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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국정원 “자발적 제보자”-진보당 “매수당한 프락치”

국정원 “자발적 제보자”-진보당 “매수당한 프락치”
국정원 협력자 성격 논란
국정원 “천안함 뒤 심경 변화, 진술 내용과 수집 증거도 일치”
진보당 “거액의 도박 빚 진 당원을 매수해 진보당 사찰시켜”
법조계 “침투나 함정수사 아니면 법적으로 논란 안 될 듯”

[한겨레] 수원/홍용덕, 김남일 하어영 기자 | 등록 : 2013.09.02 07:56 | 수정 : 2013.09.05 17:49


▲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연루된 ‘내란음모 사건’에서 국정원을 도운 내부 협조자로 지목된 이아무개씨의 경기도 수원시 아파트가 1일 오후 텅 비어 있다. 이씨는 현재 연락이 두절됐으며,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수원/신소영 기자

국가정보원이 법원에 제출한 ‘RO’(아르오) 조직원의 구속영장에서 내부 협조자의 ‘제보’를 토대로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통합진보당이 1일 그 제보자를 이아무개씨라고 지목하고 국정원이 거액을 들여 그를 ‘매수’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공방이 일고 있다. 핵심 쟁점은 이 제보자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내부 협조자의 존재는 국정원과 진보당 양쪽이 다 인정하고 있지만, 그가 제보를 하게 된 경위와 활동 내용을 놓고는 양쪽의 주장이 엇갈린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국정원이 조직원을 직접 침투시킨 게 아니라 그가 애초 아르오 조직원이었고, 제보자 이씨가 자발적으로 증거를 수집해 제출했다면 진보당 쪽이 위법성을 주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있는 증거를 국정원에 제출하거나 자신을 포함한 조직원들의 활동 내용을 국정원에 진술한 정도에 불과하고, 모임이나 회의 석상에서 위법성이 뚜렷한 과격 발언을 하거나 유도해내는 ‘함정수사’를 한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 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란음모 등 혐의로 지난 30일 구속된 아르오 조직원 홍순석(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씨의 구속영장을 보면, 국정원 쪽에 핵심 증거인 ‘이석기 5월 모임 녹취록’ 등을 제공한 이는 현재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그 동기 역시 ‘순수한 제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진보당이 ‘이아무개씨’라고 밝힌 이 제보자는 아르오가 결성됐다는 2003년 즈음 가입해 활동하다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맹목적인 북한 추종 행태에 실망해 국정원에 ‘자발적으로’ 제보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영장에서 이 제보를 바탕으로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서 결국 제보의 상당 부분을 사실로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거액 매수설’을 들고 반박에 나섰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정원이 거액의 도박빚을 진 이씨를 돈으로 매수해 ‘이석기 5월 모임’ 녹취록을 빼내는 등 “통합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프락치 공작이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쪽은 이씨가 국정원의 일제 압수수색이 벌어진 28일 이전에 잠적했다는 점도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제보자 이씨가 애초 국정원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제보-매수 논란은 큰 의미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원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통합진보당에 ‘침투’시킨 게 아니기 때문에 불법성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출신의 한 법조인은 “처음부터 국정원 직원이 그 조직에 침투했다면 위법증거수집에 해당될 수 있어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처럼 내부자가 먼저 자발적으로 제보를 한 뒤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을 한 것이라면 위법성 논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보 뒤 이씨가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해도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다른 형법학계 인사는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증거수집 과정이 모두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수사 초기단계인 지금 이 부분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일단 수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처 : 국정원 “자발적 제보자”-진보당 “매수당한 프락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