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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민영화? 사유화!

"철도요금 5배"가 괴담이라고? 반박해 보시든가

"철도요금 5배"가 괴담이라고? 반박해 보시든가
[홍헌호 칼럼] 코레일 민영화 효과? 정부가 ‘날조’된 수치만 홍보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 입력 : 2014-01-01 12:39:06 | 노출 : 2014.01.02 09:32:27


1. 박근혜가 민영화 관련 유언비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서울-부산 KTX 요금이 28만 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대표적인 유언비어로 지목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KTX 요금이 28만 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유언비어 맞나요?
⇨ ‘내가 하면 로맨스 다른 사람이 하면 스캔들’, 이것이 바로 유언비어 운운하는 박근혜의 태도입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많은 인사들은 지난 수 년간 “복지를 확대하면 그리스 꼴 난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무엇일까요? ‘과도하게 복지를 늘리면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그럼 한번 따져 봅시다. 그리스 타령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영국식으로 철도민영화를 하면 KTX 요금이 28만 원으로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자신들은 ‘과도하게 복지를 늘리면’이라는 가정을 써도 되고 민영화 반대론자들은 ‘영국식으로 철도민영화를 하면’이라는 가정을 쓰면 안된다니, 박근혜와 정부 관료들이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 선진국들의 철도 요금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 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최근 발간한 정책자료집, <실패한 영국 철도 민영화, 그 불편한 진실>에 따르면 2012년 서울-부산(423km) 철도요금은 5만 7300원이었습니다. 반면 영국의 런던-뉴캐슬(432km)은 28만 1160원이었습니다. 영국의 철도요금이 우리나라의 5배에 육박한 겁니다. 신 의원 자료를 토대로 각국의 km당 철도요금을 비교해 보면 영국이 우리나라의 4.82배였고, 미국이 3.47배, 독일과 일본이 2.6배였습니다.

▲ [표] 주요 국가별 철도요금 수준 비교(단위 : 원). (주) 일반석 기준, 2012년 4월 기준. (출처) : 민주당 신기남 의원실(2013.06), <실패한 영국 철도 민영화, 그 불편한 진실>

3. 그런데 영국의 경우 철도 요금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정부 보조금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실태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카톨릭대 이종원 교수 등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 ‘유럽철도사례의 경험과 교훈’에 따르면 2000년과 2010년 사이 영국의 GDP 대비 철도 보조금 비율은 0.14%에서 0.31%로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 GDP에 비추어 보면 2000년 이후 정부 보조금이 9000억 원 규모에서 4조 원 규모로 늘어난 겁니다.

▲ [표] 영국 정부의 철도 보조금(단위 : 억 파운드, 억 원) (원자료) : 영국 ORR(재인용 출처) : 이종원 외(2013), ‘유럽철도사례의 경험과 교훈’

4. 우리나라 정부의 코레일 보조금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 코레일에 따르면 2012년 정부 보조금은 결산 기준으로 4867억 원, 2013년은 예산 기준으로 3772억 원이었습니다.

▲ 영화 "V for Vendetta"의 주인공 의상을 한 한 참가자가 철도와 의료, 가스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반대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치열 기자

5.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JTBC의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해 “다른 어떤 교통수단도 철도만큼 국민세금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그의 주장이 사실인가요?
⇨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2012년 말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대중교통법)’이 개정되어, 택시업계는 연간 1조 9000억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버스업계도 2012년까지 1조 400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는데요. 역시 2012년 말 대중교통법이 개정되어 280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강 전 의원처럼 철도만큼 국민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교통수단은 없다고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6. 궁금한 게 있습니다. 유언비어 운운하는 정부는 철도 민영화의 효과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나요?
⇨ 철도 경쟁체제나 민영화의 효과에 관한 정부의 정보 공개행태를 보면 정말 경악할 만합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011년 이후 정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라면서 몇 가지 수치를 반복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들도 그 보고서 원문을 본 적이 없고, 코레일도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코레일이 2011년 12월에 작성한 '철도 운영 경쟁 체제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문건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코레일은)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수요 예측, 운임 인하 등 경쟁 관련 근거 자료를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최초 한 차례 추상적 답변만 있었을 뿐, 지금까지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철도 경쟁체제나 민영화의 효과를 도출한 과정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날조된 수치만을 홍보하기에 바쁜 정부 관료들, 우리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부 아래 살고 있습니다.

7. 수치를 날조했다고 하면 연구자들과 관료들이 강하게 반발할 것 같은데요?
⇨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면 ‘날조’(捏造)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밈.” 연구자들과 관료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몄다면 수치를 날조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항변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들이 떳떳하다면 국민들의 혈세로 만든 연구보고서를 왜 공개하지 않는 겁니까? 연구 결과를 내놓고 그것의 검증을 기피하는 연구자는 연구자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대다수 사회과학방법론 교과서들은 ‘연구의 객관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어떤 연구가 검증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객관성을 확보한다.’ 따라서 검증을 기피하는 연구 결과는 연구물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8. 국토부는 2012년 4월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KTX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서울-부산 KTX 요금 중 15,000원을 돌려줄 것이라 홍보했는데요. 최근에는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하지요?
⇨ 2012년에 국토부는 KTX 경쟁체제 도입으로 요금을 20%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에는 말을 바꾸었습니다. 요금 인하 효과가 20%가 아니라 10%라는 겁니다. 일부 장사꾼들의 속임수 수법을 정부가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요. 일부 장사꾼들의 행태를 보면 호객행위를 할 때는 엄청나게 싸다고 현혹하고, 막상 흥정에 들어가면 구차한 이유를 들어가며 가격을 올립니다.

9. 12월 31일 기준으로 서울-부산 KTX요금이 5만 3300원(일반석)입니다. 국토부의 희망대로 이것을 10% 낮출 수 있다면 5330원 정도의 요금이 낮아지는데요. 2년 전 국토부는 요금이 1만 5000원 낮아진다며 국민들을 속였군요?
⇨ 국토부가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도 않고 검증도 기피하면서 속임수 호객행위를 할 목적으로 그런 뻥튀기 홍보를 한 겁니다.

10. 국토부가 지난 27일 수서발KTX에 대해 뭔가를 발표했다고 하는데요. 그 내용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국토부는 27일 보도자료에서 수서발KTX의 예상 수요가 2016년에 하루 평균 5만 4788명일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또 운영회사의 1년 매출액이 4622억 원(2016)일 것이라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2016년 수서발KTX를 이용하게 될 승객 연인원은 모두 1999만 7620명이고, 1인당 철도요금은 2만 3113원입니다.

* 승객 연인원(1999만 7620명) = 일평균 승객(5만 4788명) x 365일
* 1인당 철도요금(2만 3113원) = 4622억원/1999만 7620명


따라서 그들의 희망대로 요금을 10% 낮출 수 있다면 1인당 철도요금 할인액은 2570원 정도 됩니다. (25,681원의 90%는 23,113원이므로 10% 할인액은 2,568원)

11. 국토부는 어떤 방식으로 요금을 10% 인하한다는 것인가요?
⇨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면 요금이 10% 인하된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국민들을 현혹하기 위한 호객용 멘트이고, 실제로는 수서발KTX에 초과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두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수서발KTX를 아웃소싱 편중 회사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국토부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회사에는 소수의 핵심 인력만 남기고, 많은 부분을 아웃소싱한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수서발KTX는 일제 하의 ‘일본인 지주-마름-소작인’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즉, 일제 하에 일본인 지주가 마름을 동원하여 소작인을 쥐어짜듯이 수서발KTX에 참여하는 대자본들도 운영회사를 동원하여 힘없는 중소기업 직원들을 아웃소싱 대상으로 삼아 쥐어짜게 됩니다. 힘 있는 노조가 있을 경우에는 이와 같은 조직 분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토부는 일단 코레일을 쪼개고, 이와 같은 아웃소싱 편중 조직을 만들려 하는 것 같습니다.

12. 아웃소싱 편중 조직개편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 대형마트가 지역경제를 죽이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대형마트들은 납품업체를 쥐어짜고 중소상인들을 몰락시켜 거기에서 남는 이익 중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줍니다. (나중에는 그들만의 독과점이 형성되면 그마저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습니다.) 국토부도 대형마트들처럼 약자 쥐어짜기를 통해 그 이익의 일부를 승객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3. 수서발KTX에 초과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국토부의 또 다른 시도는 어떤 겁니까?
⇨ 최근 국토부는 코레일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코레일 왕따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즉, 철도시설공단에 엄청나게 퍼 주면서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구성원의 분열을 조장하는 겁니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 공기업에 대한 정부 출연금은 2011년 3조 5136억원에서 2013년 5조 650억원으로 2년간 44%나 급증했습니다. 국토부가 이와 같이 철도시설공단 퍼 주기에 나서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두 공기업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임대해서 써야 할 수서발KTX의 임대료를 줄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즉, 최근 정부가 철도시설공단에 엄청나게 퍼 주기를 한 것은 수서발KTX의 폭리를 보장하여 그 효과가 큰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기 위해서입니다.

14.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MB정부가 그와 같은 꼼수를 썼지요?
⇨ MB정부는 일부 국책연구소들까지 나서서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킬 것이라 우려하자, 무려 4조 원에 육박하는 수질개선비를 별도로 책정하여 4대강 사업 수질 개선효과 조작에 나섰습니다. 최근 국토부의 철도시설공단 퍼 주기도 수서발KTX 효과를 조작하기 위한 선제적 꼼수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철도요금 5배"가 괴담이라고? 반박해 보시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