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목적은 ‘사찰 수사’가 아니라 ‘증거인멸 확인’이었다”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경향신문] 조미덥·남지원 기자 | 입력 : 2012-03-05 03:00:00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은 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는 불법사찰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애초 증거인멸에 초점을 맞춘 수사”라며 “내가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뒤늦게 사실을 밝히는 게 후회스럽긴 하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시 왜 증거인멸에 참여했나.
“2008년 2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인 조사심의관실을 폐지할 때도 국가정보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직원 컴퓨터의 자료를 폐기한 적이 있다. 그와 비슷한 보안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범죄라고 생각했다면 청사의 폐쇄회로(CC)TV 앞을 그렇게 당당하게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외부로 나가서는 안될 고위공무원 비위자료 등이 알려져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징계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처벌받게 된 피해자다. 치밀한 계획하에 나를 끌어들인 자들이 진정한 범죄자들이다.”
- 왜 본인에게 시켰다고 생각하나.
“불법사찰에 나선 점검1팀 경찰관들이 직접 지우면 자신과 관련한 증거를 없앤 것이어서 죄도 성립되지 않는데 왜 나에게 시켰는지 의문이다. 증거인멸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자료를 지우는 바람에 불법사찰을 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든지, 내가 증거를 인멸해 검찰 수사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닌가 싶다.”
- 검찰 조사 때 최종석 행정관의 혐의에 대해 묻지 않았나.
“처음 4번의 조사에서는 최 행정관과 관련한 질문이 없었다. 5번째 조사에서 대포폰 통화내역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이 기록은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최 행정관은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기 얼마 전에 청와대 김진모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걸어 ‘어째서 사건을 이렇게 만드느냐’고 질책했다고 들었다.”
- 검찰의 압수수색에는 문제가 없었나.
“압수수색 시기가 늦었을 뿐 아니라 사무실의 종이 문서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또한 직원들이 압수수색을 앞두고 종이 문서 4만5000장을 파쇄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발견하고도 증거인멸로 보지 않았다. 검찰은 하드디스크에만 집착했다. 사실 총리실 직원들은 USB와 개인 노트북에 중요 자료를 넣어둬 하드디스크는 큰 의미가 없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무실 전화 통화내역도 압수하지 않았다.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하려고 계획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 왜 이제 이런 사실을 밝히나.
“너무 늦어서 할 말이 없다. 늦었다는 점이 괴롭다. 항상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이 쉽지 않았다. 나를 인간적으로 비난할까봐 두려웠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은 분명히 나쁜 일이었는데 어쨌든 내 손으로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피해자라고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1심과 2심 과정에서 밝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다. 타이밍은 늦었지만 고민하고 지금에라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재판에 거는 기대는.
“당시 내가 겪은 일을 고백한 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할 것이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2심에서 다시 재판할 기회가 생긴다면 진실에 입각해서 다투고 싶다. 검찰이 하위직에 있는 힘없는 공무원인 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늦었지만 진범을 잡기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 “검찰의 목적은 ‘사찰 수사’가 아니라 ‘증거인멸 확인’이었다”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
[경향신문] 조미덥·남지원 기자 | 입력 : 2012-03-05 03:00:00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은 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는 불법사찰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애초 증거인멸에 초점을 맞춘 수사”라며 “내가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뒤늦게 사실을 밝히는 게 후회스럽긴 하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시 왜 증거인멸에 참여했나.
“2008년 2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인 조사심의관실을 폐지할 때도 국가정보원의 지침에 따라 모든 직원 컴퓨터의 자료를 폐기한 적이 있다. 그와 비슷한 보안의 이유라고 생각했다. 범죄라고 생각했다면 청사의 폐쇄회로(CC)TV 앞을 그렇게 당당하게 지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외부로 나가서는 안될 고위공무원 비위자료 등이 알려져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징계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상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범죄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처벌받게 된 피해자다. 치밀한 계획하에 나를 끌어들인 자들이 진정한 범죄자들이다.”
▲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왼쪽)이 4일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청와대가 자신에게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
- 왜 본인에게 시켰다고 생각하나.
“불법사찰에 나선 점검1팀 경찰관들이 직접 지우면 자신과 관련한 증거를 없앤 것이어서 죄도 성립되지 않는데 왜 나에게 시켰는지 의문이다. 증거인멸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내가 자료를 지우는 바람에 불법사찰을 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든지, 내가 증거를 인멸해 검찰 수사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거리를 만들려고 한 것 아닌가 싶다.”
- 검찰 조사 때 최종석 행정관의 혐의에 대해 묻지 않았나.
“처음 4번의 조사에서는 최 행정관과 관련한 질문이 없었다. 5번째 조사에서 대포폰 통화내역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나 이 기록은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 이는 검찰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최 행정관은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기 얼마 전에 청와대 김진모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내가 연루돼 들어가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비서관이 서울중앙지검에 전화를 걸어 ‘어째서 사건을 이렇게 만드느냐’고 질책했다고 들었다.”
- 검찰의 압수수색에는 문제가 없었나.
“압수수색 시기가 늦었을 뿐 아니라 사무실의 종이 문서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또한 직원들이 압수수색을 앞두고 종이 문서 4만5000장을 파쇄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발견하고도 증거인멸로 보지 않았다. 검찰은 하드디스크에만 집착했다. 사실 총리실 직원들은 USB와 개인 노트북에 중요 자료를 넣어둬 하드디스크는 큰 의미가 없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사무실 전화 통화내역도 압수하지 않았다. 검찰이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증거인멸’을 확인하려고 계획하고 압수수색을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 왜 이제 이런 사실을 밝히나.
“너무 늦어서 할 말이 없다. 늦었다는 점이 괴롭다. 항상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이 쉽지 않았다. 나를 인간적으로 비난할까봐 두려웠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은 분명히 나쁜 일이었는데 어쨌든 내 손으로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해 증거인멸을 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내가 피해자라고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1심과 2심 과정에서 밝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와 아쉬움이 있다. 타이밍은 늦었지만 고민하고 지금에라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는 게 국가공무원으로서의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재판에 거는 기대는.
“당시 내가 겪은 일을 고백한 자료를 대법원에 제출할 것이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2심에서 다시 재판할 기회가 생긴다면 진실에 입각해서 다투고 싶다. 검찰이 하위직에 있는 힘없는 공무원인 저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늦었지만 진범을 잡기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도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 “검찰의 목적은 ‘사찰 수사’가 아니라 ‘증거인멸 확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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