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꼭 봐야 할 '어르신'의 경고
[게릴라칼럼] 켄 로치 감독의 <1945년의 시대정신>으로 본 2014년 한국
[오마이뉴스] 하성태 | 14.03.16 11:16 | 최종 업데이트 14.03.16 13:55
"얼마 전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이 상황을 알았더라면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여건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있는 복지제도도 이렇게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 입니다.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도 그 제도에 대한 접근도 용이하게 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세모녀 자살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발언 내용이다. 박근혜의 안타까움보다 더 안타깝게도 저 발언의 문맥 어디에서도 제도를 개선할 적극적인 의지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저 발언만 놓고 보면, "있는 복지제도를 몰라서"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모녀만 두 번 죽인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박근혜의 인식이 그만큼 중요한 거다. 있는 제도나 알아서 잘 활용하라니.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고, 제도 개선은커녕 복지를 시혜쯤으로 여기고 있는 박근혜의 사회제도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러는 사이,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소식이 연일 신문들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모녀도, 단역배우도, 시청공무원도, 40대 가장도, 동반자살(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유아 살해에 가까운) 가족도, 박근혜가 가리키는 제도만 알았다면 지금쯤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쉬고 있을까.
늦었지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니, 이제 고작 집권 1주년을 넘겼으니 그리 늦은 편도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영상교육이다. 단순히 복지제도뿐 아니라 시장주의와 민영화 논리에 대해 철저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는 작품이 있다. 심지어, 박근혜가 존경한다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출연한다. 전세계 영화 관객들로부터 존경받는 켄 로치 감독의 <1945년의 시대정신>(2013)이 바로 그 추천작이다.
박근혜에게 '1등 좌파' 켄로치의 다큐를 추천하는 이유
1945년, 우리가 해방을 맞았던 바로 그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설해야 했다. 그 전쟁의 폐허 위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꽃피고 있었다. 그때, 영국의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손을 처음으로 들어준다. 이 영화의 부제는 'The Labour Victory of 1945, Memories and Reflections 1945년 노동당의 승리, 기억과 반성들'이다.
'전세계 1등 좌파 감독'으로 존경받는 켄 로치는 올해로 77세가 됐다. 박근혜 보다 15살이나 많고, 김기춘 비서실장보다도 3살이나 많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명제를 가뿐히 거부할 것 같은 이 노장 감독은 70여 년 전 과거의 영국을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아비 세대의 추억을 무턱대고 길어 올리는 회고나 반추는 없다. 언제나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과 시선이 중요한 법이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의 지역 및 국립 아카이브에서 찾은 각종 기록물과 인터뷰를 통해 영국 역사의 중심이라 생각한 1945년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그 시대정신의 요체는 어렵지 않다. 어느 나라도 이룬 적 없던 복지 사회에 대한 열망. 다시 말해, 귀족이나 관료, 시민할 것 없이 다 같이 잘사는 나라, 산업혁명의 근원지인만큼 빈곤과 실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정치인과 노동자들의 합심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켄 로치 감독은 이제는 노인이 된 이들의 고견을 경청한다. 정치인, 기자, 광부 등 노동자, 학생 등 당시 사회의 변혁을 이끌었던 청년들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혜안을 빌려 온다. '그 시절이 좋았지' 따위의 입바른 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
노동당에서 출발한 영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그들은 현재 그 영국의 보통사람들이 왜 살기가 팍팍해졌는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영화 속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켄 로치 감독은 그 주범이 마가릿 대처가 복지 정책을 파괴하는데 이용한 민영화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처가 박살낸 영국의 복지와 사회주의 정책들
"제 생각엔 노년 세대가 사회의 짐으로 살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앞장 서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대화를 해야 해요. 연금 수급자들이 TV를 끄고 귀마개를 뽑고 1945년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무슨 뜻이었는지, 공공 소유가 뭘뜻했고, 분배와 공동체가 무슨 뜻인지, 그 시절에 어떤 삶을 염원했는지. 그것이야말로 참된 기회였어요."
이제는 할머니가 된 당시 간호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공공 소유와 분배, 그리고 공동체. 2014년의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과거의 어느 순간이거나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가치들을 <1945년의 시대정신> 속 노인들은 진지하게 설파한다. 여전히 '빨갱이 척결'과 '새마을 운동'을 운운하는 우리 노년과는 아득한 간극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노동당 시절 연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 '구세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바로 민영화다. (스스로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노동당의 공영화 정책을 박살낸 이가 바로 대처였다. 사회주의자 켄 로치 감독은 이 대처리즘의 본질과 폐해를 당시의 뉴스들과 노인들의 증언을 통해 있는 힘껏 파헤친다. 1980년대 대처와 보수당은 국가 산업을 박살내면서 광산, 철도, 부두, 에너지 산업 등을 넘어 '심지어' 우체국까지 민영화시키는 철저함을 자랑했다.
전쟁 이후 공동 주택을 짓고, 대중교통을 정비하는 등 빈곤을 퇴치하고 복지를 광범위하게 실천하고자 했고 심지어 많은 부분 성취를 이뤄냈던 노동당의 '사람 사는 세상' 프로젝트는 대처에 의해 산산조각났다. 이제, 그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정책은 국민보건서비스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 우리가 영국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한 번 망가져 버린 복지정책을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뼈아픈 가르침인 것이다.
2014년 한국에 꼭 필요한 1945년 영국의 시대정신
"소수가 다른 이들을 착취하며 부유해져서는 안 되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생산과 용역이 모두의 이익이 되는 공동 소유의 개념이었다. 그것이 다수에 의해 지지된 고귀한 이념이었다. 그것이 바로 1945년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제 그 정신을 다시 떠올릴 때가 되었다."
앞으로 몇 편이나 더 극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를 이 노장 감독이 구태여 흑백 다큐멘터리를 만든 연출 의도다. <1945년의 시대정신>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흑백이 아닌 컬러로 끝을 맺는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희망에 부풀어 행복한 한때를 보냈던 영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흑백 필름을 컬러로 변환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미학적 방점을 찍으며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고 권유하는 켄 로치 감독의 목소리는 1945년 의회를 장악한 공산당 수장이 "이 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실현하는 노동당 정부를 힘껏 뒷받침해 주십시오"라던 선언과 함께 찡한 울림을 전해 준다.
여전히 간첩조작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 분단국가에선 사회주의 정책과 복지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자고 권유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이 자살의 연쇄로 내몰리고 있는 이 복지 빈곤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가치의 전환만큼 절실한 것이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 영국의 좌파들이, 노동자들이, 지식인들이 부르짖는 사회주의'적' 가치 말이다.
2013 베를린 영화제 상영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이어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성황리에 재상영된 바 있다. 비록 정식으로 수입되진 못했지만, 그 주제의 선명함에 공감하는 이들 사이에선 화제작으로 떠오른 바 있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EBS 채널에서 방영되고, 그걸 박근혜와 친박인사들이 시청하는 광경. 2014년 한국에서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은 과연 불경한 것일까. 한국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1945년의 시대정신>을 만나고 싶다.
출처 : 박근혜가 꼭 봐야 할 '어르신'의 경고
[게릴라칼럼] 켄 로치 감독의 <1945년의 시대정신>으로 본 2014년 한국
[오마이뉴스] 하성태 | 14.03.16 11:16 | 최종 업데이트 14.03.16 13:5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지난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함께 입장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얼마 전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이 상황을 알았더라면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여러 지원을 받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여건이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있는 복지제도도 이렇게 국민이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없는 제도나 마찬가지 입니다. 있는 제도부터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도 그 제도에 대한 접근도 용이하게 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세모녀 자살 사건에 대한 박근혜의 발언 내용이다. 박근혜의 안타까움보다 더 안타깝게도 저 발언의 문맥 어디에서도 제도를 개선할 적극적인 의지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저 발언만 놓고 보면, "있는 복지제도를 몰라서"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세모녀만 두 번 죽인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박근혜의 인식이 그만큼 중요한 거다. 있는 제도나 알아서 잘 활용하라니.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고, 제도 개선은커녕 복지를 시혜쯤으로 여기고 있는 박근혜의 사회제도에 대한 인식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러는 사이,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소식이 연일 신문들의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세모녀도, 단역배우도, 시청공무원도, 40대 가장도, 동반자살(이라 부르지만 실상은 유아 살해에 가까운) 가족도, 박근혜가 가리키는 제도만 알았다면 지금쯤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쉬고 있을까.
늦었지만,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니, 이제 고작 집권 1주년을 넘겼으니 그리 늦은 편도 아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영상교육이다. 단순히 복지제도뿐 아니라 시장주의와 민영화 논리에 대해 철저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는 작품이 있다. 심지어, 박근혜가 존경한다는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출연한다. 전세계 영화 관객들로부터 존경받는 켄 로치 감독의 <1945년의 시대정신>(2013)이 바로 그 추천작이다.
박근혜에게 '1등 좌파' 켄로치의 다큐를 추천하는 이유
▲ <1945년의 시대정신> 포스터. ⓒ Sixteen Films |
1945년, 우리가 해방을 맞았던 바로 그해,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설해야 했다. 그 전쟁의 폐허 위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꽃피고 있었다. 그때, 영국의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손을 처음으로 들어준다. 이 영화의 부제는 'The Labour Victory of 1945, Memories and Reflections 1945년 노동당의 승리, 기억과 반성들'이다.
'전세계 1등 좌파 감독'으로 존경받는 켄 로치는 올해로 77세가 됐다. 박근혜 보다 15살이나 많고, 김기춘 비서실장보다도 3살이나 많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명제를 가뿐히 거부할 것 같은 이 노장 감독은 70여 년 전 과거의 영국을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아비 세대의 추억을 무턱대고 길어 올리는 회고나 반추는 없다. 언제나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과 시선이 중요한 법이다.
켄 로치 감독은 영국의 지역 및 국립 아카이브에서 찾은 각종 기록물과 인터뷰를 통해 영국 역사의 중심이라 생각한 1945년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그 시대정신의 요체는 어렵지 않다. 어느 나라도 이룬 적 없던 복지 사회에 대한 열망. 다시 말해, 귀족이나 관료, 시민할 것 없이 다 같이 잘사는 나라, 산업혁명의 근원지인만큼 빈곤과 실업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정치인과 노동자들의 합심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켄 로치 감독은 이제는 노인이 된 이들의 고견을 경청한다. 정치인, 기자, 광부 등 노동자, 학생 등 당시 사회의 변혁을 이끌었던 청년들의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혜안을 빌려 온다. '그 시절이 좋았지' 따위의 입바른 소리가 끼어들 여지가 있을 리 만무하다.
노동당에서 출발한 영국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그들은 현재 그 영국의 보통사람들이 왜 살기가 팍팍해졌는지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다. 영화 속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켄 로치 감독은 그 주범이 마가릿 대처가 복지 정책을 파괴하는데 이용한 민영화 정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처가 박살낸 영국의 복지와 사회주의 정책들
▲ <1945년의 시대정신>의 한 장면. ⓒ Sixteen Films |
"제 생각엔 노년 세대가 사회의 짐으로 살 것이 아니라 책임있게 앞장 서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대화를 해야 해요. 연금 수급자들이 TV를 끄고 귀마개를 뽑고 1945년의 전망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무슨 뜻이었는지, 공공 소유가 뭘뜻했고, 분배와 공동체가 무슨 뜻인지, 그 시절에 어떤 삶을 염원했는지. 그것이야말로 참된 기회였어요."
이제는 할머니가 된 당시 간호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공공 소유와 분배, 그리고 공동체. 2014년의 한국인들에게는 이미 과거의 어느 순간이거나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 가치들을 <1945년의 시대정신> 속 노인들은 진지하게 설파한다. 여전히 '빨갱이 척결'과 '새마을 운동'을 운운하는 우리 노년과는 아득한 간극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노동당 시절 연대의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 '구세대'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바로 민영화다. (스스로 혁신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노동당의 공영화 정책을 박살낸 이가 바로 대처였다. 사회주의자 켄 로치 감독은 이 대처리즘의 본질과 폐해를 당시의 뉴스들과 노인들의 증언을 통해 있는 힘껏 파헤친다. 1980년대 대처와 보수당은 국가 산업을 박살내면서 광산, 철도, 부두, 에너지 산업 등을 넘어 '심지어' 우체국까지 민영화시키는 철저함을 자랑했다.
전쟁 이후 공동 주택을 짓고, 대중교통을 정비하는 등 빈곤을 퇴치하고 복지를 광범위하게 실천하고자 했고 심지어 많은 부분 성취를 이뤄냈던 노동당의 '사람 사는 세상' 프로젝트는 대처에 의해 산산조각났다. 이제, 그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정책은 국민보건서비스가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 신자유주의 시대, 우리가 영국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한 번 망가져 버린 복지정책을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한 뼈아픈 가르침인 것이다.
2014년 한국에 꼭 필요한 1945년 영국의 시대정신
▲ "그의 장례식도 민영화하자. 경쟁 입찰을 해 가장 싼 업체에 맡기자. 대처는 그것을 원했을 것이다." 고 마가릿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을 두고 켄 로치 감독이 한 말이 전세계에서 화제가 됐다. ⓒ 트위터 캡처 |
"소수가 다른 이들을 착취하며 부유해져서는 안 되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생산과 용역이 모두의 이익이 되는 공동 소유의 개념이었다. 그것이 다수에 의해 지지된 고귀한 이념이었다. 그것이 바로 1945년의 시대정신이었다. 이제 그 정신을 다시 떠올릴 때가 되었다."
앞으로 몇 편이나 더 극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를 이 노장 감독이 구태여 흑백 다큐멘터리를 만든 연출 의도다. <1945년의 시대정신>의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흑백이 아닌 컬러로 끝을 맺는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희망에 부풀어 행복한 한때를 보냈던 영국인들의 모습을 담은 흑백 필름을 컬러로 변환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미학적 방점을 찍으며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고 권유하는 켄 로치 감독의 목소리는 1945년 의회를 장악한 공산당 수장이 "이 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실현하는 노동당 정부를 힘껏 뒷받침해 주십시오"라던 선언과 함께 찡한 울림을 전해 준다.
여전히 간첩조작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 분단국가에선 사회주의 정책과 복지의 진정한 가치를 고민하자고 권유하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층이 자살의 연쇄로 내몰리고 있는 이 복지 빈곤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가치의 전환만큼 절실한 것이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 국가 영국의 좌파들이, 노동자들이, 지식인들이 부르짖는 사회주의'적' 가치 말이다.
2013 베를린 영화제 상영작인 이 다큐멘터리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에 이어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성황리에 재상영된 바 있다. 비록 정식으로 수입되진 못했지만, 그 주제의 선명함에 공감하는 이들 사이에선 화제작으로 떠오른 바 있다. 이런 다큐멘터리가 EBS 채널에서 방영되고, 그걸 박근혜와 친박인사들이 시청하는 광경. 2014년 한국에서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은 과연 불경한 것일까. 한국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1945년의 시대정신>을 만나고 싶다.
출처 : 박근혜가 꼭 봐야 할 '어르신'의 경고
'세상에 이럴수가 > 정치·사회·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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