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들의 박근혜 조롱, 칠판에 쓴 글귀가 섬뜩합니다
[편지] 17년차 현직 교사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글
[오마이뉴스] 서부원 | 14.05.05 20:57 | 최종 업데이트 14.05.05 20:57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자판 앞에 앉았습니다. 글로 대통령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미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데, 자꾸만 오타가 납니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요즘 같은 세상엔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간 한 방에 훅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듣는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번에 피해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17년차 현직 교사입니다. 그들이 마치 제자들인 것만 같아 제 가슴속 시계는 여전히 '4월 16일'에 멈춰져 있습니다. 어느 국민이 안 그럴까마는, 보름이 넘도록 '멘붕'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입니다.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과의 대면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 위로하듯 말하지만, TV로 생중계된 그 참담한 장면이 쉬이 잊히질 않습니다. 악몽을 꾼 듯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잠드는 때도 많습니다. 도무지 남 일 같지 않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듭니다.
이 황망함을 스스로 달래볼 요량으로 요 며칠 동안 퇴근 후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헌화를 하고 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어김없이 눈이 그렁그렁해지지만, 종일 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위로가 되는 걸 느낍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다 보면, 이 참담함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고, 그래서 자주 분향소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위로와 힘은 낡은 휴대전화 배터리 닳듯 그리 오래가질 못합니다. TV와 신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참사 관련 뉴스들 때문입니다. 정부의 '바람'대로 그 모든 게 유언비어라고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고 발생부터 초동 대처와 사후 수습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의 무능함을 눈 뜨고 봐야 하는 게 너무나 괴롭습니다.
귀가 있다면 들어 아실 테지만, 기성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생 아이들조차 그런 정부를 조롱합니다. 숫제 '우리 학생회가 정부보다 더 낫겠다'거나 '차라리 구조작업을 제주도 해녀 분들에게 맡겨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저런 무능한 관료들이 고액 연봉 받는다고 생각하니, 엄마 아빠가 뼛골 빠지게 벌어서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아이들에게 이번 참사는 쉬이 치유되기 힘든 심각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가족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솔직한 민낯을 몸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절대 가르치지 않은 '교훈'입니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장난처럼 칠판에 적은 이 글귀가 그래서 더 섬뜩합니다.
그 와중에 대통령님의 뜬금없는 '국가 개조'와 '적폐 일소' 발언이 나왔습니다.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나 국무위원들 앞에서 어렵사리 행하신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였습니다. 우선 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 그것도 여성 대통령의 입에서 반세기 전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시기에나 어울릴 법한 '군대 용어'가 튀어나오는 것에 적이 놀랐습니다.
대통령님 후보 시절, 많은 정치인과 대학 교수들, 심지어 몇몇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로부터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을 읽고, 저 역시 고개를 끄덕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여성 대통령의 출현 자체가 역사의 진보라는, 섣부른 이야기조차 공감하던 때였습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나름 비판적 지지 입장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지금 대통령님에게는 '무늬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에서 드러났듯 발 빠른 상황 판단과 일사불란한 대처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온 국민들의 상처를 가슴으로 품어 안는 여성적인 온화한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국민들과는 괴리된 채, 기껏해야 수하인 국무위원들에게나 영이 서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민들은 대통령님께 정치지도자로서 자질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구중궁궐에 갇혀 들끓는 민심을 외면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께 투표했다는 사람들조차도 '대통령께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할 정도입니다.
모든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정부의 모든 관료들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입만 눈이 빠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주의의 적폐를 도려내는 칼날이 향해야 할 곳이 다름 아닌 대통령님 자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단언컨대, 관료들 모아놓고 치도곤 하듯 불호령 내려 봐야, 시늉만 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여성이라는 게, 미혼이라는 게 지도자로서 결코 문제될 건 없지만, 적어도 이번 참사와 맞물려 대통령님에게는 크나큰 흠결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온 나라가 상중인 마당에 요즘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흥겨울 리 없지만, 그때마다 사람들끼리 술안주삼아 '씹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찍었든 찍지 않았든,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대통령님이 보시기에 정부 관료들의 하나같은 무능함이 개탄스러우시겠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정작 괴로워하는 건 무조건 수하들만 탓하려는 대통령님의 뻔뻔함입니다. 그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지만, 그들도 개인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유능한 재원들입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지만, 대통령님 자신이 '머리'라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애꿎은 '손발'만 나무래서야 되겠습니까.
세월호와 함께 이렇듯 정부에 대한 신뢰도 침몰했습니다. 이젠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국민이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정부뿐 아닙니다. 방송도 신문도 신뢰를 잃었습니다. 오래 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어용 언론', '관제 언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고,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대통령님이 지금껏 특허처럼 써왔던 '원칙의 지도자',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습니다. 숱한 공약 파기로 '원칙'을 말하기는 이미 머쓱해진데다, 이번 일로 '능력'을 내세우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간신'들만 넘쳐나는 판에 장관 몇 명 교체하고, TV 앞에 나와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 몇 번 조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작년부터 터져 나온 국정원과 검찰 등 국가기관의 연이은 범죄 행위는 근근이 버텨냈을지 몰라도 이번 참사의 후폭풍은 쉬이 잦아들지 않을 겁니다. 국가가 수백 명의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무능이 합작한 '집단 학살'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광주에서는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끝으로, 분향소의 노란 리본에 적힌 글귀 한두 개 소개합니다. 내용으로 미루어 고등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읽는 순간 유가족도 조문객도 아닌, 대통령님이 읽으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대체 무언가'를 아이들이 묻고 있습니다. 차라리 어른들이 쓴 글이라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접고, 대한민국을 버리려 합니다. 대통령님은 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이마저 제대로 된 국가관을 심어주지 못한 저희 교사들 책임이라며, 다시금 '적폐 일소' 운운하실까 심히 두렵습니다.
출처 : 고등학생들의 박 대통령 조롱, 칠판에 쓴 글귀가 섬뜩합니다
[편지] 17년차 현직 교사가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글
[오마이뉴스] 서부원 | 14.05.05 20:57 | 최종 업데이트 14.05.05 20:57
▲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조문객이 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자판 앞에 앉았습니다. 글로 대통령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미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는데, 자꾸만 오타가 납니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요즘 같은 세상엔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간 한 방에 훅 간다'는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듣는 터라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번에 피해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 또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17년차 현직 교사입니다. 그들이 마치 제자들인 것만 같아 제 가슴속 시계는 여전히 '4월 16일'에 멈춰져 있습니다. 어느 국민이 안 그럴까마는, 보름이 넘도록 '멘붕' 상태가 이어지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입니다.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과의 대면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고 위로하듯 말하지만, TV로 생중계된 그 참담한 장면이 쉬이 잊히질 않습니다. 악몽을 꾼 듯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잠드는 때도 많습니다. 도무지 남 일 같지 않고,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듭니다.
이 황망함을 스스로 달래볼 요량으로 요 며칠 동안 퇴근 후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헌화를 하고 머리를 조아릴 때마다 어김없이 눈이 그렁그렁해지지만, 종일 끊이지 않는 조문 행렬을 보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위로가 되는 걸 느낍니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다 보면, 이 참담함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되고, 그래서 자주 분향소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구조작업을 제주도 해녀 분들에게 맡겨라'
그런데, 그 위로와 힘은 낡은 휴대전화 배터리 닳듯 그리 오래가질 못합니다. TV와 신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참사 관련 뉴스들 때문입니다. 정부의 '바람'대로 그 모든 게 유언비어라고 믿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고 발생부터 초동 대처와 사후 수습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의 무능함을 눈 뜨고 봐야 하는 게 너무나 괴롭습니다.
귀가 있다면 들어 아실 테지만, 기성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생 아이들조차 그런 정부를 조롱합니다. 숫제 '우리 학생회가 정부보다 더 낫겠다'거나 '차라리 구조작업을 제주도 해녀 분들에게 맡겨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저런 무능한 관료들이 고액 연봉 받는다고 생각하니, 엄마 아빠가 뼛골 빠지게 벌어서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아이들에게 이번 참사는 쉬이 치유되기 힘든 심각한 상처를 입혔습니다. 가족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솔직한 민낯을 몸소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절대 가르치지 않은 '교훈'입니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장난처럼 칠판에 적은 이 글귀가 그래서 더 섬뜩합니다.
'OECD 대한민국, 각자도생 불신지옥.'
그 와중에 대통령님의 뜬금없는 '국가 개조'와 '적폐 일소' 발언이 나왔습니다.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나 국무위원들 앞에서 어렵사리 행하신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였습니다. 우선 그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 그것도 여성 대통령의 입에서 반세기 전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시기에나 어울릴 법한 '군대 용어'가 튀어나오는 것에 적이 놀랐습니다.
대통령님 후보 시절, 많은 정치인과 대학 교수들, 심지어 몇몇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들로부터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을 읽고, 저 역시 고개를 끄덕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여성 대통령의 출현 자체가 역사의 진보라는, 섣부른 이야기조차 공감하던 때였습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기대하는 나름 비판적 지지 입장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지금 대통령님에게는 '무늬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에서 드러났듯 발 빠른 상황 판단과 일사불란한 대처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온 국민들의 상처를 가슴으로 품어 안는 여성적인 온화한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국민들과는 괴리된 채, 기껏해야 수하인 국무위원들에게나 영이 서는 '불통' 대통령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대통령, 안타깝다
▲ 2일 오전 경기 안산 세월호 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화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국민들은 대통령님께 정치지도자로서 자질에 대해 본질적인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구중궁궐에 갇혀 들끓는 민심을 외면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께 투표했다는 사람들조차도 '대통령께서 지금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시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할 정도입니다.
모든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정부의 모든 관료들은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입만 눈이 빠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관료주의의 적폐를 도려내는 칼날이 향해야 할 곳이 다름 아닌 대통령님 자신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단언컨대, 관료들 모아놓고 치도곤 하듯 불호령 내려 봐야, 시늉만 할 뿐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여성이라는 게, 미혼이라는 게 지도자로서 결코 문제될 건 없지만, 적어도 이번 참사와 맞물려 대통령님에게는 크나큰 흠결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온 나라가 상중인 마당에 요즘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흥겨울 리 없지만, 그때마다 사람들끼리 술안주삼아 '씹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찍었든 찍지 않았든,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겁니다.
"국가안전처? 어디 담당 부서가 없어서 사고 대처를 못했나? 대통령이 손수 낸 건 아닐 테고, 이건 대체 누구 아이디어일까? 아무튼 장관 자리 하나 늘게 생겼네. 누가 낙하산으로 내려올까? 대통령이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면 사람 보는 눈이라도 있어야지. 이건 뭐,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가 없어."
대통령님이 보시기에 정부 관료들의 하나같은 무능함이 개탄스러우시겠지만, 그보다 국민들이 정작 괴로워하는 건 무조건 수하들만 탓하려는 대통령님의 뻔뻔함입니다. 그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지만, 그들도 개인적으로 보면 하나같이 유능한 재원들입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지만, 대통령님 자신이 '머리'라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애꿎은 '손발'만 나무래서야 되겠습니까.
세월호와 함께 이렇듯 정부에 대한 신뢰도 침몰했습니다. 이젠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국민이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정부뿐 아닙니다. 방송도 신문도 신뢰를 잃었습니다. 오래 전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어용 언론', '관제 언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고,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대체 무엇인가요
▲ 안산 시민들 "기다릴께, 기도할께" 세월호 침몰사건 1주일째인 22일 오후 경기도 안산문화광장에서 실종자 무사귀환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
대통령님이 지금껏 특허처럼 써왔던 '원칙의 지도자', '능력 있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도 더 이상 어울리지 않습니다. 숱한 공약 파기로 '원칙'을 말하기는 이미 머쓱해진데다, 이번 일로 '능력'을 내세우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변에 '간신'들만 넘쳐나는 판에 장관 몇 명 교체하고, TV 앞에 나와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 몇 번 조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작년부터 터져 나온 국정원과 검찰 등 국가기관의 연이은 범죄 행위는 근근이 버텨냈을지 몰라도 이번 참사의 후폭풍은 쉬이 잦아들지 않을 겁니다. 국가가 수백 명의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기성세대의 부정부패와 정부의 무능이 합작한 '집단 학살'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광주에서는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끝으로, 분향소의 노란 리본에 적힌 글귀 한두 개 소개합니다. 내용으로 미루어 고등학생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읽는 순간 유가족도 조문객도 아닌, 대통령님이 읽으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아, 고맙다. 너희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깨달았다."
"영어 교사에서 이민으로 장래희망 바꿈."
"영어 교사에서 이민으로 장래희망 바꿈."
'국가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대체 무언가'를 아이들이 묻고 있습니다. 차라리 어른들이 쓴 글이라면, 마음이 덜 아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접고, 대한민국을 버리려 합니다. 대통령님은 이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이마저 제대로 된 국가관을 심어주지 못한 저희 교사들 책임이라며, 다시금 '적폐 일소' 운운하실까 심히 두렵습니다.
출처 : 고등학생들의 박 대통령 조롱, 칠판에 쓴 글귀가 섬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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