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조·CJ 햄...애들한테 이럴 수 있나
서울환경운동연합, 유전자콩 함유 햄·소시지 명단 발표
[오마이뉴스] 이지현 | 11.03.09 12:30 l 최종 업데이트 11.03.09 14:35
기후 변화 영향으로 곡물가격 급등, 게다가 구제역, 조류독감까지… 식품안전 불안감 상승
정부와 기업은 먹을거리 사건·사고 발생 때만 식품안전 약속,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진 않아 먹을거리 불안의 시대, 정부는 밥상 안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이들 밥 먹이기 참 힘들다. 채소, 잡곡류 등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고기반찬이나 햄, 계란 요리 등 아이들이 즐겨먹는 반찬 한두 가지 없이 밥상을 차렸다간 영락없이 퇴짜다. 요즘은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 쇠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고기 값뿐만 아니다. 젖소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제품도 뛰었다. 조류독감 영향으로 닭고기에 계란까지 값이 오르고 있다.
이런 때, 엄마들이 손쉽게 먹일 수 있는 제품 중 하나가 육가공품인 햄과 소시지다. 최근엔 햄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식품첨가물을 대폭 줄였다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엄마들은 식품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대기업 제품 이름을 보고 햄이나 소시지를 구입해서 밥상에 올린다.
그런데, 이들 회사의 햄·소시지 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원료를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햄·소지시에 유전자조작 원료가 사용되었다고? 고기를 기본 원료로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육가공품에 유전자조작 원료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햄·소시지 제품 6개에서 유전자조작 콩 검출
우선, 조사 배경을 살펴보자. 유전자조작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008년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분을 생산하는 기업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식용으로 대량 수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 강화를 요구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등으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상당히 높았을 시기였다. 때문에 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안심 식품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여러 대책들을 발표했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 강화였다. 당시 정부는 마치 표시제 법이 개정이라도 된 것처럼 보도하고 나섰었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는 결국 국내 시스템 미비, 기업 반대 등에 부딪혀 결국 강화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유전자조작원료 사용 여부를 직접 조사해 시민들에게 공개해 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누리꾼 모금을 통해 조사비용을 마련해 왔다. 처음엔 200만 원을 모금해 세계적으로 유통이 우려되고 있는 유전자조작 쌀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결과는 다행히 국내 가공식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서울환경연합은 조사 결과를 모금에 참여한 누리꾼들에게 공개하고 바로 2차 모금을 시작했다. 2차 모금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에 힘입어 열흘 만에 300만 원이 모금되었다. 2차 조사는 햄·소시지 제품을 선택했다. 햄·소시지에 유전자조작원료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점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분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로 만들었을 가능성이고, 다음은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분리대두단백에 유전자조작 콩을 사용했을 수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대형유통매장에서 수거한 햄, 소시지 24개 제품 중 6개 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콩이 검출되었다. 분리대두단백(ISP)이 그 원인이었는데, 검출된 분리대두단백은 제초제저항성을 띠고 있는 '라운드업 레디 콩(Roundup Ready Soybean)'이라는 몬산토 사의 콩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싼 '프리미엄 햄'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일명 '프리미엄 햄'들에서는 유전자조작 원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사가 원료의 유전자조작 여부를 이미 알고 있었고,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햄을 만들 때 유전자조작원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채식주의자들이 즐겨먹은 콩단백으로 만든 햄에 유전자조작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강화되지 않은 지금의 표시제 법으로도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원료 중 상위 5개 품목에 대해서는 유전자조작원료 사용 시 표시하게 되어있다. 콩단백으로 만든 햄은 주원료가 콩단백이어서 유전자조작원료 사용여부를 표시해야 하나, 이 제품에서는 표시하지 않았다.
지금 전 세계는 먹을거리 위기에 처해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전염병의 확산도 원인이지만, 심각해진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저하는 이미 곡물가격 급등 현상을 낳고 있다. 세계에서는 이미 2008년 있었던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 재현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작년에 배춧값 폭등 현상을 겪은 바 있다. 고유가에 물가도 오르고 있고, 식품 원자재값 상승에 먹을거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먹을거리 위기 시대에 지금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밥상안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불량만두 파동, 멜라민 파동,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파동, 유전자조작 옥수수 대량 수입에 따른 시민 저항 등 큰 사건·사고에 직면하면 식품안전특별위원회를 만든다, 표시제를 강화한다, 집단 소송제를 도입한다는 등 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항상 그 약속을 잘 지켜지지 않았고 그래서 식품안전대책은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 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늘 반복하는 경제적인 이유 외에 소비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고 말할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꼭 식품유통과정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를 통해 표시되는 제도로 유전자조작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 왜나면 이렇게 강화된다는 것은 제조 전 과정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제도로 보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 시기에는 항상 서민들의 밥상은 더 위험하다. 국민 모두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정부는 식품안전정책의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지현 기자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입니다.
출처 :롯데·사조·CJ 햄...애들한테 이럴 수 있나
서울환경운동연합, 유전자콩 함유 햄·소시지 명단 발표
[오마이뉴스] 이지현 | 11.03.09 12:30 l 최종 업데이트 11.03.09 14:35
▲ 롯데햄에서 만든 '김밥속햄'과 '한입애 베이컨' ⓒ 롯데햄 |
기후 변화 영향으로 곡물가격 급등, 게다가 구제역, 조류독감까지… 식품안전 불안감 상승
정부와 기업은 먹을거리 사건·사고 발생 때만 식품안전 약속,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진 않아 먹을거리 불안의 시대, 정부는 밥상 안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이들 밥 먹이기 참 힘들다. 채소, 잡곡류 등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는 건 알지만, 고기반찬이나 햄, 계란 요리 등 아이들이 즐겨먹는 반찬 한두 가지 없이 밥상을 차렸다간 영락없이 퇴짜다. 요즘은 구제역 때문에 돼지고기, 쇠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고기 값뿐만 아니다. 젖소도 예외는 아니어서 유제품도 뛰었다. 조류독감 영향으로 닭고기에 계란까지 값이 오르고 있다.
이런 때, 엄마들이 손쉽게 먹일 수 있는 제품 중 하나가 육가공품인 햄과 소시지다. 최근엔 햄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식품첨가물을 대폭 줄였다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엄마들은 식품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대기업 제품 이름을 보고 햄이나 소시지를 구입해서 밥상에 올린다.
그런데, 이들 회사의 햄·소시지 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원료를 사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햄·소지시에 유전자조작 원료가 사용되었다고? 고기를 기본 원료로 식품첨가물을 넣어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육가공품에 유전자조작 원료가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햄·소시지 제품 6개에서 유전자조작 콩 검출
▲ 국내 유통 햄·소시지 24개 제품의 유전자조작 콩 사용여부. ⓒ 서울환경연합 |
우선, 조사 배경을 살펴보자. 유전자조작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2008년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분을 생산하는 기업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를 식용으로 대량 수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 강화를 요구했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등으로 인해 식품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상당히 높았을 시기였다. 때문에 정부는 이런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안심 식품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여러 대책들을 발표했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 강화였다. 당시 정부는 마치 표시제 법이 개정이라도 된 것처럼 보도하고 나섰었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는 결국 국내 시스템 미비, 기업 반대 등에 부딪혀 결국 강화되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유전자조작원료 사용 여부를 직접 조사해 시민들에게 공개해 오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누리꾼 모금을 통해 조사비용을 마련해 왔다. 처음엔 200만 원을 모금해 세계적으로 유통이 우려되고 있는 유전자조작 쌀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결과는 다행히 국내 가공식품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 서울환경연합은 조사 결과를 모금에 참여한 누리꾼들에게 공개하고 바로 2차 모금을 시작했다. 2차 모금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에 힘입어 열흘 만에 300만 원이 모금되었다. 2차 조사는 햄·소시지 제품을 선택했다. 햄·소시지에 유전자조작원료가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곳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점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분이 유전자조작 옥수수로 만들었을 가능성이고, 다음은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분리대두단백에 유전자조작 콩을 사용했을 수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대형유통매장에서 수거한 햄, 소시지 24개 제품 중 6개 제품에서 유전자조작 콩이 검출되었다. 분리대두단백(ISP)이 그 원인이었는데, 검출된 분리대두단백은 제초제저항성을 띠고 있는 '라운드업 레디 콩(Roundup Ready Soybean)'이라는 몬산토 사의 콩인 것으로 밝혀졌다.
비싼 '프리미엄 햄'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 유전자조작 콩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씨제이제일제당의 '영양쏙쏙 김밥햄'과 사조대림의 '숯불구이맛 김밥햄', 신라수산(유통업체는 씨제이제일제당)의 '알찬소시지'. ⓒ CJ·사조대림 |
이 결과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또 있다. 요즘 출시되고 있는 일명 '프리미엄 햄'들에서는 유전자조작 원료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사가 원료의 유전자조작 여부를 이미 알고 있었고,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점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햄을 만들 때 유전자조작원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채식주의자들이 즐겨먹은 콩단백으로 만든 햄에 유전자조작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강화되지 않은 지금의 표시제 법으로도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원료 중 상위 5개 품목에 대해서는 유전자조작원료 사용 시 표시하게 되어있다. 콩단백으로 만든 햄은 주원료가 콩단백이어서 유전자조작원료 사용여부를 표시해야 하나, 이 제품에서는 표시하지 않았다.
지금 전 세계는 먹을거리 위기에 처해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 전염병의 확산도 원인이지만, 심각해진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저하는 이미 곡물가격 급등 현상을 낳고 있다. 세계에서는 이미 2008년 있었던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 재현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작년에 배춧값 폭등 현상을 겪은 바 있다. 고유가에 물가도 오르고 있고, 식품 원자재값 상승에 먹을거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유전자조작 콩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사조남부햄(유통업체 이마트)의 '스마트 이팅 고단백 콩 비엔나'. ⓒ 사조남부햄 |
이번에는 꼭 식품유통과정의 철저한 조사와 관리를 통해 표시되는 제도로 유전자조작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 왜나면 이렇게 강화된다는 것은 제조 전 과정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제도로 보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 시기에는 항상 서민들의 밥상은 더 위험하다. 국민 모두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정부는 식품안전정책의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지현 기자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입니다.
출처 :롯데·사조·CJ 햄...애들한테 이럴 수 있나
'세상에 이럴수가 > 먹을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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