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않겠다” 당당히 버티고…불리한 질문에 말 끊고…
‘모르쇠’ 원세훈 전 원장 유리한 여당 질의엔 적극 ‘화답’, 야당 질문엔 “그건 아니고” 언성
오만한 김용판 전 청장 선서 거부 뒤 “질문 들어보고 답변”, “공소장 왜곡, 세상 무섭다” 웃음도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3.08.16 19:43 | 수정 : 2013.08.17 09:18
“헌법·법률에 있는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하면서 법률에 의해 거부 소명서를 읽겠다. 선서 거부 소명서….”
16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소명서를 거침없이 읽어 내려갔다. 잔뜩 힘을 준 얼굴과 목소리는 국기문란 행위로 기소된 피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당당했다.
뜻밖의 선서 거부에 신기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은 허를 찔린 듯했다. 당황한 신 위원장이 “증언은 하되 선서는 거부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원칙적으로 (증언도) 거부하지만 질의 성격에 따라 답하겠다”고 했다. ‘일단 질문을 들어보고, 답변할 것은 해주겠다’는 오만함마저 묻어났다. 이날 오후 2시에 ‘지각 출석’을 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법에 따라 선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재임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등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던 원 전 원장이지만 자신의 헌법적·시민적 권리는 철저히 이용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는 문구를 증인에게 선서할 것을 요구한다. 이 선서를 거부한 두 사람은 청문회 내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거법 위반(혐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는 특위 위원이나 위원장의 말을 끊어가며 “내가 소명하겠다”고 나서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또 그는 간혹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공소장을 보면서 실체적 진실과 다르게 사람이 해석되고 왜곡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 무섭다”, “떳떳함과 당당함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본권(방어권) 행사하겠다”며, 청문회장을 자신의 변론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3차 방송토론 직후 한밤에 급작스레 이뤄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례적으로 생각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전혀 허위 발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또 수사 축소·은폐에 대해 “나는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기에 전혀 능력이 되지 않는다. 최고 수사관들인 직원들은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원 전 원장 역시 “(국정원은 선거·정치개입을 하라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으면 댓글 몇 개 쓰라고 지시했겠느냐”며 검찰 기소내용을 반박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에 적극 ‘화답’했다. 그러나 야당 쪽 질의에 대해서는 손을 휘저으며 “아, 아, 그건 아니고…”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1일부터 대선 직전까지 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김 전 청장은 “검찰에서 이미 다 수사했다”면서도 “재판에 충실해야 되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이상한 답변을 내놓았다. 원 전 원장도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제출을 거부했다.
오전에 출석 통보를 받고도 원 전 원장이 나오지 않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오전 9시15분께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윤 의원은 “원 전 원장이 억울해하고 황당해한다. 할 말이 참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아침 서울 옥수동 집을 나와 목욕탕을 다녀온 뒤 동행명령장 집행에 나선 국회 직원과 함께 국회로 향했다. ‘할 말이 많다’던 원 전 원장과 ‘목욕재계’까지 마친 김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를 수렁으로 빠뜨렸다.
출처 : “답변 않겠다” 당당히 버티고…불리한 질문에 말 끊고…
‘모르쇠’ 원세훈 전 원장 유리한 여당 질의엔 적극 ‘화답’, 야당 질문엔 “그건 아니고” 언성
오만한 김용판 전 청장 선서 거부 뒤 “질문 들어보고 답변”, “공소장 왜곡, 세상 무섭다” 웃음도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3.08.16 19:43 | 수정 : 2013.08.17 09:18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왼쪽)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장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기자 |
“헌법·법률에 있는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하면서 법률에 의해 거부 소명서를 읽겠다. 선서 거부 소명서….”
16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소명서를 거침없이 읽어 내려갔다. 잔뜩 힘을 준 얼굴과 목소리는 국기문란 행위로 기소된 피고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당당했다.
뜻밖의 선서 거부에 신기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과 야당 위원들은 허를 찔린 듯했다. 당황한 신 위원장이 “증언은 하되 선서는 거부하는 것이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원칙적으로 (증언도) 거부하지만 질의 성격에 따라 답하겠다”고 했다. ‘일단 질문을 들어보고, 답변할 것은 해주겠다’는 오만함마저 묻어났다. 이날 오후 2시에 ‘지각 출석’을 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역시 “법에 따라 선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재임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등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던 원 전 원장이지만 자신의 헌법적·시민적 권리는 철저히 이용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는 문구를 증인에게 선서할 것을 요구한다. 이 선서를 거부한 두 사람은 청문회 내내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거법 위반(혐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는 특위 위원이나 위원장의 말을 끊어가며 “내가 소명하겠다”고 나서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또 그는 간혹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공소장을 보면서 실체적 진실과 다르게 사람이 해석되고 왜곡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세상 무섭다”, “떳떳함과 당당함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본권(방어권) 행사하겠다”며, 청문회장을 자신의 변론장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16일 3차 방송토론 직후 한밤에 급작스레 이뤄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례적으로 생각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전혀 허위 발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또 수사 축소·은폐에 대해 “나는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기에 전혀 능력이 되지 않는다. 최고 수사관들인 직원들은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사실상 책임을 부하직원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원 전 원장 역시 “(국정원은 선거·정치개입을 하라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으면 댓글 몇 개 쓰라고 지시했겠느냐”며 검찰 기소내용을 반박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에 적극 ‘화답’했다. 그러나 야당 쪽 질의에 대해서는 손을 휘저으며 “아, 아, 그건 아니고…”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1일부터 대선 직전까지 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김 전 청장은 “검찰에서 이미 다 수사했다”면서도 “재판에 충실해야 되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이상한 답변을 내놓았다. 원 전 원장도 별다른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제출을 거부했다.
오전에 출석 통보를 받고도 원 전 원장이 나오지 않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오전 9시15분께 경기도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윤 의원은 “원 전 원장이 억울해하고 황당해한다. 할 말이 참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전 청장은 이날 아침 서울 옥수동 집을 나와 목욕탕을 다녀온 뒤 동행명령장 집행에 나선 국회 직원과 함께 국회로 향했다. ‘할 말이 많다’던 원 전 원장과 ‘목욕재계’까지 마친 김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를 수렁으로 빠뜨렸다.
출처 : “답변 않겠다” 당당히 버티고…불리한 질문에 말 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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