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기고] 국정원 대선 개입, 최종 책임자는

[기고] 국정원 대선 개입, 최종 책임자는
[경향신문] 조배숙 변호사 | 입력 : 2013-07-07 21:22:39 | 수정 : 2013-07-07 23:12:57


▲ 조배숙 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때이다. 지난 2일부터 국회의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여태까지 국정조사는 조사권의 한계 때문에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상대에 대한 힘겨루기식 정치적 성토장으로 전락해 아무 성과없이 끝나는 정치적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본질은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인 국정원과 경찰이 본분을 망각하고 집권 여당의 후보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이에 대한 수사결과 역시 거짓발표를 함으로써 대선국면을 집권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사실상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과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많은 민주시민들의 민주화항쟁과 희생으로 군사독재시대를 청산하고 언론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법치주의가 시행되는 민주사회를 이루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은 권력의 은밀한 곳에서 이러한 자긍심을 짓밟는 파괴행위가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처럼 총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기관 담당자들의 담합에 의해 합법을 가장한 행위로도 얼마든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가기관이 우리사회의 어느 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공권력과 신뢰를 갖고 있는 것은 그 권력의 원천이 법률에 있고 그 공권력 행사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공동체의 선한 가치를 위해 행사되는 도덕적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국정원, 경찰이 집권 여당 후보를 돕기위해 그 권력을 편파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이는 우리 공동체의 기본적인 규범을 훼손한 것으로 국기문란사건이다.

대선 투표일을 2~3일 앞두고 열린 후보 간 토론회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사건의 의혹을 제기한 문재인 후보에게 만약 문 후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런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해 12월17일 국정원 회의에서 경찰 수사발표로 박근혜 후보의 박빙열세가 박빙우세로 전환했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결국 100만여표 차이로 박 후보가 승리했다. 국정원과 경찰이 공모해 순수한 국민을 우롱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박 후보를 편든 것이다. 만약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객관적으로 철저히 수사하고 공정하게 발표했다면 반대의 결과도 충분히 가능했다고 본다. 이러한 가정하에 민주당과 이를 지지한 국민들은 정권을 도둑맞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자! 이제 국정원과 경찰의 잘못이 드러났으니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대선 때 문재인 후보에게 했던 말에 대해 대답해야 한다. 본인은 무관하다고 하겠지만 국정원과 경찰의 잘못으로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고 어쩌면 그들은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옳지 못한 방법을 통해서, 즉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된 상황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국민들에게 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책임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와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지? 본인은 몰랐다는 것은 변명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사태에 대해 불법행위의 결과적 수혜자로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원칙을 생명처럼 여기는 분이므로 이에 대한 대처도 남달라야 한다. 박 대통령이 평소 소신에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거두고 싶지 않다.


출처 : [기고] 국정원 대선 개입, 최종 책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