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한전도 벅찬데 언론과도 싸워야 하나”
‘송전탑 갈등’ 밀양은 지금
생업마저 접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 ‘조선일보’ 왜곡보도에 분통 터뜨려
“구덩이, 외부세력 아닌 청년회가 작업, 본질 흐리는 ‘물타기’보도 중단하라”
정의구현사제단 “밀양에 평화” 미사
[한겨레] 김경욱 기자, 밀양/김광수 이재욱 기자 | 등록 : 2013.10.07 19:47 | 수정 : 2013.10.07 22:43
새벽안개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산허리 위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밤새 쪽잠을 자며 공사 현장 주변을 지킨 주민들이 하나둘 일어났고, 간밤에 마을로 내려간 일부 주민들도 돌아왔다. 경찰과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은 여전히 주민들의 공사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 7일 오전 송전탑 공사가 진행중인 경남 밀양시 단장면 일대는 여전히 긴장감이 팽팽했다.
동이 트자 일부 주민들은 96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만들어 놓은 커다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구덩이 위로는 밧줄 올가미가 걸린 나무 지지대가 설치돼 있었다. 단장면 동화전마을의 하아무개(48)씨는 “구덩이는 무덤을, 밧줄 올가미는 교수대를 상징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각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구덩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극렬행동을 부추기려고 무덤과 올가미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서다. 동화전마을 청년회의 손아무개(46)씨는 “인근 마을에서 한 것을 보고 주민들이 결의를 다지려고 한 일을 두고 ‘외부세력’이 주도했다고 왜곡하는 건 밀양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 가려는 ‘물타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부북면 평탄마을 주민 8명은 위양리 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 무덤 형태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송전탑 공사에 저항하다 죽으면 그곳에 묻혀서라도 공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다른 주민(82)은 “우리는 통합진보당이니 정치권이니 전혀 관심이 없다. 식수 등을 갖고 응원 온 사람들이 땅을 파는 것을 보고 도와준 것뿐이다. 노인들이 밤새워가며 경찰·한전과 싸우기도 벅찬데, 신문이나 방송하고도 싸워야 하나. 암담하다”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일 밀양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여러 사람들 가운데 통합진보당원 20여명도 있었지만, 구덩이는 동화전마을 청년회에서 이미 4일부터 파기 시작했고 통합진보당원이 잠시 도왔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날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건립 현장 가운데 단장면(3곳), 부북면(1곳), 산동면(1곳) 등 5곳에 시공업체 인력 등 260여명을 투입해 굴착·기초다지기 공사를 벌였다. 헬기 4대는 건설장비와 자재 등을 실어 날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현장에서 미사를 열려 했으나, 헬기의 굉음에 그마저도 힘겨웠다. 문규현 신부 등이 경찰과 한전 쪽에 ‘미사 시간만이라도 헬기 운행을 멈춰달라’고 부탁했지만 헬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날 정의구현사제단 주관으로 단장면 4공구 현장에서 열린 ‘봉헌 미사’는 예정 시간인 오후 1시30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께 시작됐다.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미사에는 80여명의 신부·수녀와 마을 주민 50여명이 참석했다.
김준한 신부는 강론에서 “비 맞으며 노숙하는 이곳 할머니들은 정부에서 (가구당) 4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고 했을 때 거절한 분들이다. 신념을 지키고 있는 어른들을 돈으로 (보상을 노리고 반대시위를 한다는 식으로) 모독하지 말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8일까지 밀양 곳곳을 돌며 봉헌 미사를 올릴 계획이다.
이날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의 충남 당진시와 경북 청도군 주민 70여명도 반대 투쟁 지원차 밀양 송전탑 현장을 찾아 “약한 시골 주민들의 재산과 목숨을 담보로 유지되는 장거리 송전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창원지법 밀양지원 민사부 이준민 판사는 송전탑 공사 자재 야적장에 무단으로 들어가려 한 혐의(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등)로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출처 : “경찰·한전도 벅찬데 언론과도 싸워야 하나”
‘송전탑 갈등’ 밀양은 지금
생업마저 접은 송전탑 반대 주민들 ‘조선일보’ 왜곡보도에 분통 터뜨려
“구덩이, 외부세력 아닌 청년회가 작업, 본질 흐리는 ‘물타기’보도 중단하라”
정의구현사제단 “밀양에 평화” 미사
[한겨레] 김경욱 기자, 밀양/김광수 이재욱 기자 | 등록 : 2013.10.07 19:47 | 수정 : 2013.10.07 22:43
▲ 송전탑 공사 재개 엿새째인 7일 오후 경남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4공구 건설현장 사무실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밀양/류우종 기자 |
새벽안개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산허리 위로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밤새 쪽잠을 자며 공사 현장 주변을 지킨 주민들이 하나둘 일어났고, 간밤에 마을로 내려간 일부 주민들도 돌아왔다. 경찰과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은 여전히 주민들의 공사장 진입을 막고 있었다. 7일 오전 송전탑 공사가 진행중인 경남 밀양시 단장면 일대는 여전히 긴장감이 팽팽했다.
동이 트자 일부 주민들은 96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만들어 놓은 커다란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몸을 뉘었다. 구덩이 위로는 밧줄 올가미가 걸린 나무 지지대가 설치돼 있었다. 단장면 동화전마을의 하아무개(48)씨는 “구덩이는 무덤을, 밧줄 올가미는 교수대를 상징한다.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각오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구덩이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극렬행동을 부추기려고 무덤과 올가미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서다. 동화전마을 청년회의 손아무개(46)씨는 “인근 마을에서 한 것을 보고 주민들이 결의를 다지려고 한 일을 두고 ‘외부세력’이 주도했다고 왜곡하는 건 밀양 송전탑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 가려는 ‘물타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부북면 평탄마을 주민 8명은 위양리 127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 무덤 형태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송전탑 공사에 저항하다 죽으면 그곳에 묻혀서라도 공사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또다른 주민(82)은 “우리는 통합진보당이니 정치권이니 전혀 관심이 없다. 식수 등을 갖고 응원 온 사람들이 땅을 파는 것을 보고 도와준 것뿐이다. 노인들이 밤새워가며 경찰·한전과 싸우기도 벅찬데, 신문이나 방송하고도 싸워야 하나. 암담하다”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일 밀양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여러 사람들 가운데 통합진보당원 20여명도 있었지만, 구덩이는 동화전마을 청년회에서 이미 4일부터 파기 시작했고 통합진보당원이 잠시 도왔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날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 4공구’ 건립 현장 가운데 단장면(3곳), 부북면(1곳), 산동면(1곳) 등 5곳에 시공업체 인력 등 260여명을 투입해 굴착·기초다지기 공사를 벌였다. 헬기 4대는 건설장비와 자재 등을 실어 날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현장에서 미사를 열려 했으나, 헬기의 굉음에 그마저도 힘겨웠다. 문규현 신부 등이 경찰과 한전 쪽에 ‘미사 시간만이라도 헬기 운행을 멈춰달라’고 부탁했지만 헬기는 멈추지 않았다. 이날 정의구현사제단 주관으로 단장면 4공구 현장에서 열린 ‘봉헌 미사’는 예정 시간인 오후 1시30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께 시작됐다. ‘평화는 정의의 작품’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미사에는 80여명의 신부·수녀와 마을 주민 50여명이 참석했다.
김준한 신부는 강론에서 “비 맞으며 노숙하는 이곳 할머니들은 정부에서 (가구당) 400만원의 보상금을 준다고 했을 때 거절한 분들이다. 신념을 지키고 있는 어른들을 돈으로 (보상을 노리고 반대시위를 한다는 식으로) 모독하지 말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8일까지 밀양 곳곳을 돌며 봉헌 미사를 올릴 계획이다.
이날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의 충남 당진시와 경북 청도군 주민 70여명도 반대 투쟁 지원차 밀양 송전탑 현장을 찾아 “약한 시골 주민들의 재산과 목숨을 담보로 유지되는 장거리 송전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창원지법 밀양지원 민사부 이준민 판사는 송전탑 공사 자재 야적장에 무단으로 들어가려 한 혐의(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등)로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구속영장을 이날 발부했다.
출처 : “경찰·한전도 벅찬데 언론과도 싸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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