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에 시멘트 폭탄... 말이 됩니까
[주장] 또다시 시작되는 4대강사업 '하천정비사업'... 내성천이 위험하다
[오마이뉴스] 박용훈 | 14.03.23 10:56 | 최종 업데이트 14.03.23 10:56
2011년 2월. 서울의 한 어린이단체가 내성천 회룡포를 찾았다. 비룡산 회룡대에 올라 강을 내려다보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들뜬 마음으로 산길을 내려와 강에 놓인 좁은 다리를 건너 넓은 백사장을 걷고 뛰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고 차가운 강물에 하나둘 조심조심 발을 담그는데 한순간에 오만가지 표정이 아이들의 얼굴을 스친다.
아마도 얼음같이 찬 강에서 얼른 나가고 싶은 생각과 투명하게 흐르는 자연의 강을 온몸으로 느끼는 희열이 교차하는 듯하다. 서로 인증샷을 찍거나 덜 녹은 커다란 얼음덩이를 얼굴에 대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다가, 햇볕 기운이 스며든 백사장에 올라 다시 모래를 가지고 놀거나 뛰어다니면서 봄이 오는 길목을 즐긴다.
그해 초여름에는 제주도 곶자왈작은학교 어린이들이 며칠간 상류부터 걸어서 회룡포를 찾았고, 가을에는 청주의 한 여고에서 온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이곳의 장관을 즐겼다. 당시 학생들을 인솔했던 한 선생님은 한국 최고 감입곡류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살아 숨 쉬는 한반도 최고의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일에 온전히 하루를 쓰는 것은 그분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오늘 또는 10년 후나 100년 후에도 우리나라 강의 본 모습을 보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만 회룡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고 그리고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3년 전 이맘때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강을 지키자는 내용의 SOS 퍼포먼스를 했고, 최근에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인간 띠잇기를 했다. 왜 회룡포를 잘 보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애국가>에 나오는 '화려강산'을 왜 보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만큼 구차한 일이다. 강과 산이 어우러져 한 폭의 명승을 만드는 이곳만큼 <애국가>의 그 소절을 상징할 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회룡포와 선몽대 그리고 내성천의 가치
회룡포가 탁 트인 장관을 선물한다면 이곳에서 10여 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선몽대 일원은 하늘이 내린 선경이 뭔지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찾아와 시를 주고받던 곳이며, 강과 함께 숨 쉬어온 역사문화 지리서의 중요한 한 장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내성천의 강물과 10리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이 역사적 유래가 깊은 선몽대와 숲과 함께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곳으로 경관적·역사적 가치가 큰 경승지로 평가"되는 곳이다.
퇴계 이황의 종손인 우암 이열도가 1563년에 세운 정자인 선몽대에는 서애 류성룡, 약포 정탁,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청음 김상헌 등 당대의 쟁쟁한 유학자들의 친필시가 목판에 새겨져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현판은 선몽대라는 제목의 시를 쓴 퇴계 이황의 친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수령이 대체로 100~200년 된 노송 숲과 정자와 흰모래와 절벽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광을 자랑한다. 백로가 한가로이 강을 거닐다가 훨훨 산을 넘어가는 동양화 같은 정겨운 모습을 아직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 바로 선몽대다. 이곳은 회룡포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어서 백사장에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강을 보면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회룡포와 선몽대는 국가명승지 제16호와 제19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강이 명승지로 지정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인데, 더욱이 이렇게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각각 지정된 예는 없다. 그만큼 이 두 곳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명승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회룡포와 선몽대 주변의 강 모습 또한 무척 아름답다. 선몽대와 회룡포 사이 개포면 일대는 강의 넉넉한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는가 하면 강폭보다 훨씬 넓은 범람원(홍수터)가 곳곳에 발달해 있다. 이렇게 홍수터가 잘 남아 있는 곳은 이제 내성천 하류뿐이다. 내성천 하류에 홍수 피해라고 할 만한 수해가 들지 않는 것은 이런 넓은 범람원이 홍수기에 불어난 강물을 받아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몽대에서 약 5km 상류에 있는 고평교와 그 아래 형호교 일대에서는 강에 펼쳐진 거대한 모래톱이 유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대체로 모래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원을 세웠는데, 강모래의 움직임을 통해 지금은 에너지라고 말하는 기의 흐름을 잘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성천 상류 영주댐 수몰예정지에는 이산서원이 있고, 중류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조정에 천거한 약포 정탁의 위패를 모신 도정서원이 그대로 있다. 또 하류에는 용궁학교가 옛 향기를 느끼게 한다.
다시 불거진 '내성천 하천정비' 사업... 이번 주가 고비
잠깐 살펴봤지만, 내성천이 고평교에서부터 회룡포를 지나 낙동강을 만나기까지 27km 구간은 한반도 강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구간이다. 사실 이 구간은 진즉에 국립공원으로 지정·관리됐어야 할 공간이다. 이전 정부가 "생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이라고 운운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산과 해양은 있어도 강은 하나도 없는 나라다.
정부는 이 27km 구간의 내성천을 국가하천으로서 직접 관리한다. 국가하천으로 관리되는 만큼 잘 보존돼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다. 국토부는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4대강 외 지류하천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주요 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강을 준설하고, 강에 보를 쌓고, 홍수를 막는다며 제방을 높이고, 강변을 따라 끊이지 않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소위 생태하천이라고 하는 인공정원을 강변에 설치'하는 4대강사업의 판박이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2년 전 부산지방국토청은 낙동강 합수부인 삼강주막 일대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 뱃길을 조성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내성천 일대의 환경 훼손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취소됐다. 당시 지율 스님과 내성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공동으로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개포면의 강가 밭 수백 평을 사들였다. 이는 이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서였다.
준설과 보 공사는 추진할 수 없게 됐지만, 국토부는 "내성천(국가 하천)을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으로 창출"한다면서 다시 하천정비사업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3월 셋째 주)에 그 동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핵심구간인 회룡포 일대의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이라고 말하지만 국토부는 홍수위가 바뀌었다며 홍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해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전에는 홍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던 곳들이 이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뭔가 잘못돼도 아주 크게 잘못됐다.
제방 쌓는 것보다 보상 제대로 하는 게 더 합리적
총 769억 원을 들여 착공 후 60개월에 이르는 사업 기간을 계획한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사업내용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회룡포는 수려한 얼굴에 시멘트 덩어리를 발라야 한다. 회룡포 마을 주민들의 홍수피해가 염려돼 회룡포 백사장을 따라 형성된 자연제방을 대체하는 1197m 길이의 긴 제방을 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홍수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국토부는 결코 제방을 포기할 수 없는 듯하다.
섬과도 같은 회룡포 마을은 넓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기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열 가구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땅은 논이다. 국토부가 100년 빈도의 홍수위를 언급하니 한 번 따져보자. 어쩌다 한 번 홍수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10가구의 한 해 쌀 수확이 피해를 입거나 그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비를 국고에 잘 보관했다가 만에 하나 수해가 났을 때 보상비를 주는 게 국가 입장에서는 예산도 절약하고 경관과 생태도 잘 보전한다는 점에서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회룡포 일대에는 이 사업 말고도 다른 사업들이 추진되려 한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한눈에 보이는 우측 제방길 등을 따라 자전거도로용 포장을 하고, 주변으로 산세가 뛰어난 곳에 다시 수림대를 조성하며, 아랫마을은 자연제방 위의 논을 가로질러 제방을 쌓고 그 밑으로 생태하천을 조성하려 한다. 강과 어울려 잘 보전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회룡포 일대가 졸지에 물 폭탄이 아닌 시멘트 폭탄을 맞게 생겼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자전거도로가... 말이 됩니까
내성천 하류에 놓으려는 자전거도로는 4대강사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반드시 강을 따라 달려야 한다. 내성천 하류는 새로 포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제방길에서 자전거를 타기에 충분하지만, 국토부의 시각에 이 길들은 너무 초라한 모양이다. 또한 이 길은 4대강의 자전거도로처럼 반드시 강을 따라 이어져야 하는 '미션'이 있기에 가다가 막히면 산을 깎고 그것도 안 되면 다리를 놓아야 할 판이다. 그렇게 새로 놓으려는 큰 교량이 세 개다.
물론 명분은 유지관리용 도로이자, 지역 주민 간 이동성 및 농기계 이동로 확보다. 하지만 한천 하류를 잇게 될 한천교 좌안에서 바라봤을 때 농경지와 일부 시설물만 보일 뿐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 교량의 설치 이유가 자전거도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비경을 자랑하는 선몽대 일원도 이 자전거도로를 비껴갈 수 없다. 노송 숲 앞 정면에 보이는 강변 우안으로 제방을 다시 쌓고, 그 위로 자전거도로가 지나간다. 그런데 이 구간 상류 및 하류로는 강의 습지부가 산과 직접 맞닿은 긴 구간이 있어서 자전거도로를 내려면 산 하단부를 깎아내야만 한다. 또한 이 구간은 야생동물들이 강과 산을 오가는 이동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태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
국가하천 중 야생동물들의 이동로가 거의 전 구간에서 걸쳐 잘 확보된 강은 이제 내성천밖에 없다. 그만큼 내성천은 우리나라의 강 유역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강을 이런 식으로 훼손하면 그들이 설 땅은 이제 한반도에는 없을 것이다. 굳이 필요 없는 자전거도로 하나 때문에 생태경관이 뛰어난 내성천을 이렇게 훼손하고 야생동물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게 어떻게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 창출"인지 동의할 수 없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은 생태계에도 큰 문제
또한 선몽대 우안의 제방 뒤쪽으로는 집도 없고 제방과 산 사이 좁은 구간에는 농경지가 있을 뿐이다. 멀리 하류 쪽으로는 건조장으로 보이는 시설물이 몇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선몽대 명승지 구간에 제방을 새로 쌓게 되면 경관도 훼손되지만, 공사로 인한 토사유출로 수심이 얕은 내성천의 수중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다. 가뜩이나 영주댐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는 27km 구간의 제방·교량 공사 때문에 멸종에 가까워질 것이다.
선몽대에는 100~200년 된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노송군락 옆에는 어린 소나무 여러 그루가 식재돼 있고, 뒤쪽 산비탈에는 젊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따르면 노송 옆으로 소나무가 더 심어진다고 한다. 현재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인데도 말이다.
또한 이미 큰 바윗돌들이 노송들 주변으로 깔려 있는데 바위도 더 갖다놓겠다고 한다. 치장이 심하면 자칫 경박해 보인다. 덧붙여 이곳 경관과 잘 어울리게 설치된 연결교를 폭원개선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냥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가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선몽대 좌안을 조금 더 살펴보자. 노송 아래 넓은 모래밭 밑으로 달뿌리풀 군락 따위가 산재하는 습지구역이 다시 펼쳐진다. 이곳은 강이 범람하여 토사를 쌓아놓은 땅 위에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 강 습지와 농지가 혼재하는 지역이다. 국토부는 이 일대 전체에 생태하천을 조성할 계획으로 지역의 자생종을 심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돈이 투입되고 설계대로 배치하는 인공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생종은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린다.
일괄 생태하천을 조성하려다 보면 고라니·수달·삵 등이 왕래하는 습지대가 모두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5% 정도인 상황에서 하천변 기름진 땅에 농사를 짓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국민들이 같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부득이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한다면 지자체의 행정조치로도 충분한 일이다.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을 애써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모두 열거하기는 공간상 어렵지만,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합류부에 예정된 달봉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사업 때 남한강 본류와 청미천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부의 바위늪구비와 도리섬 일대는 당시 생태계의 보고로 확인됐고, 결국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으로 4대강사업이 처음 중단된 바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라는 국가하천과 금천이 만나는 합류부에 큰 교량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면, 이 일대의 생태계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흰수마자도 생존을 위협받는 이곳 생명 중 하나다.
타당성 없는 사업, 반대한다
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은 이렇듯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단일사업 하나하나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보전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이 내성천을 잘 보전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사업이 아니고,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중요 지류하천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무시하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모든 강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사업은 끔찍하다. 올해 가을에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라는 환경관련 큰 국제행사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여러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강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2조 원을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이 투입되고도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더 걱정하고, 각 지류의 제방을 다시 쌓는 일까지 눈으로 보게 될 지경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낳은 문제들을 시급히 돌아보고 철저한 재조사와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 뒤 지류를 돌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국토부 혼자 슬그머니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지류하천 정비사업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만약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터무니없는 내성천 정비사업을 승인한다면, 이는 생태계와 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무너트리는 일이다. 또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천 정비사업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청원한 '내성천 회룡포 환경정비사업 철회 서명'이 3월 22일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의 여러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3월 18일 '환경부는 내성천 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이 정비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생태지평연구소의 박용훈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 강에 시멘트 폭탄... 말이 됩니까
[주장] 또다시 시작되는 4대강사업 '하천정비사업'... 내성천이 위험하다
[오마이뉴스] 박용훈 | 14.03.23 10:56 | 최종 업데이트 14.03.23 10:56
▲ 회룡포 2011년 3월 ⓒ 박용훈 |
2011년 2월. 서울의 한 어린이단체가 내성천 회룡포를 찾았다. 비룡산 회룡대에 올라 강을 내려다보는 순간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들뜬 마음으로 산길을 내려와 강에 놓인 좁은 다리를 건너 넓은 백사장을 걷고 뛰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고 차가운 강물에 하나둘 조심조심 발을 담그는데 한순간에 오만가지 표정이 아이들의 얼굴을 스친다.
아마도 얼음같이 찬 강에서 얼른 나가고 싶은 생각과 투명하게 흐르는 자연의 강을 온몸으로 느끼는 희열이 교차하는 듯하다. 서로 인증샷을 찍거나 덜 녹은 커다란 얼음덩이를 얼굴에 대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다가, 햇볕 기운이 스며든 백사장에 올라 다시 모래를 가지고 놀거나 뛰어다니면서 봄이 오는 길목을 즐긴다.
그해 초여름에는 제주도 곶자왈작은학교 어린이들이 며칠간 상류부터 걸어서 회룡포를 찾았고, 가을에는 청주의 한 여고에서 온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이곳의 장관을 즐겼다. 당시 학생들을 인솔했던 한 선생님은 한국 최고 감입곡류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무척 즐거워했다. 살아 숨 쉬는 한반도 최고의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일에 온전히 하루를 쓰는 것은 그분에게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오늘 또는 10년 후나 100년 후에도 우리나라 강의 본 모습을 보기 위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물론 학생들만 회룡포를 찾는 것은 아니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고 그리고 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3년 전 이맘때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강을 지키자는 내용의 SOS 퍼포먼스를 했고, 최근에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인간 띠잇기를 했다. 왜 회룡포를 잘 보전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애국가>에 나오는 '화려강산'을 왜 보전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만큼 구차한 일이다. 강과 산이 어우러져 한 폭의 명승을 만드는 이곳만큼 <애국가>의 그 소절을 상징할 만한 곳은 없어 보인다.
회룡포와 선몽대 그리고 내성천의 가치
▲ 비가 내린 후 평소보다 강물이 불어난 예천 선몽대 일원 2013년 7월. ⓒ 박용훈 |
회룡포가 탁 트인 장관을 선물한다면 이곳에서 10여 킬로미터 상류에 있는 선몽대 일원은 하늘이 내린 선경이 뭔지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찾아와 시를 주고받던 곳이며, 강과 함께 숨 쉬어온 역사문화 지리서의 중요한 한 장이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하면 "내성천의 강물과 10리에 이르는 넓은 백사장이 역사적 유래가 깊은 선몽대와 숲과 함께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곳으로 경관적·역사적 가치가 큰 경승지로 평가"되는 곳이다.
퇴계 이황의 종손인 우암 이열도가 1563년에 세운 정자인 선몽대에는 서애 류성룡, 약포 정탁, 한음 이덕형, 학봉 김성일, 청음 김상헌 등 당대의 쟁쟁한 유학자들의 친필시가 목판에 새겨져 전해져 오고 있다. 또한 현판은 선몽대라는 제목의 시를 쓴 퇴계 이황의 친필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수령이 대체로 100~200년 된 노송 숲과 정자와 흰모래와 절벽이 어우러져 만드는 풍광을 자랑한다. 백로가 한가로이 강을 거닐다가 훨훨 산을 넘어가는 동양화 같은 정겨운 모습을 아직도 볼 수 있는 귀한 곳이 바로 선몽대다. 이곳은 회룡포에 비해서 덜 알려져 있어서 백사장에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강을 보면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회룡포와 선몽대는 국가명승지 제16호와 제19호로 지정된 명승지다. 강이 명승지로 지정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인데, 더욱이 이렇게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각각 지정된 예는 없다. 그만큼 이 두 곳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 선몽대일원 2013년 8월/우측 백사장에 접한 산림은 사업이 진행되면 자전거도로를 내기 위해 훼손된다. ⓒ 박용훈 |
명승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회룡포와 선몽대 주변의 강 모습 또한 무척 아름답다. 선몽대와 회룡포 사이 개포면 일대는 강의 넉넉한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드넓은 백사장이 펼쳐지는가 하면 강폭보다 훨씬 넓은 범람원(홍수터)가 곳곳에 발달해 있다. 이렇게 홍수터가 잘 남아 있는 곳은 이제 내성천 하류뿐이다. 내성천 하류에 홍수 피해라고 할 만한 수해가 들지 않는 것은 이런 넓은 범람원이 홍수기에 불어난 강물을 받아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몽대에서 약 5km 상류에 있는 고평교와 그 아래 형호교 일대에서는 강에 펼쳐진 거대한 모래톱이 유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또는 계절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것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은 대체로 모래강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원을 세웠는데, 강모래의 움직임을 통해 지금은 에너지라고 말하는 기의 흐름을 잘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성천 상류 영주댐 수몰예정지에는 이산서원이 있고, 중류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을 조정에 천거한 약포 정탁의 위패를 모신 도정서원이 그대로 있다. 또 하류에는 용궁학교가 옛 향기를 느끼게 한다.
다시 불거진 '내성천 하천정비' 사업... 이번 주가 고비
▲ 예천 호명면 고평교와 형호교 사이 2013년 11월. ⓒ 박용훈 |
잠깐 살펴봤지만, 내성천이 고평교에서부터 회룡포를 지나 낙동강을 만나기까지 27km 구간은 한반도 강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구간이다. 사실 이 구간은 진즉에 국립공원으로 지정·관리됐어야 할 공간이다. 이전 정부가 "생명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이라고 운운했지만,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에 산과 해양은 있어도 강은 하나도 없는 나라다.
정부는 이 27km 구간의 내성천을 국가하천으로서 직접 관리한다. 국가하천으로 관리되는 만큼 잘 보존돼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은 그 반대다. 국토부는 4대강사업의 후속사업으로 4대강 외 지류하천 종합정비계획에 따라 주요 지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강을 준설하고, 강에 보를 쌓고, 홍수를 막는다며 제방을 높이고, 강변을 따라 끊이지 않는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소위 생태하천이라고 하는 인공정원을 강변에 설치'하는 4대강사업의 판박이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2년 전 부산지방국토청은 낙동강 합수부인 삼강주막 일대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 뱃길을 조성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내성천 일대의 환경 훼손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아 사업이 취소됐다. 당시 지율 스님과 내성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공동으로 '내성천 땅 한평 사기' 운동을 벌여 개포면의 강가 밭 수백 평을 사들였다. 이는 이 정비사업을 막기 위해서였다.
준설과 보 공사는 추진할 수 없게 됐지만, 국토부는 "내성천(국가 하천)을 홍수에 안전하고,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으로 창출"한다면서 다시 하천정비사업에 포함시키려 한다.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동의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주(3월 셋째 주)에 그 동의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핵심구간인 회룡포 일대의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입지 않는 지역이라고 말하지만 국토부는 홍수위가 바뀌었다며 홍수예방을 위해 제방을 다시 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해 4대강사업을 강행하면서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전에는 홍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던 곳들이 이제 홍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뭔가 잘못돼도 아주 크게 잘못됐다.
제방 쌓는 것보다 보상 제대로 하는 게 더 합리적
▲ 이명박정부 4대강사업 홍보용 카다로그 내용. ⓒ 생태지평 |
총 769억 원을 들여 착공 후 60개월에 이르는 사업 기간을 계획한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사업내용을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회룡포는 수려한 얼굴에 시멘트 덩어리를 발라야 한다. 회룡포 마을 주민들의 홍수피해가 염려돼 회룡포 백사장을 따라 형성된 자연제방을 대체하는 1197m 길이의 긴 제방을 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이곳에 홍수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국토부는 결코 제방을 포기할 수 없는 듯하다.
섬과도 같은 회룡포 마을은 넓은 땅을 가지고 있지만 기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열 가구도 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땅은 논이다. 국토부가 100년 빈도의 홍수위를 언급하니 한 번 따져보자. 어쩌다 한 번 홍수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기껏해야 10가구의 한 해 쌀 수확이 피해를 입거나 그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비를 국고에 잘 보관했다가 만에 하나 수해가 났을 때 보상비를 주는 게 국가 입장에서는 예산도 절약하고 경관과 생태도 잘 보전한다는 점에서 훨씬 합리적이지 않을까.
회룡포 일대에는 이 사업 말고도 다른 사업들이 추진되려 한다. 회룡포 전망대에서 한눈에 보이는 우측 제방길 등을 따라 자전거도로용 포장을 하고, 주변으로 산세가 뛰어난 곳에 다시 수림대를 조성하며, 아랫마을은 자연제방 위의 논을 가로질러 제방을 쌓고 그 밑으로 생태하천을 조성하려 한다. 강과 어울려 잘 보전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회룡포 일대가 졸지에 물 폭탄이 아닌 시멘트 폭탄을 맞게 생겼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자전거도로가... 말이 됩니까
▲ 예천 개포면 내성천교 예정지 전경 2011년 7월. ⓒ 박용훈 |
내성천 하류에 놓으려는 자전거도로는 4대강사업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반드시 강을 따라 달려야 한다. 내성천 하류는 새로 포장을 하지 않아도 기존 제방길에서 자전거를 타기에 충분하지만, 국토부의 시각에 이 길들은 너무 초라한 모양이다. 또한 이 길은 4대강의 자전거도로처럼 반드시 강을 따라 이어져야 하는 '미션'이 있기에 가다가 막히면 산을 깎고 그것도 안 되면 다리를 놓아야 할 판이다. 그렇게 새로 놓으려는 큰 교량이 세 개다.
물론 명분은 유지관리용 도로이자, 지역 주민 간 이동성 및 농기계 이동로 확보다. 하지만 한천 하류를 잇게 될 한천교 좌안에서 바라봤을 때 농경지와 일부 시설물만 보일 뿐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 교량의 설치 이유가 자전거도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비경을 자랑하는 선몽대 일원도 이 자전거도로를 비껴갈 수 없다. 노송 숲 앞 정면에 보이는 강변 우안으로 제방을 다시 쌓고, 그 위로 자전거도로가 지나간다. 그런데 이 구간 상류 및 하류로는 강의 습지부가 산과 직접 맞닿은 긴 구간이 있어서 자전거도로를 내려면 산 하단부를 깎아내야만 한다. 또한 이 구간은 야생동물들이 강과 산을 오가는 이동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생태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
국가하천 중 야생동물들의 이동로가 거의 전 구간에서 걸쳐 잘 확보된 강은 이제 내성천밖에 없다. 그만큼 내성천은 우리나라의 강 유역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셈이다. 그런데 이 강을 이런 식으로 훼손하면 그들이 설 땅은 이제 한반도에는 없을 것이다. 굳이 필요 없는 자전거도로 하나 때문에 생태경관이 뛰어난 내성천을 이렇게 훼손하고 야생동물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게 어떻게 "문화·생태가 살아있는 수변공간 창출"인지 동의할 수 없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은 생태계에도 큰 문제
▲ 영주시 문수면 내성천 중류에서 모래성 쌓기 놀이를 하던 한 가족이 흰수마자를 들어올려 보고 있다 2010년 8월. ⓒ 박용훈 |
▲ 선몽대의 노송군락. 강의 경관과 어울리며 생태 문화가 어떻게 어울리고 보전되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2011년 10월. ⓒ 박용훈 |
또한 선몽대 우안의 제방 뒤쪽으로는 집도 없고 제방과 산 사이 좁은 구간에는 농경지가 있을 뿐이다. 멀리 하류 쪽으로는 건조장으로 보이는 시설물이 몇 채가 자리 잡고 있다. 선몽대 명승지 구간에 제방을 새로 쌓게 되면 경관도 훼손되지만, 공사로 인한 토사유출로 수심이 얕은 내성천의 수중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다. 가뜩이나 영주댐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1급 흰수마자는 27km 구간의 제방·교량 공사 때문에 멸종에 가까워질 것이다.
선몽대에는 100~200년 된 소나무들이 숲을 이뤄 장관을 연출한다. 이런 노송군락 옆에는 어린 소나무 여러 그루가 식재돼 있고, 뒤쪽 산비탈에는 젊은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내성천 하천정비사업에 따르면 노송 옆으로 소나무가 더 심어진다고 한다. 현재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인데도 말이다.
또한 이미 큰 바윗돌들이 노송들 주변으로 깔려 있는데 바위도 더 갖다놓겠다고 한다. 치장이 심하면 자칫 경박해 보인다. 덧붙여 이곳 경관과 잘 어울리게 설치된 연결교를 폭원개선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그냥 웃어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부가 터무니없는 사업으로 세금을 낭비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 선몽대 좌안 하류 농지와 혼재하여 펼쳐진 넓은 습지구역, 동물들이 왕래하는 발자국들이 보인다. 2013년 11월. ⓒ 박용훈 |
선몽대 좌안을 조금 더 살펴보자. 노송 아래 넓은 모래밭 밑으로 달뿌리풀 군락 따위가 산재하는 습지구역이 다시 펼쳐진다. 이곳은 강이 범람하여 토사를 쌓아놓은 땅 위에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어서 강 습지와 농지가 혼재하는 지역이다. 국토부는 이 일대 전체에 생태하천을 조성할 계획으로 지역의 자생종을 심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돈이 투입되고 설계대로 배치하는 인공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생종은 그냥 놓아두면 알아서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린다.
일괄 생태하천을 조성하려다 보면 고라니·수달·삵 등이 왕래하는 습지대가 모두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5% 정도인 상황에서 하천변 기름진 땅에 농사를 짓느냐 마느냐는 문제는 국민들이 같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부득이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한다면 지자체의 행정조치로도 충분한 일이다. 자연이 알아서 할 일을 애써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모두 열거하기는 공간상 어렵지만,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만나는 합류부에 예정된 달봉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사업 때 남한강 본류와 청미천과 섬강이 만나는 합수부의 바위늪구비와 도리섬 일대는 당시 생태계의 보고로 확인됐고, 결국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으로 4대강사업이 처음 중단된 바 있다.
낙동강과 내성천이라는 국가하천과 금천이 만나는 합류부에 큰 교량을 설치하는 공사를 하면, 이 일대의 생태계는 크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흰수마자도 생존을 위협받는 이곳 생명 중 하나다.
타당성 없는 사업, 반대한다
▲ 예천 회룡포에서 미사를 드리는 천주교 환경사목위원회 2013년 4월. ⓒ 박용훈 |
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은 이렇듯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단일사업 하나하나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잘 보전된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내성천 국가하천 정비사업이 내성천을 잘 보전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사업이 아니고,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중요 지류하천을 일괄적으로 정리하는 데서 시작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이 가진 고유한 정체성을 무시하고 획일화된 방식으로 모든 강을 똑같이 만들기 위한 사업은 끔찍하다. 올해 가을에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라는 환경관련 큰 국제행사가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여러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강 생태계를 훼손하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4대강사업으로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고 호언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22조 원을 훨씬 넘는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이 투입되고도 주민들은 홍수피해를 더 걱정하고, 각 지류의 제방을 다시 쌓는 일까지 눈으로 보게 될 지경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낳은 문제들을 시급히 돌아보고 철저한 재조사와 평가를 해야 한다. 또한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책을 마련한 뒤 지류를 돌아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국토부 혼자 슬그머니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지류하천 정비사업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만약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터무니없는 내성천 정비사업을 승인한다면, 이는 생태계와 국민 신뢰를 다시 한 번 무너트리는 일이다. 또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천 정비사업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는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가 청원한 '내성천 회룡포 환경정비사업 철회 서명'이 3월 22일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한국의 여러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3월 18일 '환경부는 내성천 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 이 정비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생태지평연구소의 박용훈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출처 : 아름다운 강에 시멘트 폭탄... 말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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