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대치 고려해 정당해산 불가피",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라"
[정당해산심판] 황교안-이정희 대표의 모두 진술 대결
[오마이뉴스] 양태훈, 박소희 | 14.01.28 20:47 | 최종 업데이트 14.01.28 20:50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9명의 재판관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조명이 터졌다. 몇 분 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정적을 깼다.
"지금부터 2013헌다1호 통합진보당 해산, 2013헌사907호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관하여 변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사건입니다."
지난해 12월 24일과 올해 1월 15일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던 헌재는 이날 드디어 본 재판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이다. 박한철 소장은 시작부터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은 헌법적 의미가 중요하고 클 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됐다"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또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모두진술] "헌법과 국가안보 수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몇 가지 절차를 마친 뒤 재판부의 진행에 따라 청구인인 법무부의 대표, 황교안 장관이 법정 가운데로 나왔다. 연단 앞에 선 그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말투로 "법무부는 (정당해산심판을 규정한) 헌법 제8조 4항에 근거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진보당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약 5분 정도 진술을 이어가며 정부의 기존 주장을 정리했다. ▲ 당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 내용들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고 ▲ 북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했으며 ▲ 북의 지시에 따라 당의 핵심 간부를 NL(자주민족)계열로 당선시키는 등 북한을 추종해왔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거듭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고 강조하며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정당 해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공산당 해산사건에서 '안보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과 같이 세계 유일의 호전적 공산집단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그러므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의원 의원직 상실과 정당활동 정지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대법정 모두진술 전문보기)
[이정희 모두진술]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 후퇴"
통합진보당을 대표해 진술자로 나선 이정희 대표는 '안보 현실'을 내세운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낡은 분단체제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민주주의 발전마저 가로막고 있는 시대의 한계를 인식한다"고 맞섰다. 그는 약 20분 동안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세계가 첨예한 동서냉전에 휩싸였던 1950년대(독일)의 판결을, 이미 60년이 지난 2014년에 적용하는 시대착오를 범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북과 대립한다는 것 때문에 정부의 독단적 정책에 반대했던 시민들과 종교인들, 정당을 종북으로 공격하고 몰아세우는 경직된 사회로 남을 것입니까? 우리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아주십시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의 미래를 향한 헌법으로 나아가도록 앞길을 열어 주십시오."
이 대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정부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2011년 6월 정책당대회 때 최규엽 당령개정위원장이 '(개정안에) 공산주의란 말만 안 했지, 다 들어가 있다'고 발언한 것만 봐도 통합진보당의 종북성향을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내에 공산주의 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이란 말을 전제로 '설령 공산주의를 주장하더라도 강령 개정에 동의해주길 바란다'는 설득이었다"며 "전형적인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태도를 독일 나치정권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에 빗대기도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헌법재판소 대법정 모두진술 전문보기)
법률 대리인들도 날선 공방... 고사성어 인용하며 상대방 공격
양쪽 대표만큼 법률 대리인들의 변론 대결 또한 치열했다. 전날 언론중재위원장을 사임하고 법무부의 두 번째 대리인으로 나선 권성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의 행태를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듯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진보적 민주주의는 '트로이의 목마'에 빗대며 "(통합진보당과)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체는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대표인 김선수 변호사는 <논어>의 '무신불립(無信不立·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을 인용했다. 그는 "정당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대응인데, 이 사건 심판 청구는 국민의 선택을 믿지 못한 결과"라며 "정권이 국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헌법 소원 심판을 제기한 심판 절차와 관련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고도 거듭 밝혔다.
다음 공판은 2월 18일 오후 2시로 잡혔다. 이 2차 변론기일에는 정당해산심판 제도와 그 효력, 통합진보당 강령의 위헌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참고인 진술을 듣기로 했다.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통합진보당 쪽에선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와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가 나올 예정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쪽에서 심판 절차를 두고 헌법 소원을 낸 만큼 증거 채부 결정은 이 헌법 소원 결정을 먼저 한 다음 논의하기로 했다.
출처 : "북과 대치 고려해 정당해산 불가피",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라"
[정당해산심판] 황교안-이정희 대표의 모두 진술 대결
[오마이뉴스] 양태훈, 박소희 | 14.01.28 20:47 | 최종 업데이트 14.01.28 20:50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첫 공개변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 첫 변론기일인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측 대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통합진보당측 대표 이정희 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 양태훈 |
28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9명의 재판관들을 향해 연신 카메라 조명이 터졌다. 몇 분 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정적을 깼다.
"지금부터 2013헌다1호 통합진보당 해산, 2013헌사907호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관하여 변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사건입니다."
지난해 12월 24일과 올해 1월 15일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던 헌재는 이날 드디어 본 재판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의 정당 해산 심판이다. 박한철 소장은 시작부터 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 사건은 헌법적 의미가 중요하고 클 뿐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됐다"며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고 철저하게, 또 신중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모두진술] "헌법과 국가안보 수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첫 재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가운데 정부를 대표하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도착하고 있다. ⓒ 양태훈 |
몇 가지 절차를 마친 뒤 재판부의 진행에 따라 청구인인 법무부의 대표, 황교안 장관이 법정 가운데로 나왔다. 연단 앞에 선 그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말투로 "법무부는 (정당해산심판을 규정한) 헌법 제8조 4항에 근거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진보당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약 5분 정도 진술을 이어가며 정부의 기존 주장을 정리했다. ▲ 당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와 강령 내용들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이고 ▲ 북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내란을 음모했으며 ▲ 북의 지시에 따라 당의 핵심 간부를 NL(자주민족)계열로 당선시키는 등 북한을 추종해왔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거듭 통합진보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다고 강조하며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정당 해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공산당 해산사건에서 '안보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과 같이 세계 유일의 호전적 공산집단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은 불가피하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대한민국 헌법과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그러므로 통합진보당 해산과 소속 의원 의원직 상실과 정당활동 정지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대법정 모두진술 전문보기)
[이정희 모두진술]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 후퇴"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첫 재판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가운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도착하고 있다. ⓒ 양태훈 |
통합진보당을 대표해 진술자로 나선 이정희 대표는 '안보 현실'을 내세운 정부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는 낡은 분단체제의 고통이 여전히 남아 민주주의 발전마저 가로막고 있는 시대의 한계를 인식한다"고 맞섰다. 그는 약 20분 동안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 세계가 첨예한 동서냉전에 휩싸였던 1950년대(독일)의 판결을, 이미 60년이 지난 2014년에 적용하는 시대착오를 범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북과 대립한다는 것 때문에 정부의 독단적 정책에 반대했던 시민들과 종교인들, 정당을 종북으로 공격하고 몰아세우는 경직된 사회로 남을 것입니까? 우리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아주십시오. 평화와 통일, 민주주의의 미래를 향한 헌법으로 나아가도록 앞길을 열어 주십시오."
이 대표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정부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2011년 6월 정책당대회 때 최규엽 당령개정위원장이 '(개정안에) 공산주의란 말만 안 했지, 다 들어가 있다'고 발언한 것만 봐도 통합진보당의 종북성향을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내에 공산주의 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이란 말을 전제로 '설령 공산주의를 주장하더라도 강령 개정에 동의해주길 바란다'는 설득이었다"며 "전형적인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태도를 독일 나치정권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에 빗대기도 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의 헌법재판소 대법정 모두진술 전문보기)
법률 대리인들도 날선 공방... 고사성어 인용하며 상대방 공격
양쪽 대표만큼 법률 대리인들의 변론 대결 또한 치열했다. 전날 언론중재위원장을 사임하고 법무부의 두 번째 대리인으로 나선 권성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의 행태를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듯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 진보적 민주주의는 '트로이의 목마'에 빗대며 "(통합진보당과)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체는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 대표인 김선수 변호사는 <논어>의 '무신불립(無信不立·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을 인용했다. 그는 "정당이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국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대응인데, 이 사건 심판 청구는 국민의 선택을 믿지 못한 결과"라며 "정권이 국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근 헌법 소원 심판을 제기한 심판 절차와 관련해 형사소송법을 준용해야 한다고도 거듭 밝혔다.
다음 공판은 2월 18일 오후 2시로 잡혔다. 이 2차 변론기일에는 정당해산심판 제도와 그 효력, 통합진보당 강령의 위헌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참고인 진술을 듣기로 했다. 법무부 쪽 참고인으로는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통합진보당 쪽에선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와 송기춘 전북대 로스쿨 교수가 나올 예정이다.
헌재는 통합진보당 쪽에서 심판 절차를 두고 헌법 소원을 낸 만큼 증거 채부 결정은 이 헌법 소원 결정을 먼저 한 다음 논의하기로 했다.
출처 : "북과 대치 고려해 정당해산 불가피", "헌법을 냉전의 과거에 가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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