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사라진 다리 기둥... 4대강 때문"
[현장-여주 전북교] 박창근 교수 "준설로 역행침식"... 서울국토청 "폭우·기초공사 때문"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소희 | 13.07.25 18:15 | 최종 업데이트 13.07.25 18:15
지난 22일 오전 7시경,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 일대 주민들은 근처 용담천의 전북교가 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다리 기둥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25일, 출입이 통제된 전북교 다리 밑에는 세 번째 기둥을 받치고 있던 바닥보호공이 옆으로 뒤집어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항공사진과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을 하면서 역행침식(일반적으로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침식이 일어나는 것과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로 급속히 진행된 것)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994년 여주군이 세운 전북교는 길이 55m, 폭 6.5m 규모로,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이포보에서 6m 가량 떨어진 하류 쪽에 위치하고 있다.
박창근 교수는 "남한강 하천기본계획에는 이 지역을 준설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이뤄진 게 맞다"고 말했다. 2008년 찍은 위성사진에는 용담천과 약 300m 떨어진 남한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백사장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사진에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또 하천변을 따라 농로가 들어서 있던 자리에는 제방이 새로 쌓인 데다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박 교수가 직접 수심을 측정한 결과 바닥도 1.5m 가량 파여 있었다. 그는 "주민들은 원래 다리 기둥 하단부 콘크리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며 "준설로 물 흐르는 방향 쪽이 파이면서 하천바닥이 깎여 나가는 세굴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이항진 여주녹색연합 집행위원장, 황인철 녹색연합 생태팀장이 만난 주민들은 "최근 이 지역에 300mm 이상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2006년에 더 많은 비가 와서 전북교가 아예 물이 잠겼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이번엔 제방의 반도 물이 차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4대강 사업 후 남한강 다리 네 번이나 '말썽'... "준설로 역행침식"
4대강 사업 이후 남한강 유역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은 2010년 신진교, 2011년 한천교, 2012년 용머리교에 이어 네 번째다. 박창근 교수 등은 모두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을 하면서 역행침식이 발생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아니라고 하는데, 전북교 쪽을 준설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며 "국토부가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준설을 안 했으니 (다리기둥 유실의 원인이) 역행침식이 아니다'란 국토부의 말도 뒤집어보면 '준설을 하면 역행침식이 일어난다'는 뜻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지방국토청 "70년 빈도 폭우 내렸다... 준설 안해"
남한강 유역을 관리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 바닥이 흐르는 물에 씻겨 패이는 세굴 현상이 전북교 부근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원인을 준설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았다.
김종회 서울지방국토청 하천공사과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북교는 50년 빈도 폭우에 견딜 수 있게 세워졌지만 이번 비는 70년 빈도의 강도로 내렸고, 다리 자체가 기초공사를 암반이 아닌 지반에 했기에 세굴 등에 취약하다"며 "(다리 주변에) 세굴이 일어날 수 있지만, 비나 유수의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일대는 준설을 하지 않았다"며 "합수부에 있던 백사장이 사라진 것은 자연현상"이며 "이쪽은 팔당댐의 영향을 받는 곳이지 4대강 공사 전후로는 수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창근 교수는 "강 하류 쪽에는 모래 등이 쌓여 하중도 등이 생기는 게 자연현상"이라며 "백사장이 없어진 게 인위적인 일"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전북교를 지반 위에 세웠고, 용담천이 팔당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는 맞지만 하천 바닥이 1.5미터나 파인 현상은 역행침식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다리 유실은 준설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보강공사를 한 점이나, 2006년 강우 강도가 더 셌다는 증언을 볼 때 (용담천에) 준설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전북교 보강공사를 맡았던 경기도청 하천과 관계자는 "당초 여주군에서 전북교 교체공사를 4대강 사업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구간이 아니라 도에서 그냥 설계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하상유지공과 세굴보공 공사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류 쪽에 준설한 구간이 있으면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곳에 단차가 생겨 이를 막기 위해 하상유지공을 설치하는데 용담천은 다른 경우다, 그쪽은 준설을 한 곳이 아니다"라며 서울지방국토청과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출처 :"폭우에 사라진 다리 기둥... 4대강 때문"
[현장-여주 전북교] 박창근 교수 "준설로 역행침식"... 서울국토청 "폭우·기초공사 때문"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소희 | 13.07.25 18:15 | 최종 업데이트 13.07.25 18:15
▲ 교각 유실로 위태로운 전북교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 전북교의 다리 기둥 하나가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3일이 지난 25일 오후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찾은 전북교(아래쪽 사진)는 기둥 하나가 빠지면서 다리 상판이 휘어져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위쪽 사진은 2011년 6월 22일 전북교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4대강 조사위·범대위) ⓒ 권우성/4대강 조사위·범대위 |
지난 22일 오전 7시경,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전북리 일대 주민들은 근처 용담천의 전북교가 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다리 기둥 하나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일이 지난 25일, 출입이 통제된 전북교 다리 밑에는 세 번째 기둥을 받치고 있던 바닥보호공이 옆으로 뒤집어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항공사진과 주민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을 하면서 역행침식(일반적으로 상류에서 하류로 서서히 침식이 일어나는 것과 반대로 하류에서 상류로 급속히 진행된 것)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994년 여주군이 세운 전북교는 길이 55m, 폭 6.5m 규모로,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이포보에서 6m 가량 떨어진 하류 쪽에 위치하고 있다.
박창근 교수는 "남한강 하천기본계획에는 이 지역을 준설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이 이뤄진 게 맞다"고 말했다. 2008년 찍은 위성사진에는 용담천과 약 300m 떨어진 남한강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백사장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사진에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또 하천변을 따라 농로가 들어서 있던 자리에는 제방이 새로 쌓인 데다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박 교수가 직접 수심을 측정한 결과 바닥도 1.5m 가량 파여 있었다. 그는 "주민들은 원래 다리 기둥 하단부 콘크리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며 "준설로 물 흐르는 방향 쪽이 파이면서 하천바닥이 깎여 나가는 세굴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이항진 여주녹색연합 집행위원장, 황인철 녹색연합 생태팀장이 만난 주민들은 "최근 이 지역에 300mm 이상 비가 많이 오긴 했지만 2006년에 더 많은 비가 와서 전북교가 아예 물이 잠겼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이번엔 제방의 반도 물이 차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4대강 사업 후 남한강 다리 네 번이나 '말썽'... "준설로 역행침식"
▲ 차량통행이 금지된 전북교. 다리를 지지하던 교각이 유실되면서 상판이 울퉁불퉁 휘어져 있다. ⓒ 권우성 |
▲ 교각 하나가 유실된 전북교 아래쪽에서 바라본 모습. 유실된 교각을 받치던 구조물이 뒤집어진 채 물속에 일부 잠겨 있는 모습이 보인다. ⓒ 권우성 |
4대강 사업 이후 남한강 유역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은 2010년 신진교, 2011년 한천교, 2012년 용머리교에 이어 네 번째다. 박창근 교수 등은 모두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을 하면서 역행침식이 발생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교수는 "국토교통부는 아니라고 하는데, 전북교 쪽을 준설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며 "국토부가 실제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준설을 안 했으니 (다리기둥 유실의 원인이) 역행침식이 아니다'란 국토부의 말도 뒤집어보면 '준설을 하면 역행침식이 일어난다'는 뜻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지방국토청 "70년 빈도 폭우 내렸다... 준설 안해"
▲ 4대강 조사위·범대위가 제공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용담천에 있는 전북교 주변의 2008년(위)과 2012년(아래) 위성 사진. 박창근 관동대 교수 등은 2008~2012년 사이에 붉은 원 안에 있는 백사장이 없어진 원인을 4대강 사업에 따라 준설을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 4대강 조사위·범대위 |
남한강 유역을 관리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하천 바닥이 흐르는 물에 씻겨 패이는 세굴 현상이 전북교 부근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원인을 준설이 아닌 다른 데에서 찾았다.
김종회 서울지방국토청 하천공사과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북교는 50년 빈도 폭우에 견딜 수 있게 세워졌지만 이번 비는 70년 빈도의 강도로 내렸고, 다리 자체가 기초공사를 암반이 아닌 지반에 했기에 세굴 등에 취약하다"며 "(다리 주변에) 세굴이 일어날 수 있지만, 비나 유수의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 일대는 준설을 하지 않았다"며 "합수부에 있던 백사장이 사라진 것은 자연현상"이며 "이쪽은 팔당댐의 영향을 받는 곳이지 4대강 공사 전후로는 수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창근 교수는 "강 하류 쪽에는 모래 등이 쌓여 하중도 등이 생기는 게 자연현상"이라며 "백사장이 없어진 게 인위적인 일"이라고 재반박했다. 이어 "전북교를 지반 위에 세웠고, 용담천이 팔당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는 맞지만 하천 바닥이 1.5미터나 파인 현상은 역행침식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다리 유실은 준설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보강공사를 한 점이나, 2006년 강우 강도가 더 셌다는 증언을 볼 때 (용담천에) 준설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1년 전북교 보강공사를 맡았던 경기도청 하천과 관계자는 "당초 여주군에서 전북교 교체공사를 4대강 사업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업구간이 아니라 도에서 그냥 설계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하상유지공과 세굴보공 공사를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류 쪽에 준설한 구간이 있으면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곳에 단차가 생겨 이를 막기 위해 하상유지공을 설치하는데 용담천은 다른 경우다, 그쪽은 준설을 한 곳이 아니다"라며 서울지방국토청과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출처 :"폭우에 사라진 다리 기둥... 4대강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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