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뒤 역사 교과서에 나올 일…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국정원 사건 규탄’ 촛불들에 묻다
[한겨레] 글·사진 김효실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8.04 20:16 | 수정 : 2013.08.04 20:30
여당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
고교생인 나에게도 뻔해 보여
■ “같은 또래 고등학생들 시국선언에 나는 나라 위해 뭐 하나 하는 생각 들어”
① 이시헌(17·고2)·서울 강남구
② 같은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나왔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친구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문화제 참가는 처음이다. 사실 내가 촛불 하나 드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③ 처음엔 국정원 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뉴스에도 많이 안 나왔으니까.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정원이 진짜 대선에 개입하는 글을 쓰고 경찰이 그 사실을 은폐했을 줄은 몰랐다. 요즘엔 친구들이랑 ‘국정원 사건은 10년 후에 역사 교과서에 나올 일’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사건이라고 본다.
④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벌어질 때 가장 화가 났다. 국정원 사건을 가리기 위한 ‘물타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고등학생인 나에게도 뻔히 보였다. 언론도 문제다. 국정원 사건은 보도하지 않던 언론이 엔엘엘 문제는 엄청나게 크게 보도한다. 국정원 사건은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단독회담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또 이번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이 계속 침묵만 지키면
국민들 ‘뭔가 찔리는 게 있나’ 생각
■ “남자친구와 처음 든 촛불,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해요”
① 서창원(30)·서울 관악구/김보람(26)·서울 구로구
② 둘 다 이번에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다. 그동안 ‘촛불로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의심스러워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안이 워낙 중대한데다 집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뭐라도 하자고 해서 둘이 함께 나오게 됐다.
③ 국정원 선거개입 당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정권연장을 위한 시도로 읽힌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개입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는 거다. 만약 모든 게 사실이라면 부정선거가 된다. 하루빨리 관련된 사실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④ 언론이나 경찰이 무엇이 사실인지 속시원하게 밝혀주지 않는데다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게 답답했다. 국정조사를 해야 할 새누리당 의원들은 휴가나 가고, 박근혜 대통령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묵묵부답이다.
⑤ 이번 사안은 국정원이 자체 정화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닌가. 그런 집단에 ‘알아서 개혁하라’고 하는 걸 보고 박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박 대통령 당선은 국정원이 개입해서 영향을 미친 결과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박 대통령이 침묵만 지키면 ‘뭔가 찔리는 게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확실한 입장 표명을 했으면 한다.
문제점 많다고 인식하면서도
체념하는 사람 많아 안타까워
■ “휴가 내고 든 촛불, 더 많이 모일 때까지 꾸준히 나와야죠”
① 이동금(31·직장인)·서울 영등포구
② 이번이 두번째다. 두번 다 혼자 왔다. 어제부터 여름휴가다. 그동안 직장일로 참여를 잘 하지 못했다. 야근이나 출장이 많다. 이번에는 휴가를 맞아 마음 편히 나왔다.
③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혜택’을 본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야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오늘 모인 인원 정도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주위를 보면 문제라고는 인식하면서도 ‘변화를 줄 방법이 없다’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때까지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④ 국정원에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가장 화가 난다. 대통령은 한번 뽑고 나면 웬만해선 물릴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런 대선에서 뽑힌 대통령이 자신은 상관없는 것처럼 발뺌만 하고 있으니 이상하다. 사건 조사도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아 답답했다. 국정조사는 ‘조사’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렵다.
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게 명백하니, 관련자 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지고 나설 필요가 있다.
언론서 조용해 촛불 적다 생각
나와보니 정의 살아있다 느껴
■ “독재 시절을 다시 살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죠”
① 김병수(71)·서울 강서구
② 지금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역사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을 모아 큰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평소 동네에서 어울리던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왔다. 언론에서 너무 조용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아직 정의가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③ 국정원 사건은 국가 기강을 흔든 사건이다. 이래서 다른 나라에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독재정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④ 끊임없이 이번 사건을 숨기려고 하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들은 듣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국정조사에서조차 정략적인 모습만 보였다. 보수언론 역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말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자신의 잘못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⑤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빈다.
촛불소식 주로 인터넷서 들어
댓글 증거인멸 영상 보고 놀라
■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촛불 들어요”
① 정화영(33)·경기 안산시
② 3살배기 딸, 남편과 함께 왔다. 이번이 세번째 참여다. 촛불집회 소식은 주로 인터넷 언론과 팟캐스트에서 들었다.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왕복 3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면 국정원 선거개입 사안이 심각해서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는 걸 알게 되는데, 지상파 방송에서는 등장하지 않더라. 인터넷은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보니까 직접 거리 문화제에 참여해서 다른 시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③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엄청난 사건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한 게 아닌가.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미 대통령이 뽑혔고 촛불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보고 촛불집회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이런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④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내려보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 증거인멸 상황을 포착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고 놀랐다. 이를 국정원 선거개입의 믿을 만한 증거라고 여겼는데, 이후 정치권의 무책임한 대응과 청와대 쪽의 침묵은 실망스러웠다.
⑤ 박 대통령이 정말 잘못한 게 없다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사건 책임자들과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빨리 끄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사안으로 번져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니, 그 전에 박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출처 : “10년뒤 역사 교과서에 나올 일…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국정원 사건 규탄’ 촛불들에 묻다
[한겨레] 글·사진 김효실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3.08.04 20:16 | 수정 : 2013.08.04 20:30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정치공작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성난 촛불’이 끊이지 않는다. 국정조사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야당까지 원외투쟁에 나선 뒤 첫 주말을 맞은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은 촛불을 든 시민 3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3000명)으로 가득 찼다. 한여름의 더위와 예고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도 시민들의 참여를 막지 못했다. 아이의 고사리손을 붙잡은 부모, 휴가와 방학을 맞은 직장인·대학생 등이 모두 한목소리로 ‘훼손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외쳤다. 무엇이 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낸 것일까? <한겨레>는 다양한 연령·계층의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공통 질문을 던져봤다. 글·사진 김효실 정환봉 기자
■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던진 질문
① 이름(나이)·사는 곳
②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는?
③ 국정원 사건에 대한 생각은?
④ 지금 가장 분노하는 것은?
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던진 질문
① 이름(나이)·사는 곳
②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는?
③ 국정원 사건에 대한 생각은?
④ 지금 가장 분노하는 것은?
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나온 이시헌군(왼쪽) |
고교생인 나에게도 뻔해 보여
■ “같은 또래 고등학생들 시국선언에 나는 나라 위해 뭐 하나 하는 생각 들어”
① 이시헌(17·고2)·서울 강남구
② 같은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나왔다.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 친구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는데 나는 무엇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문화제 참가는 처음이다. 사실 내가 촛불 하나 드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③ 처음엔 국정원 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뉴스에도 많이 안 나왔으니까.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정원이 진짜 대선에 개입하는 글을 쓰고 경찰이 그 사실을 은폐했을 줄은 몰랐다. 요즘엔 친구들이랑 ‘국정원 사건은 10년 후에 역사 교과서에 나올 일’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사건이라고 본다.
④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벌어질 때 가장 화가 났다. 국정원 사건을 가리기 위한 ‘물타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 고등학생인 나에게도 뻔히 보였다. 언론도 문제다. 국정원 사건은 보도하지 않던 언론이 엔엘엘 문제는 엄청나게 크게 보도한다. 국정원 사건은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⑤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단독회담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책임있는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또 이번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연인 사이인 서창원(왼쪽)·김보람씨 |
국민들 ‘뭔가 찔리는 게 있나’ 생각
■ “남자친구와 처음 든 촛불,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해요”
① 서창원(30)·서울 관악구/김보람(26)·서울 구로구
② 둘 다 이번에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다. 그동안 ‘촛불로 달라지는 게 있을까’ 의심스러워 참여하지 못했다. 그런데 사안이 워낙 중대한데다 집에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뭐라도 하자고 해서 둘이 함께 나오게 됐다.
③ 국정원 선거개입 당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정권연장을 위한 시도로 읽힌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개입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는 거다. 만약 모든 게 사실이라면 부정선거가 된다. 하루빨리 관련된 사실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④ 언론이나 경찰이 무엇이 사실인지 속시원하게 밝혀주지 않는데다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게 답답했다. 국정조사를 해야 할 새누리당 의원들은 휴가나 가고, 박근혜 대통령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묵묵부답이다.
⑤ 이번 사안은 국정원이 자체 정화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벌어진 게 아닌가. 그런 집단에 ‘알아서 개혁하라’고 하는 걸 보고 박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박 대통령 당선은 국정원이 개입해서 영향을 미친 결과가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박 대통령이 침묵만 지키면 ‘뭔가 찔리는 게 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확실한 입장 표명을 했으면 한다.
▲ 휴가 내고 촛불 든 이동금씨 |
체념하는 사람 많아 안타까워
■ “휴가 내고 든 촛불, 더 많이 모일 때까지 꾸준히 나와야죠”
① 이동금(31·직장인)·서울 영등포구
② 이번이 두번째다. 두번 다 혼자 왔다. 어제부터 여름휴가다. 그동안 직장일로 참여를 잘 하지 못했다. 야근이나 출장이 많다. 이번에는 휴가를 맞아 마음 편히 나왔다.
③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혜택’을 본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모아야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오늘 모인 인원 정도로는 효과가 없을 것 같다. 주위를 보면 문제라고는 인식하면서도 ‘변화를 줄 방법이 없다’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일 때까지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④ 국정원에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 자체에 가장 화가 난다. 대통령은 한번 뽑고 나면 웬만해선 물릴 수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런 대선에서 뽑힌 대통령이 자신은 상관없는 것처럼 발뺌만 하고 있으니 이상하다. 사건 조사도 제대로 진행되는 것 같지 않아 답답했다. 국정조사는 ‘조사’라고 이름 붙이기도 어렵다.
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게 명백하니, 관련자 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국정조사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지고 나설 필요가 있다.
▲ 친구들과 촛불문화제 참석한 71살 김병수씨 |
나와보니 정의 살아있다 느껴
■ “독재 시절을 다시 살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왔죠”
① 김병수(71)·서울 강서구
② 지금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역사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을 모아 큰 목소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평소 동네에서 어울리던 친구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왔다. 언론에서 너무 조용해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 와보니 ‘많은 국민들의 마음에 아직 정의가 남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③ 국정원 사건은 국가 기강을 흔든 사건이다. 이래서 다른 나라에 대한민국을 민주국가라고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이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독재정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④ 끊임없이 이번 사건을 숨기려고 하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국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이들은 듣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국정조사에서조차 정략적인 모습만 보였다. 보수언론 역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고 말하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자신의 잘못을 고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⑤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에 대해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빈다.
▲ 딸을 데리고 집회에 나온 정화영씨 |
댓글 증거인멸 영상 보고 놀라
■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 촛불 들어요”
① 정화영(33)·경기 안산시
② 3살배기 딸, 남편과 함께 왔다. 이번이 세번째 참여다. 촛불집회 소식은 주로 인터넷 언론과 팟캐스트에서 들었다.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왕복 3시간 동안 인터넷을 하면 국정원 선거개입 사안이 심각해서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는 걸 알게 되는데, 지상파 방송에서는 등장하지 않더라. 인터넷은 관심 있는 사람들만 보니까 직접 거리 문화제에 참여해서 다른 시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③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엄청난 사건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국가기관이 개입한 게 아닌가.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미 대통령이 뽑혔고 촛불로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보고 촛불집회에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려면 이런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④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내려보낸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경찰이 국정원의 댓글 증거인멸 상황을 포착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고 놀랐다. 이를 국정원 선거개입의 믿을 만한 증거라고 여겼는데, 이후 정치권의 무책임한 대응과 청와대 쪽의 침묵은 실망스러웠다.
⑤ 박 대통령이 정말 잘못한 게 없다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사건 책임자들과의 고리를 확실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을 빨리 끄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사안으로 번져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니, 그 전에 박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출처 : “10년뒤 역사 교과서에 나올 일…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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