적 변화조차 바랄 수 없는 지경이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의 총무원장 출사표다. 단, 전제가 있다. 자승원장 체제의 인물이 아니라 상식적인 차원의 개혁성이라도 가진 사람이 나온다면 이 출사표를 거둬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또 도박사건 이후 해체를 선언한 계파들, 즉 조계종 내 화엄회, 무량회와 무당파가 이합집산을 통한 '3당 합당'으로 특정 후보를 추대하려는데, 이런 움직임도 스님은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MB정권 출범을 도운 자가..."

명진 스님 인터뷰-종단 문제 단지불회 회주 명진 스님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종단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그는 "최근 자승 원장이 '마음을 비웠다'고 말했는데, 주변에서는 그가 또 출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면서 "그는 조계종 종회의장 신분으로 이명박 선거캠프의 747지원단 상임고문을 맡으면서 MB정권 출범을 도운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승 원장은 그 뒤에 봉은사를 압박해서 직영사찰로 만들면서 분란을 일으켰고 도박사건으로 조계종에 먹칠을 했다"면서 "종회의원을 지낸 나도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잘못과 조계종단의 비리를 다 덮고 '자정과 쇄신' '화쟁'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속이면서 실제로는 계파끼리 권력을 나눠먹고 갈라먹은 게 지난 4년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같이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서로 협박해서 종회의원 자리도 얻고, 측근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협박해서 국가 기관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도박사건을 보도한 기자를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그 자리에 20명의 스님들이 있었는데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도박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계파들이 또다시 모인다고 합니다. 죽은 계파들이 통합한다고 하는데, 무슨 강시도 아니면서 또다시 갈라먹기 위해 귀신들이 모인 것입니다.

종단 선거날인 10월 10일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중노릇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출마할 수도 있습니다. 그 뒤 조계종단에 이름이 얹혀있는 게 부끄럽다면 중노릇 포기할 것입니다."


그는 이 말에 앞서 우리 시대 종교의 현주소에 대해 길게 탄식했다. 그의 말을 요약했다.


"인과응보 안 믿는 중, 지옥 무서워하지 않는 목사"

"우리 시대, 종교란 뭔가요? 절집 안에서는 인과응보를 안 믿는 놈은 중도 아니다, 불자도 아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독교식으로 이야기하면 하나님 말씀을 믿고 착한 일을 하면 천당 가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하죠. 그런데 인과응보를 신도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정작 인과응보를 안 믿는 놈들이 중들입니다. 대형교회 목사들이 교회를 자식들에게 세습하고 온갖 부도덕한 일과 비리를 저질러 처벌받습니다. 신자들에게 매일 지옥을 이야기하면서 지옥을 제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목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말세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가치와 도덕이 무너졌습니다. 정치에서는 법과 원칙이 무너졌습니다. 종교 자체도 물질의 노예가 됐습니다. 대신 밥과 반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종말은 지구 멸망이 아닙니다. 인간의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이야말로 종말입니다.

종교는 철학, 윤리, 신앙 세 가지로 굴러갑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철학적 질문과 윤리가 필요하죠. 계율과 믿음이 필요합니다. 종교는 세속과 거리를 두지 않는다고 하는데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욕망과 거리를 둔다는 것입니다. 가치의 삶, 도덕의 삶으로 정화하는 게 종교의 역할인데 대한민국 조계종은 철학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나요? 제 자신도 자성을 합니다.

썩는 냄새가 펄펄 나는 신기루 같은 게 지금의 종교입니다. 전혀 종교적이지 못한 곳이 조계종입니다. 또다시 계파끼리 갈라먹기를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를 안 할 것입니다. 출가 집단이 아닌 재가불자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 바뀌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남은 세월동안 그런 노력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명진 스님은 요즘 책을 집필하고 있다. 개인적인 수행 과정을 그린 <스님은 사춘기>(이솔 출판)와 이명박 정권 시대의 사회비판서인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서이독경>(말글 빛냄 출판)를 잇는 책이다. 내년 봄에 출간할 예정이란다.

단지불회 회주이기도 한 그는 또 매월 한 번씩 서울 성동구청 수련관에서 법회를 열고 있다.


출처 :"중노릇 못한다 해도 총무원장 출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