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천국, 불신 지옥? 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말"
'전도 퇴치카드' 화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 회장 양호민씨
[오마이뉴스] 이희훈, 소중한 | 13.09.21 17:22 | 최종 업데이트 13.09.23 09:31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요? 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말이죠."
무신론 동아리 서울대 프리싱커스의 '전도 퇴치카드'가 최근 인터넷을 달궜다. 명함 크기의 종이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뒷면에는 "당신은 아마 한 권의 책을 읽고 맹목적으로 믿겠지만, 저희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무신론과 관련된 책이 소개돼 있다.
용도는 간단하다. 길을 걷다 종교를 권하는 이들이 다가오면 이 카드를 제시하고 전도 거부 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렇다고 만화에 나오는 부적과 같이 이 카드에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다. '퇴치 효과(?)'도 때에 따라 다르다.
서울대 프리싱커스(Free Thinkers) 회장인 양호민(23·원자핵공학과)씨는 "전도 활동을 극렬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학생들의 반감이 심하다"라고 카드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전도 퇴치카드는 '학내 전도사'와 이에 피로감을 느낀 학생 사이의 '잡스런 언쟁'을 줄이는, 일종의 소통 기구 역할을 위해 만든 것이다.
양씨는 "심한 경우에는 학생이 잘 모르고 전도하는 사람을 따라갔다가 돈을 강제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며 "개신교에 한정해 이야기하면 종교의 본질은 아가페(절대적인 사랑)와 같은 건데 전도가 이를 대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을 믿으면 천국, 믿지 않으면 지옥' 식의 전도 방식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십계명에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신을 굉장히 모욕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는 2011년 한국과학기술대(카이스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서울대에선 양씨를 주축으로 지난해 1월 계획돼, 6월 프리싱커스란 이름을 달았고, 현재 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양씨를 만났다.
사실 전도 퇴치카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1월 양씨와 그의 동기 3명이 '행동하는 합리주의자 모임(서울대 프리싱커스의 전신)'을 만들어 활동 계획을 논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개강과 함께 카드를 발행, 배포했다.
"지난해 카드를 배포한 후 학내에선 나름 프리싱커스의 활동이 알려지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뜰 줄은 몰랐어요. 페이스북에 올린 카드 사진이 최근 언론에 알려지면서 갑자기 이슈가 됐죠. 무신론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덕분에 요즘 양씨는 '바쁜 몸'이 됐다. 인터뷰를 하루에 세 차례까지 한 적도 있다. 5명 남짓의 '진성' 동아리 회원들도 '언론 대응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동아리는 세미나와 같은 다른 계획을 모두 보류하고 인터뷰에 응하거나, 질문지의 답변을 작성하는 등 취재에 대응하는데 '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도 퇴치카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양씨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한 번은 전도를 하려는 사람이 다가오길래 전도 퇴치카드를 내밀었죠. 그런데 오히려 고마워 하더라고요. 전도를 위해 다가가면 무시하는 것은 물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그 사람이 카드를 잘 읽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서울대 프리싱커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카드를 어떻게 받을 수 있나"라며 호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학내에 붙인 홍보물이 훼손되거나 종교인에게 전화가 와 "악마의 조종을 받지 말라"는 항의를 받고도 있다.
올해 1월 양씨는 서울 종로구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당시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장 교수가 근본주의 기독교 성향의 창조과학회라는 연구모임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창조과학회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신이 우주와 인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양씨는 "개신교 중에서도 특정 교파만 인정하는 창조과학을 개인적 신념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교육과학분과에 자리한 것은 잘못됐다 생각했다"면서 "그때 1인시위 할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니 이번에 의도치 않게 크게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무신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길 바라고 있다. 학내 20여개의 종교 동아리가 있는 것에 비해 무신론 동아리는 그 존재감이 미비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가 있는 곳은 현재 서울대와 카이스트, 단 두 군데 뿐이다.
"카이스트에서 프리싱커스를 설명하는데 '탁구 동아리가 있는데 탁구 안 치는 동아리가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만큼 무신론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죠. 단순한 동아리가 아닌 의견 교류가 활발한 지식집단을 만들고 싶은데 이번에 홍보가 제대로 됐어요(웃음)."
프리싱커스는 '맹신, 독단,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때문에 '무신론 동아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긴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양씨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동아리 이름 앞에 무신론이란 단어를 붙이는 데도 몇 주가 걸렸다"고 한다. 동아리 내에 '신은 없다', '신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신이 있든 없든 신경 쓸 것 없다' 등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은 물론, 종교인까지 있어 의견을 모으는 게 만만하지 않다고 양씨는 전했다.
이들이 전도 퇴치카드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일반 종교인'을 향해 있진 않다. 양씨는 "무신론은 반종교가 아닌 비종교이다"라며 "우리는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모든 종교인이 아니라 심하게 전도활동을 하는 특정 종교인을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언론 대응 체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영화 <신은 없다>(2008)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또 "무신론자도 동성애자와 비슷하게 커밍아웃 비슷한 걸 해야한다"며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인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다룬 <밀크>(2008)의 상영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프리싱커스는 '비종교인 권리장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상에서 비종교인이 느끼는 불익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종교가 없는데도 지도교수의 종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종교 활동을 해야하는 학생이 많더라고요. 비종교인 권리장전은 비종교인이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보고, 듣는 것에 의존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지향합니다. 무신론은 종교를 반대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니 종교인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앞면)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세뇌로 얼룩진 울타리를 깨고 나와 세상을 둘러보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을 더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어떤 믿음을 갖고 사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뒷면) 당신은 아마 한 권의 책을 읽고 맹목적으로 믿겠지만, 저희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와 얘기하고 싶다면, 이 책들을 읽는 것이 곧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될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 저(2006). 이한음 역(2007). <만들어진 신>. 김영사.
마이클 셔머 저(1997). 류운 역(2007).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칼 세이건 저(1980). 홍승수 역(2010). <코스모스>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 특별판. 사이언스북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저(2009). 김승욱 역(2012). <신은 위대하지 않다>. 알마.
출처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말"
'전도 퇴치카드' 화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 회장 양호민씨
[오마이뉴스] 이희훈, 소중한 | 13.09.21 17:22 | 최종 업데이트 13.09.23 09:31
▲ '전도퇴치카드' 만든 양호민씨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의 회장 양호민씨(23, 원자핵공학과)가 '전도퇴치카드' 제작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희훈 |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요? 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말이죠."
무신론 동아리 서울대 프리싱커스의 '전도 퇴치카드'가 최근 인터넷을 달궜다. 명함 크기의 종이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뒷면에는 "당신은 아마 한 권의 책을 읽고 맹목적으로 믿겠지만, 저희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적혀 있으며,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무신론과 관련된 책이 소개돼 있다.
용도는 간단하다. 길을 걷다 종교를 권하는 이들이 다가오면 이 카드를 제시하고 전도 거부 의사를 밝히면 된다. 그렇다고 만화에 나오는 부적과 같이 이 카드에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다. '퇴치 효과(?)'도 때에 따라 다르다.
서울대 프리싱커스(Free Thinkers) 회장인 양호민(23·원자핵공학과)씨는 "전도 활동을 극렬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학생들의 반감이 심하다"라고 카드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니까 전도 퇴치카드는 '학내 전도사'와 이에 피로감을 느낀 학생 사이의 '잡스런 언쟁'을 줄이는, 일종의 소통 기구 역할을 위해 만든 것이다.
양씨는 "심한 경우에는 학생이 잘 모르고 전도하는 사람을 따라갔다가 돈을 강제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며 "개신교에 한정해 이야기하면 종교의 본질은 아가페(절대적인 사랑)와 같은 건데 전도가 이를 대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신을 믿으면 천국, 믿지 않으면 지옥' 식의 전도 방식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십계명에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신을 굉장히 모욕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는 2011년 한국과학기술대(카이스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서울대에선 양씨를 주축으로 지난해 1월 계획돼, 6월 프리싱커스란 이름을 달았고, 현재 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양씨를 만났다.
전도퇴치카드 내밀자, 오히려 "고맙다"는 종교인도
▲ '전도퇴치카드'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의 회장 양호민씨(23, 원자핵공학과)가 자신의 주장을 적어 제작한 '전도퇴치카드' 카드 전면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세뇌로 얼룩진 울타리를 깨고 나와 세상을 둘러보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을 더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어떤 믿음을 갖고 사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 이희훈 |
사실 전도 퇴치카드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1월 양씨와 그의 동기 3명이 '행동하는 합리주의자 모임(서울대 프리싱커스의 전신)'을 만들어 활동 계획을 논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개강과 함께 카드를 발행, 배포했다.
"지난해 카드를 배포한 후 학내에선 나름 프리싱커스의 활동이 알려지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뜰 줄은 몰랐어요. 페이스북에 올린 카드 사진이 최근 언론에 알려지면서 갑자기 이슈가 됐죠. 무신론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덕분에 요즘 양씨는 '바쁜 몸'이 됐다. 인터뷰를 하루에 세 차례까지 한 적도 있다. 5명 남짓의 '진성' 동아리 회원들도 '언론 대응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동아리는 세미나와 같은 다른 계획을 모두 보류하고 인터뷰에 응하거나, 질문지의 답변을 작성하는 등 취재에 대응하는데 '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도 퇴치카드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양씨는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며 사례를 소개했다.
"한 번은 전도를 하려는 사람이 다가오길래 전도 퇴치카드를 내밀었죠. 그런데 오히려 고마워 하더라고요. 전도를 위해 다가가면 무시하는 것은 물론,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해요. 그 사람이 카드를 잘 읽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들은 서울대 프리싱커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카드를 어떻게 받을 수 있나"라며 호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학내에 붙인 홍보물이 훼손되거나 종교인에게 전화가 와 "악마의 조종을 받지 말라"는 항의를 받고도 있다.
존재감 미비 무신론 동아리 "전도퇴치카드 덕분에 제대로 홍보"
▲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의 회장 양호민씨(23, 원자핵공학과)가 자신의 주장이 담긴 '전도퇴치카드'를 들고있다. ⓒ 이희훈 |
올해 1월 양씨는 서울 종로구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 당시 장순흥 카이스트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장 교수가 근본주의 기독교 성향의 창조과학회라는 연구모임에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창조과학회는 진화론을 부정하고 신이 우주와 인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양씨는 "개신교 중에서도 특정 교파만 인정하는 창조과학을 개인적 신념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 교육과학분과에 자리한 것은 잘못됐다 생각했다"면서 "그때 1인시위 할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니 이번에 의도치 않게 크게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무신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길 바라고 있다. 학내 20여개의 종교 동아리가 있는 것에 비해 무신론 동아리는 그 존재감이 미비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도 무신론 동아리인 프리싱커스가 있는 곳은 현재 서울대와 카이스트, 단 두 군데 뿐이다.
"카이스트에서 프리싱커스를 설명하는데 '탁구 동아리가 있는데 탁구 안 치는 동아리가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해요. 그만큼 무신론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죠. 단순한 동아리가 아닌 의견 교류가 활발한 지식집단을 만들고 싶은데 이번에 홍보가 제대로 됐어요(웃음)."
프리싱커스는 '맹신, 독단,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때문에 '무신론 동아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긴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양씨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동아리 이름 앞에 무신론이란 단어를 붙이는 데도 몇 주가 걸렸다"고 한다. 동아리 내에 '신은 없다', '신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신이 있든 없든 신경 쓸 것 없다' 등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은 물론, 종교인까지 있어 의견을 모으는 게 만만하지 않다고 양씨는 전했다.
"무신론, 반종교 아닌 비종교"... '비종교인 권리장전' 준비
▲ "전도퇴치카드 사용해 봤더니..."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캠퍼스에서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의 회장 양호민씨(23, 원자핵공학과)가 '전도퇴치카드' 제작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희훈 |
이들이 전도 퇴치카드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일반 종교인'을 향해 있진 않다. 양씨는 "무신론은 반종교가 아닌 비종교이다"라며 "우리는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에 모든 종교인이 아니라 심하게 전도활동을 하는 특정 종교인을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언론 대응 체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영화 <신은 없다>(2008)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또 "무신론자도 동성애자와 비슷하게 커밍아웃 비슷한 걸 해야한다"며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인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다룬 <밀크>(2008)의 상영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프리싱커스는 '비종교인 권리장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상에서 비종교인이 느끼는 불익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종교가 없는데도 지도교수의 종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종교 활동을 해야하는 학생이 많더라고요. 비종교인 권리장전은 비종교인이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만드는 것이죠. 우리는 보고, 듣는 것에 의존하고 그에 따른 합리적 판단을 지향합니다. 무신론은 종교를 반대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니 종교인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전도 퇴치카드 내용
▲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가 만든 '전도퇴치카드'에는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 소중한 |
(앞면)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세뇌로 얼룩진 울타리를 깨고 나와 세상을 둘러보면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다는 것을 더 감동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어떤 믿음을 갖고 사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뒷면) 당신은 아마 한 권의 책을 읽고 맹목적으로 믿겠지만, 저희는 더 많은 책들을 읽고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저와 얘기하고 싶다면, 이 책들을 읽는 것이 곧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될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 저(2006). 이한음 역(2007). <만들어진 신>. 김영사.
마이클 셔머 저(1997). 류운 역(2007).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바다출판사.
칼 세이건 저(1980). 홍승수 역(2010). <코스모스>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 특별판. 사이언스북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저(2009). 김승욱 역(2012). <신은 위대하지 않다>. 알마.
출처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신을 '찌질'하게 만드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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