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변론 리허설은 관행…재판연구관이 내용까지 ‘제동’
대법원 ‘변론 간섭’ 논란
대법 “공개변론때마다 변론내용 의견조율 한다”
박 대통령 얼굴 자료 등 법정모독인지 의문
“재판부 불쾌할 수는 있어”
[한겨레] 이경미 기자 | 등록 : 2013.09.05 08:23 | 수정 : 2013.09.05 11:07
5일 열리는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앞두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전에 소송 당사자한테 일부 변론 내용을 삭제하도록 요구한 사실이 4일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연구관이 문제삼은 노동계 쪽 변호인의 변론 내용은 “금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치적·경제적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있음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대목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파워포인트 화면 자료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변호인은 말하고 있다. 그 이유로 재판연구관은 “사법부 모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노동계 쪽 변호인의 변론 내용을 사법부 모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이런저런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면 법정 모독이 될 수 있지만, 정치·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법적 논리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면 법정 모독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얘기다. 계속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 모독은 아니어도 재판부로서는 불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변호인의 취지가 ‘압력에 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판단해달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법부가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재판부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 원고에게 유리한 변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 전에 법원이 특정 내용의 변론을 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법정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쟁점을 벗어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경우 재판장이 발언을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재판장이 아닌, 단순히 재판을 준비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전에 변론 내용의 일부가 문제 있다고 보고 변론을 막으려 한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에 따를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재판연구관들의 단순한 의견 표명 정도가 아니라 변론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면 부적절한 처사라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한 변호사는 “사전검열도 아니고 미리 변론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 3일 진행된 예행연습 과정에서 비롯됐다. 일반 재판에서는 예행연습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대법원이 공개변론 및 인터넷중계를 하면서 사전 예행연습이 필요해진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피고 양쪽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변론하고, 재판부가 파악한 쟁점을 벗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예행연습을 한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데도, 피고(회사) 쪽 파워포인트 자료에도 노사 양쪽이 악수하는 사진을 싣고 노사합의로 풀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에 변론과 관련없는 내용이라 빼달라고 요청했다. 피고도 반발했지만 결국 수용했다. 공개변론 때마다 변론 내용에 대해 의견조율을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원 요구도 부적절하지만, 재판부가 불쾌해할 내용을 굳이 하겠다는 것도 법원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 수 있다. 순수하게 보면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론 내용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공개변론 리허설은 관행…재판연구관이 내용까지 ‘제동’
대법원 ‘변론 간섭’ 논란
대법 “공개변론때마다 변론내용 의견조율 한다”
박 대통령 얼굴 자료 등 법정모독인지 의문
“재판부 불쾌할 수는 있어”
[한겨레] 이경미 기자 | 등록 : 2013.09.05 08:23 | 수정 : 2013.09.05 11:07
▲ 대법원의 통상임금 소송 공개변론에서 원고 대리인이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준비한 전체 33쪽 분량의 자료 가운데 대법원으로부터 삭제 요구를 받은 부분. |
대법원 연구관이 문제삼은 노동계 쪽 변호인의 변론 내용은 “금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치적·경제적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있음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대목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파워포인트 화면 자료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변호인은 말하고 있다. 그 이유로 재판연구관은 “사법부 모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인사들은 노동계 쪽 변호인의 변론 내용을 사법부 모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이런저런 압력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면 법정 모독이 될 수 있지만, 정치·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법적 논리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면 법정 모독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얘기다. 계속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 모독은 아니어도 재판부로서는 불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변호인의 취지가 ‘압력에 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판단해달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법부가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재판부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 원고에게 유리한 변론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재판 전에 법원이 특정 내용의 변론을 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는지는 또다른 문제다. 법정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쟁점을 벗어나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경우 재판장이 발언을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재판장이 아닌, 단순히 재판을 준비하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사전에 변론 내용의 일부가 문제 있다고 보고 변론을 막으려 한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에 따를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재판연구관들의 단순한 의견 표명 정도가 아니라 변론을 막으려는 의도였다면 부적절한 처사라는 게 공통적 의견이다. 한 변호사는 “사전검열도 아니고 미리 변론서를 제출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공개변론을 앞두고 지난 3일 진행된 예행연습 과정에서 비롯됐다. 일반 재판에서는 예행연습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대법원이 공개변론 및 인터넷중계를 하면서 사전 예행연습이 필요해진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피고 양쪽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변론하고, 재판부가 파악한 쟁점을 벗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예행연습을 한다. 통상임금 문제는 노사합의로 해결될 수 없는데도, 피고(회사) 쪽 파워포인트 자료에도 노사 양쪽이 악수하는 사진을 싣고 노사합의로 풀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에 변론과 관련없는 내용이라 빼달라고 요청했다. 피고도 반발했지만 결국 수용했다. 공개변론 때마다 변론 내용에 대해 의견조율을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법원 요구도 부적절하지만, 재판부가 불쾌해할 내용을 굳이 하겠다는 것도 법원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닐 수 있다. 순수하게 보면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변론 내용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출처 : 공개변론 리허설은 관행…재판연구관이 내용까지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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