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물 마른 적 없는데"... 누구 책임인가
[현장] 4대강 사업 완공 후 2년... '누더기' 된 남한강
[오마이뉴스] 이철재 | 14.03.16 16:03 | 최종 업데이트 14.03.16 16:17
지난 3일, 4일 SBS '물은 생명이다' 취재팀과 남한강을 찾았습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된 후 만 2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 강이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이 기후변화, 수질개선, 일자리창출,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22조 원의 예산을 들인 대규모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이 호언장담했던 목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태계 훼손, 수질 악화, 혈세 낭비, 부실 및 비리 속출 등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국토에 대한 반란"이라 평가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총체적 사기극"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4대강 사업의 본질이 극단적 개발주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발주의를 펼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희생되어야 하며, 서민과 자연 생태계의 존재 가치 역시 훼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남한강 현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대강 사업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처음 찾은 곳은 원주시 부론면 흥원창입니다. 이곳은 충주 쪽에서 남한강이, 원주 쪽에서 섬강이, 이천 쪽에서 청미천이 합류되면서 드넓은 습지를 형성했던 곳입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누더기 하천'으로 전락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포클레인 삽날과 덤프트럭이 24시간 멈추지 않고 강바닥의 모래를 퍼올렸던 곳이 바로 이곳으로, 그 증거가 맞은편 거대한 모래더미로 남아 있습니다. 수 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모래산성에는 제법 굵은 나무가 자라나 시간의 흐름을 가늠케 해주고 있습니다.
본류를 어마어마하게 준설하다보니 생기는 문제가 바로 지천의 침식 현상, 즉 역행침식 문제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섬강이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지점에는 하상보호공(강바닥을 보호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현재는 그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굵은 모래가 쌓여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준설한 지역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곳은 섬강만이 아닙니다. 청미천이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일대는 일명 도리섬으로 불리는데, 여기서도 대규모로 모래가 다시 쌓이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모래 재퇴적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해봤자 소용없는 공사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것이며, 이 상태로 두면 강이 원래대로 복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지천인 여주시 간매천과 금당천은 과연 하천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손을 댔습니다. 하천 제방은 물론 바닥까지 콘크리트와 돌 붙임 공법으로 공사를 했습니다. 두 하천은 4대강 공사 중에 역행침식으로 수 없이 무너지고, 그때마다 계속 공사를 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이곳은 갈대와 달뿌리풀 등이 번성하고 모래가 많아 제법 운치 있고, 멋이 있는 하천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하천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망가져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누더기 하천'입니다. 침식 현상은 지천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한강 본류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여주시 단현리 부라우나루터 인근 약 1만1천 제곱미터(3300평)의 논 제방은 길이 30여 미터, 깊이 1.5~2미터로 파여 나갔습니다.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이 논의 주인 황덕선씨는 여기서 20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원래 제방 바로 앞에는 큰 모래섬이 있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모래섬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논 제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4대강 피해는 현재 진행형
4대강 공사 기간 중과 끝난 후에 공사 관계자와 해당 관청에 여러 번 진정을 냈다고 합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하든, 보상을 하든 해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만일 힘이 있으면, 행정기관이 이렇게 나오겠냐"면서 "왜 국민을 화나게 하느냐"며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는 무거운 농기계로 작업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올해도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공사는 중단됐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행정기관이 4대강 사업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덕선씨는 법의 도움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싸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피해주민이 1심에 승소하는 데 만 3년이 소요된 사례도 있습니다. 여주시 대신면 당남리 곡수천 부근 한 양식장에서는 지난 2011년 2월 키우던 대농갱이 치어 24만여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동자개(일명 빠가사리)와 흡사한 대농갱이를 여기 사람들은 '그렁치'라고 부르는데, 30cm에 이를 정도로 크고 맛도 좋아 매운탕 거리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하는데, 이곳 주인 이종덕씨는 15년 전부터 지하 관정을 뚫어 양식을 해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15년 동안 물이 마른 적이 없었는데, 70만 평에 달하는 여주 저류지 공사를 하면서 갑자기 집수정에 물이 고갈됐다"라며 "인근 하천인 곡수천도 물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물고기 폐사 사건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공사 관계자들에게 관련해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종덕씨는 바로 직전까지 마을 이장으로서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의 편의를 많이 봐줬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당시 공사 담당자들이 책임 있고 성의 있는 답변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4대강과 관계없다, 수위가 내려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사관계자들의 회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돼 1심 판결까지 3년이 소요된 것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공사관계자들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 합니다. 뻔한 사실도 철저하게 시간을 끌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해주민들의 억장을 계속 무너지게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지천으로 확대되는 4대강 사업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국가하천 복하천은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작성 이후 곧바로 '4대강 외 국가하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공사 중에 있으며, 이와 별도로 지방하천 구간도 하천기본계획 변경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불행히도 국가하천, 지방하천 사업은 모두 4대강 사업과 똑같은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천시 진리 복하교 하류 쪽은 대표적인 수변 생태공간이었습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김미야 국장은 "10여 년 전 제방 공사 이후 겨우 안정화 되면서, 갈대, 달뿌리풀 등이 우거져 철새와 야생동물 및 삵도 발견되는 등 자연성이 회복된 아름다운 지역이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생태공원, 자전거도로 및 축구장 4개 및 야구장 등의 체육시설을 위해 갈대 등을 밀어버린 상태입니다.
김미야 국장은 "이천시는 곳곳에 체육시설이 많지만 현재도 거의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인데 굳이 이곳에 체육시설을 만들어 살아나는 하천을 왜 파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강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토부, 환경부 등은 국어사전에서 '생태'란 말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면서 "생태하천이 아니라 황폐하천을 만드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천시 신둔면 수하리에는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사업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복하천으로 유입되는 신둔천에는 자전거 도로가 하천을 가로질러 놓였는데, 흡사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지난해 8월 홍수 때 무너져 내린 자전거 도로를 8개월이 지나도록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 여름 홍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지천 사업은 자연의 힘을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노골화 됐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무너지고 다시 만들면서 국민들의 혈세는 낭비되고, 자연은 더욱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고, 더욱이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피해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은 끝날 수 없는 사업입니다. 또한 4대강 사업은 지류지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 그리고 민주주의를 훼손시켰습니다. 그러한 사업이 계속된다는 것은 국가적, 국민적, 자연적 불행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러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출처 : "15년간 물 마른 적 없는데"... 누구 책임인가
[현장] 4대강 사업 완공 후 2년... '누더기' 된 남한강
[오마이뉴스] 이철재 | 14.03.16 16:03 | 최종 업데이트 14.03.16 16:17
지난 3일, 4일 SBS '물은 생명이다' 취재팀과 남한강을 찾았습니다. 4대강 사업이 마무리 된 후 만 2년이 지나고 있는 현재, 우리 강이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권이 기후변화, 수질개선, 일자리창출, 생태계 복원을 명분으로 22조 원의 예산을 들인 대규모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이 호언장담했던 목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태계 훼손, 수질 악화, 혈세 낭비, 부실 및 비리 속출 등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 남한강 금당천의 현재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역행침식이 심각했던 금당천은 원래 모래와 달뿔리풀, 갈대가 번성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쇠그물 안에 돌들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철재 |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을 두고 "국토에 대한 반란"이라 평가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는 "총체적 사기극"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4대강 사업의 본질이 극단적 개발주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개발주의를 펼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희생되어야 하며, 서민과 자연 생태계의 존재 가치 역시 훼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남한강 현장에서도 그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대강 사업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취재에서 처음 찾은 곳은 원주시 부론면 흥원창입니다. 이곳은 충주 쪽에서 남한강이, 원주 쪽에서 섬강이, 이천 쪽에서 청미천이 합류되면서 드넓은 습지를 형성했던 곳입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누더기 하천'으로 전락
4대강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0년, 포클레인 삽날과 덤프트럭이 24시간 멈추지 않고 강바닥의 모래를 퍼올렸던 곳이 바로 이곳으로, 그 증거가 맞은편 거대한 모래더미로 남아 있습니다. 수 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모래산성에는 제법 굵은 나무가 자라나 시간의 흐름을 가늠케 해주고 있습니다.
본류를 어마어마하게 준설하다보니 생기는 문제가 바로 지천의 침식 현상, 즉 역행침식 문제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섬강이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지점에는 하상보호공(강바닥을 보호할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는데, 현재는 그 흔적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굵은 모래가 쌓여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섬강이 남한강가 만나는 지점 전체를 준설한 지역에 모래가 다시 쌓이고 있다. ⓒ 이철재 |
준설한 지역에 모래가 다시 쌓이는 곳은 섬강만이 아닙니다. 청미천이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일대는 일명 도리섬으로 불리는데, 여기서도 대규모로 모래가 다시 쌓이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모래 재퇴적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해봤자 소용없는 공사에 예산만 낭비했다는 것이며, 이 상태로 두면 강이 원래대로 복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지천인 여주시 간매천과 금당천은 과연 하천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손을 댔습니다. 하천 제방은 물론 바닥까지 콘크리트와 돌 붙임 공법으로 공사를 했습니다. 두 하천은 4대강 공사 중에 역행침식으로 수 없이 무너지고, 그때마다 계속 공사를 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이전 이곳은 갈대와 달뿌리풀 등이 번성하고 모래가 많아 제법 운치 있고, 멋이 있는 하천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하천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망가져버렸습니다. 그야말로 '누더기 하천'입니다. 침식 현상은 지천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한강 본류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 남한강 간매천 수 차례 무너지고, 다시 공사하면서 간매천은 하천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누더기 하천으로 변해버렸다. ⓒ 이철재 |
여주시 단현리 부라우나루터 인근 약 1만1천 제곱미터(3300평)의 논 제방은 길이 30여 미터, 깊이 1.5~2미터로 파여 나갔습니다. 경사가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이 논의 주인 황덕선씨는 여기서 20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원래 제방 바로 앞에는 큰 모래섬이 있었는데, 4대강 사업으로 모래섬이 사라지고 나서부터 논 제방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4대강 피해는 현재 진행형
4대강 공사 기간 중과 끝난 후에 공사 관계자와 해당 관청에 여러 번 진정을 냈다고 합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하든, 보상을 하든 해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따졌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내가 만일 힘이 있으면, 행정기관이 이렇게 나오겠냐"면서 "왜 국민을 화나게 하느냐"며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 쌓인 모래에서 자란 나무 강 바닦에서 퍼 올려 쌓아 둔 모래더미는 방치되다시피 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사람 키보다 훨씬 큰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 이철재 |
그는 무거운 농기계로 작업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올해도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공사는 중단됐지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행정기관이 4대강 사업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덕선씨는 법의 도움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싸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피해주민이 1심에 승소하는 데 만 3년이 소요된 사례도 있습니다. 여주시 대신면 당남리 곡수천 부근 한 양식장에서는 지난 2011년 2월 키우던 대농갱이 치어 24만여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무너지는 남한강 남한강 부라우나루터 인근 논 제방이 침식되고 있지만, 공사관계자, 행정기관 등은 4대강 사업 영향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 ⓒ 이철재 |
동자개(일명 빠가사리)와 흡사한 대농갱이를 여기 사람들은 '그렁치'라고 부르는데, 30cm에 이를 정도로 크고 맛도 좋아 매운탕 거리로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하는데, 이곳 주인 이종덕씨는 15년 전부터 지하 관정을 뚫어 양식을 해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15년 동안 물이 마른 적이 없었는데, 70만 평에 달하는 여주 저류지 공사를 하면서 갑자기 집수정에 물이 고갈됐다"라며 "인근 하천인 곡수천도 물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물고기 폐사 사건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공사 관계자들에게 관련해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이종덕씨는 바로 직전까지 마을 이장으로서 4대강 공사 관계자들의 편의를 많이 봐줬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당시 공사 담당자들이 책임 있고 성의 있는 답변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4대강과 관계없다, 수위가 내려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사관계자들의 회신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싸움이 시작돼 1심 판결까지 3년이 소요된 것입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공사관계자들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 합니다. 뻔한 사실도 철저하게 시간을 끌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피해주민들의 억장을 계속 무너지게 하겠다는 태도입니다.
▲ 양식장 관정 하천변에 관정을 파고 양식업을 하던 주민은 피해가 인정되기 까지 3년이 소요됐다. 공사관계자들과 행정기관은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뻔한 피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 ⓒ 이철재 |
지천으로 확대되는 4대강 사업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국가하천 복하천은 여전히 공사 중입니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작성 이후 곧바로 '4대강 외 국가하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공사 중에 있으며, 이와 별도로 지방하천 구간도 하천기본계획 변경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불행히도 국가하천, 지방하천 사업은 모두 4대강 사업과 똑같은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천시 진리 복하교 하류 쪽은 대표적인 수변 생태공간이었습니다. 이천환경운동연합 김미야 국장은 "10여 년 전 제방 공사 이후 겨우 안정화 되면서, 갈대, 달뿌리풀 등이 우거져 철새와 야생동물 및 삵도 발견되는 등 자연성이 회복된 아름다운 지역이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는 생태공원, 자전거도로 및 축구장 4개 및 야구장 등의 체육시설을 위해 갈대 등을 밀어버린 상태입니다.
▲ 복하천, 생태 공간은 사라지고 지천 생태공원 조성 사업이라고 하지만, 황폐하천을 만들고 있다. ⓒ 이철재 |
김미야 국장은 "이천시는 곳곳에 체육시설이 많지만 현재도 거의 관리가 안 되는 상황인데 굳이 이곳에 체육시설을 만들어 살아나는 하천을 왜 파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강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토부, 환경부 등은 국어사전에서 '생태'란 말을 찾아봤으면 좋겠다"면서 "생태하천이 아니라 황폐하천을 만드는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천시 신둔면 수하리에는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사업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복하천으로 유입되는 신둔천에는 자전거 도로가 하천을 가로질러 놓였는데, 흡사 폭탄을 맞은 것처럼 처참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지난해 8월 홍수 때 무너져 내린 자전거 도로를 8개월이 지나도록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 여름 홍수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 사업 이후 지천 사업은 자연의 힘을 무시하는 경향이 더욱 노골화 됐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무너지고 다시 만들면서 국민들의 혈세는 낭비되고, 자연은 더욱 망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폭격맞은 자전거 도로 지난 8월 홍수에 무너진 복하천 상류 신둔천 자전거 도로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데, 복구해도 물의 흐름을 거르스로 있어 또 다시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 이철재 |
4대강 사업은 결코 끝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에 따른 피해가 현재 진행형이고, 더욱이 현 정권이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피해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은 끝날 수 없는 사업입니다. 또한 4대강 사업은 지류지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4대강 사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 그리고 민주주의를 훼손시켰습니다. 그러한 사업이 계속된다는 것은 국가적, 국민적, 자연적 불행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러그(blog.naver.com/ecocinema)에도 올립니다.
출처 : "15년간 물 마른 적 없는데"...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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