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조중동, ‘국정원사건’ 숨긴 ‘공식’ 찾았다
[분석] 방송3사 ‘37→83건’·조중동 ‘83→177건’
‘원세훈 지시말씀·경찰분석관 CCTV’ 보도 인색했던 언론, ‘이석기’에 돌변
[미디어오늘] 조수경·이하늬 기자 | 입력 : 2013-09-04 09:25:08 | 노출 : 2013.09.05 10:38:00
KBS·MBC·SBS 방송3사와 조중동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보다 2배 이상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방송3사와 조중동의 관련 보도량을 집계한 결과, 국정원 의혹에 대해서는 총 120건 보도했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260건 보도했다.
방송3사는 국정원 의혹에 대해 KBS 12건, MBC 10건(단신 1건 포함), SBS 15건 등 총 37건을 보도했다. 반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KBS 31건, MBC 26건, SBS 26건 등 총 83건을 보도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국정원 의혹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많이 다룬 것이다.
방송3사 하루 평균 보도량을 구해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방송3사는 국정원 의혹을 하루 평균 3.7건 보도했지만 내란음모 혐의는 13.8건을 보도, 무려 3.7배 더 많이 다뤘다. 방송사별로 따져보면 KBS와 MBC가 2.6배로 편차가 가장 컸고, SBS가 1.6배였다.
조중동은 국정원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 42건, 중앙일보 17건, 동아일보 24건 등 총 83건을 보도했고, 내란음모 혐의는 각각 70건, 49건, 58건 등 총 177건을 다뤘다. 조중동 역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두 배 이상 기사를 쏟아냈다. 신문사별로는 중앙일보가 2.9배로 보도량의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고, 동아일보가 2.4배, 조선일보가 1.7배였다. 내란음모 혐의 관련 조중동의 하루 평균 보도량은 35.4건으로 국정원 의혹 8.3건보다 무려 4.3배나 높았다.
언론들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은 외면하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발’ 보도에 열을 올리며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도 논조의 편향성을 차치해두고라도, 보도량에서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방송3사와 조중동의 보도량을 집계하면서 국정원 의혹의 경우 상당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사건임을 감안해 ‘특정 시점’으로 제한했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의 불법 선거 운동 의혹을 제기한 지난해 12월 11일(방송·신문 12일자),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의 ‘지시·강조말씀’ 문건이 나온 지난 3월 18일(방송 18일·신문 19일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외압을 폭로한 4월 19일(방송 19일자·신문 20일자),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6월 14일(방송 14일·신문 15일자)을 비롯해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8월 16~21일) 등 총 10일치 기사를 살펴봤다. 내란음모죄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을 압수수색한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총 6일간(신문은 5일)을 집계 시점을 잡았다.
▷ ‘125 VS 260’ 국정원 의혹 보도 적은 이유
언론사들의 국정원 의혹 관련 보도량이 내란음모 혐의보다 현저하게 적은 까닭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주요 분기점에서도 상당히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관련 사안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담긴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메인뉴스 리포트로 전한 방송사는 SBS(18일자 4번째)가 유일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18일 22번째 단신으로 처리했고 KBS는 이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국조 쟁점은?’란 리포트를 21번째 꼭지로 전했으나 국정원 문건 관련 내용은 누락시켰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의 국내 정치개입 지시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등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 6월 14일, KBS와 SBS가 3건, MBC가 2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량은 내란음모 혐의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KBS가 하루 평균 5.2건, MBC와 SBS가 각각 4.3건을 보도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KBS 임창건 보도국장은 국정원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자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소단계에서 선거법 적용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댓글의 성격과 법적인 의미에 대해선 추후 법원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MBC 보도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30일 발간한 민실위 보고에서 “모든 언론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 MBC뉴스는 애써 외면하고 누락하고 축소 보도해 왔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추락의 길을 선택하면서 MBC의 영향력과 신뢰성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검찰 수사 발표 기사를 13면 기사와 사설로 간단하게 처리했고,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와 4면 기사, 사설에서 이를 다뤘다. 내란음모 혐의 관련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하루 평균 기사 수는 각각 11.6건, 9.8건이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진행된 8월 16일부터 21일까지도 SBS는 9건의 리포트를 전했지만 KBS 7건, MBC 6건에 그쳤다. 중앙일보는 13건, 동아일보는 18건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방송사와 비교해보면 적지 않게 보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 평균 보도량을 따져보면 중앙일보 2.2건, 동아일보 3건이다. 내란음모 혐의 보도량과 비교해보면 중앙일보가 4.5배, 동아일보가 3.9배 더 많았던 셈이다.
▷ ‘CCTV’보도 인색했던 언론, 녹취록엔 달라
언론들은 지난달 30일 한국일보를 통해 ‘5월 12일’ 녹취록이 공개되자 관련 내용을 집중보도 하고 있다. KBS는 당일 녹취록에서 나타난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3꼭지에 걸쳐 보도했고, MBC와 SBS도 각각 2꼭지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와 2·3면에 걸쳐 녹취록 발언을 소개했고, 동아일보도 31일자 8면에서 <이석기 “비정규전 대비해 전국서 최종 결전 결사하자”> 등 3꼭지에 걸쳐 녹취록을 요약해 전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결과와 함께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분석관팀의 CCTV는 언론들의 외면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을 확인하고도 은폐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증거자료였지만 MBC 뉴스에서는 CCTV 관련 내용을 전하지도 않았다. 신문들 가운데서도 조선일보는 14일 4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고, 동아일보는 수사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이를 언급했으나 해당 기자 자체가 13면에 실렸다. 중앙일보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내란음모 혐의 관련 보도로 도배되다시피 한 지난달 30일, 방송3사 메인뉴스와 31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지면에는 김용판 전 청장의 2차 공판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가 10면 하단 기사 <“김용판, 압수수색 영장 신청 막아”>에서 공판을 전했다.
한편, 방송3사 가운데 국정원이 선거개입 의혹으로 개혁 요구를 받는 민감한 시기,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수사를 진행하는 배경을 짚어준 곳은 SBS에 불과했다. SBS <8 뉴스>는 29일 두 번째 리포트 <국정원의 승부수?…공개수사 착수 배경은>에서 “국정원 개혁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개수사가 시작된 데 대해서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와 MBC 뉴스에서는 이와 같은 해설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29일자 4면 기사 <다가오는 조직개편 칼끝…국정원, 승부수 던졌나>와 4면 <야권 ‘국내파트 보호용 수사“…국정원 ”3년간 내사해왔다“>에서 전했다.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과열 보도’는 오보와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8일 이석기 의원이 변장 후 도주했다고 단독보도하자 MBC가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이 의원이 현재 신분을 숨긴 채 도주 중”이라고 보도했고, 동아일보가 29일 2면 기사 <“이석기 수도권 은신처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이석기 의원이 통합진보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중앙일보가 30일 3면 기사 <이석기 “도피는 무슨, 서울에 있었다”>고 전하는 등 결국 오보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을 조선일보가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이라며 공개하자 한국일보는 법적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은 통화에서 “국정원 의혹과 내란음모 혐의 관련 보도가 현저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방송은 찍고 싶은 것은 찍고 신문은 쓰고 싶은 것만 쓰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내란음모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언론이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단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이미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데 국정원의 수사 결과와 재판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언론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면서 “이런 공안사건일수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언론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보도해야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조선일보, 보도량 편차 적지만…
언론사 가운데 국정원 의혹과 내란음모 혐의의 보도량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SBS와 조선일보였다.
SBS는 국정원 의혹보다 내란음모 혐의를 더 많이 보도했지만 그나마 10건 차로 격차가 가장 적었다. SBS는 원세훈 전 원장 관련 문건과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를 전했고,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을 두 꼭지에 나눠 전달, KBS·MBC에 비해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국조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 역시 SBS <8 뉴스>는 16일 2, 3번째 꼭지에서 지적하는 등 가장 자세히 전했다.
조선일보는 내란음모 혐의도 가장 많이 보도했지만, 국정원 의혹 역시 42건으로 적지 않게 다뤘다. 그 양상은 하지만 SBS와 달랐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왜곡됐다며 적극적인 ‘판 뒤집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국회 국정원 국조 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달 19일 1면 기사 <검찰, 국정원 댓글 관련 ‘경찰 CCTV 녹취록’ 일부 왜곡>을 통해 이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지난 16일 국정원 사건 국회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검찰의 녹취록 왜곡 사실을 일부 공개했지만, 경찰은 검찰이 최소 15곳 이상 왜곡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본지가 경찰의 자체 녹취록과 검찰 수사결과 발표문을 비교·분석한 자료, CCTV 동영상을 입수해 핵심 대목을 비교한 결과, 일부 왜곡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 측이 보도자료를 내며 조선일보의 보도를 반박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6월 14일, 미리 수사발표문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4일 머리기사 <‘문재인·안철수 직접 비판’은 각각 3건>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적용한)67개 글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실명 거론하며 비판한 글이 3건”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국정원 선거개입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김빼기식’ 보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출처 : KBS·MBC·조중동, ‘국정원사건’ 숨긴 ‘공식’ 찾았다
[분석] 방송3사 ‘37→83건’·조중동 ‘83→177건’
‘원세훈 지시말씀·경찰분석관 CCTV’ 보도 인색했던 언론, ‘이석기’에 돌변
[미디어오늘] 조수경·이하늬 기자 | 입력 : 2013-09-04 09:25:08 | 노출 : 2013.09.05 10:38:00
KBS·MBC·SBS 방송3사와 조중동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보다 2배 이상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방송3사와 조중동의 관련 보도량을 집계한 결과, 국정원 의혹에 대해서는 총 120건 보도했고,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260건 보도했다.
방송3사는 국정원 의혹에 대해 KBS 12건, MBC 10건(단신 1건 포함), SBS 15건 등 총 37건을 보도했다. 반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KBS 31건, MBC 26건, SBS 26건 등 총 83건을 보도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국정원 의혹에 비해 두 배 이상 더 많이 다룬 것이다.
방송3사 하루 평균 보도량을 구해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방송3사는 국정원 의혹을 하루 평균 3.7건 보도했지만 내란음모 혐의는 13.8건을 보도, 무려 3.7배 더 많이 다뤘다. 방송사별로 따져보면 KBS와 MBC가 2.6배로 편차가 가장 컸고, SBS가 1.6배였다.
▲ 방송3사 조중동 전체 보도량 차이 |
조중동은 국정원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 42건, 중앙일보 17건, 동아일보 24건 등 총 83건을 보도했고, 내란음모 혐의는 각각 70건, 49건, 58건 등 총 177건을 다뤘다. 조중동 역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두 배 이상 기사를 쏟아냈다. 신문사별로는 중앙일보가 2.9배로 보도량의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고, 동아일보가 2.4배, 조선일보가 1.7배였다. 내란음모 혐의 관련 조중동의 하루 평균 보도량은 35.4건으로 국정원 의혹 8.3건보다 무려 4.3배나 높았다.
언론들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은 외면하면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발’ 보도에 열을 올리며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도 논조의 편향성을 차치해두고라도, 보도량에서부터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 방송3사,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내란음모 혐의 관련 하루 평균 보도량 차이 |
미디어오늘은 방송3사와 조중동의 보도량을 집계하면서 국정원 의혹의 경우 상당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사건임을 감안해 ‘특정 시점’으로 제한했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의 불법 선거 운동 의혹을 제기한 지난해 12월 11일(방송·신문 12일자), 원세훈 전 국정원 원장의 ‘지시·강조말씀’ 문건이 나온 지난 3월 18일(방송 18일·신문 19일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사외압을 폭로한 4월 19일(방송 19일자·신문 20일자),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6월 14일(방송 14일·신문 15일자)을 비롯해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8월 16~21일) 등 총 10일치 기사를 살펴봤다. 내란음모죄 혐의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을 압수수색한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총 6일간(신문은 5일)을 집계 시점을 잡았다.
▷ ‘125 VS 260’ 국정원 의혹 보도 적은 이유
언론사들의 국정원 의혹 관련 보도량이 내란음모 혐의보다 현저하게 적은 까닭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주요 분기점에서도 상당히 소극적으로 보도하거나 관련 사안을 누락했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내정치 개입을 직접 지시한 정황이 담긴 ‘지시·강조 말씀’ 문건을 메인뉴스 리포트로 전한 방송사는 SBS(18일자 4번째)가 유일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18일 22번째 단신으로 처리했고 KBS는 이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국조 쟁점은?’란 리포트를 21번째 꼭지로 전했으나 국정원 문건 관련 내용은 누락시켰다.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의 국내 정치개입 지시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등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 6월 14일, KBS와 SBS가 3건, MBC가 2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량은 내란음모 혐의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임에도 KBS가 하루 평균 5.2건, MBC와 SBS가 각각 4.3건을 보도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조중동,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내란음모 혐의 관련 하루 평균 보도량 차이 |
KBS 임창건 보도국장은 국정원 의혹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자사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기소단계에서 선거법 적용여부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댓글의 성격과 법적인 의미에 대해선 추후 법원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MBC 보도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지난 30일 발간한 민실위 보고에서 “모든 언론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낼 때 MBC뉴스는 애써 외면하고 누락하고 축소 보도해 왔다”면서 “공영방송으로서 언론으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추락의 길을 선택하면서 MBC의 영향력과 신뢰성은 사상 최악의 상태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검찰 수사 발표 기사를 13면 기사와 사설로 간단하게 처리했고,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와 4면 기사, 사설에서 이를 다뤘다. 내란음모 혐의 관련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하루 평균 기사 수는 각각 11.6건, 9.8건이었다.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진행된 8월 16일부터 21일까지도 SBS는 9건의 리포트를 전했지만 KBS 7건, MBC 6건에 그쳤다. 중앙일보는 13건, 동아일보는 18건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방송사와 비교해보면 적지 않게 보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 평균 보도량을 따져보면 중앙일보 2.2건, 동아일보 3건이다. 내란음모 혐의 보도량과 비교해보면 중앙일보가 4.5배, 동아일보가 3.9배 더 많았던 셈이다.
▷ ‘CCTV’보도 인색했던 언론, 녹취록엔 달라
언론들은 지난달 30일 한국일보를 통해 ‘5월 12일’ 녹취록이 공개되자 관련 내용을 집중보도 하고 있다. KBS는 당일 녹취록에서 나타난 이석기 의원의 발언을 3꼭지에 걸쳐 보도했고, MBC와 SBS도 각각 2꼭지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와 2·3면에 걸쳐 녹취록 발언을 소개했고, 동아일보도 31일자 8면에서 <이석기 “비정규전 대비해 전국서 최종 결전 결사하자”> 등 3꼭지에 걸쳐 녹취록을 요약해 전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결과와 함께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분석관팀의 CCTV는 언론들의 외면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정황을 확인하고도 은폐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증거자료였지만 MBC 뉴스에서는 CCTV 관련 내용을 전하지도 않았다. 신문들 가운데서도 조선일보는 14일 4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고, 동아일보는 수사결과를 전하는 기사에서 이를 언급했으나 해당 기자 자체가 13면에 실렸다. 중앙일보는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 방송3사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내란음모 혐의 관련 전체 보도량 차이 |
또한 내란음모 혐의 관련 보도로 도배되다시피 한 지난달 30일, 방송3사 메인뉴스와 31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지면에는 김용판 전 청장의 2차 공판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조선일보가 10면 하단 기사 <“김용판, 압수수색 영장 신청 막아”>에서 공판을 전했다.
한편, 방송3사 가운데 국정원이 선거개입 의혹으로 개혁 요구를 받는 민감한 시기,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수사를 진행하는 배경을 짚어준 곳은 SBS에 불과했다. SBS <8 뉴스>는 29일 두 번째 리포트 <국정원의 승부수?…공개수사 착수 배경은>에서 “국정원 개혁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공개수사가 시작된 데 대해서는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KBS와 MBC 뉴스에서는 이와 같은 해설 보도를 찾아볼 수 없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각각 29일자 4면 기사 <다가오는 조직개편 칼끝…국정원, 승부수 던졌나>와 4면 <야권 ‘국내파트 보호용 수사“…국정원 ”3년간 내사해왔다“>에서 전했다.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과열 보도’는 오보와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28일 이석기 의원이 변장 후 도주했다고 단독보도하자 MBC가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이 의원이 현재 신분을 숨긴 채 도주 중”이라고 보도했고, 동아일보가 29일 2면 기사 <“이석기 수도권 은신처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이석기 의원이 통합진보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중앙일보가 30일 3면 기사 <이석기 “도피는 무슨, 서울에 있었다”>고 전하는 등 결국 오보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을 조선일보가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이라며 공개하자 한국일보는 법적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은 통화에서 “국정원 의혹과 내란음모 혐의 관련 보도가 현저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방송은 찍고 싶은 것은 찍고 신문은 쓰고 싶은 것만 쓰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를 내란음모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언론이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단정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이미 여론재판을 하고 있는데 국정원의 수사 결과와 재판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언론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면서 “이런 공안사건일수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언론이 균형감각을 가지고 보도해야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조선일보, 보도량 편차 적지만…
언론사 가운데 국정원 의혹과 내란음모 혐의의 보도량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SBS와 조선일보였다.
SBS는 국정원 의혹보다 내란음모 혐의를 더 많이 보도했지만 그나마 10건 차로 격차가 가장 적었다. SBS는 원세훈 전 원장 관련 문건과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폭로를 전했고,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을 두 꼭지에 나눠 전달, KBS·MBC에 비해 비교적 상세히 다뤘다. 국조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던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의 증인 선서 거부 역시 SBS <8 뉴스>는 16일 2, 3번째 꼭지에서 지적하는 등 가장 자세히 전했다.
▲ 조중동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내란음모 혐의 관련 전체 보도량 차이 |
조선일보는 내란음모 혐의도 가장 많이 보도했지만, 국정원 의혹 역시 42건으로 적지 않게 다뤘다. 그 양상은 하지만 SBS와 달랐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왜곡됐다며 적극적인 ‘판 뒤집기’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국회 국정원 국조 청문회가 진행되던 지난달 19일 1면 기사 <검찰, 국정원 댓글 관련 ‘경찰 CCTV 녹취록’ 일부 왜곡>을 통해 이를 제기했다. 이 신문은 “지난 16일 국정원 사건 국회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검찰의 녹취록 왜곡 사실을 일부 공개했지만, 경찰은 검찰이 최소 15곳 이상 왜곡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본지가 경찰의 자체 녹취록과 검찰 수사결과 발표문을 비교·분석한 자료, CCTV 동영상을 입수해 핵심 대목을 비교한 결과, 일부 왜곡 주장은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검찰 측이 보도자료를 내며 조선일보의 보도를 반박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된 6월 14일, 미리 수사발표문을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14일 머리기사 <‘문재인·안철수 직접 비판’은 각각 3건>에서 “(검찰이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적용한)67개 글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실명 거론하며 비판한 글이 3건”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국정원 선거개입 파장을 축소하기 위한 ‘김빼기식’ 보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출처 : KBS·MBC·조중동, ‘국정원사건’ 숨긴 ‘공식’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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