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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불쑥 “신분증 봅시다”…불심검문, 현 정권 들어 2배

[단독] 경찰 불쑥 “신분증 봅시다”…불심검문, 현 정권 들어 2배
4대악 근절 내세운 정권 발맞춰 휴대용 신원조회기로 마구잡이 심문
지난해 신원·차량조회 444만건... 경범죄 처벌도 3만건 늘어
“경찰 실적 세우기식 무리한 사찰”

[한겨레]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4.01.08 08:03 | 수정 : 2014.01.08 11:31


회사원 정아무개(35)씨는 친구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작구 사당역 근처였다. 파란 제복에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을 요구했다. 금연구역 단속 때문인 줄 안 정씨는 신분증을 건넸다. “수배중이면 같이 가셔야 합니다.” 경찰은 ‘휴대용 신원조회기’로 정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했다. 그러곤 금세 경례를 하고 떠났다. 정씨는 경찰이 떠나고 나서야 ‘편법 불심검문’을 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보이스피싱에라도 걸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찰의 불심검문이 이전 정부에 견줘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겨레>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지역 경찰이 ‘휴대용 신원조회기’를 이용해 신원·차량조회를 한 건수는 444만여건이었다. 이는 2012년 202만여건, 2011년 259만여건에 견줘 갑절쯤 많은 것이다. 이 가운데 시민을 상대로 직접 조회한 신원조회는 2011년 88만여건, 2012년 65만여건에서 지난해 145만여건으로 늘었다. 차량조회도 2011년 170만여건, 2012년 137만여건에서 지난해 299만건으로 급증했다.

경범죄 처벌 건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시행한 개정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지난해 경범죄 단속 건수는 9만건이 넘었다. 2012년 5만8000여건에 견줘 3만건 이상 늘었다. 지난해 거둬들인 범칙금도 23억2000여만원으로, 2012년 10억1000여만원에 견줘 배 이상으로 뛰었다.

경찰은 이른바 ‘4대악 근절’을 위해 단속을 벌이면서 불심검문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성폭력, 학교폭력 등 4대악 근절이 강조되면서 휴대용 신원조회기 지급이 늘었고, 관련 부서에서 신원조회기 사용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대악 근절을 내세운 정권에 발맞춰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일상적으로 무리한 사찰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역대 정권에서도 초기에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수배범 등을 잡으려고 시도를 많이 했다. 박근혜가 4대악 척결을 내세우면서 안전을 강조하니까 경찰이 검거율을 높이려고 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온 부자감세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이를 메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도 아니고 치안 상황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서민 주머니를 털어서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2년 범죄통계’를 보면 2012년 살인, 강도, 성범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를 포함한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179만여건으로 나타났다. 2010년과 2011년의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각각 178만여건, 175만여건이었다.


출처 : [단독] 경찰 불쑥 “신분증 봅시다”…불심검문, 현 정권 들어 2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