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악마의 편집’
‘헬멧 쓴 정몽준, 배낭 멘 박원순’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 2014-05-26 오후 7:10:37
‘악마의 편집’이란 말이 있다.
예전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방송이 편집, 왜곡돼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며 아예 출연을 거부하겠다고까지 한 일이 발생하면서 신조어로 자리매김한 말이다.
당시 실제 원본을 봤더니 해당 참가자의 언행을 방송사측에서 앞뒤 맥락 고려 없이 싹뚝 자르고, 없던 대목이 삽입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편집된’ 방송으로 참가자의 일상을 접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은 방송사측이 의도한대로 한 사람을 ‘깜짝 스타’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죽일 놈’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04년 3월엔 한 공중파에서 ‘편집 방송’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 지지 집회에서 사회자가 ‘언어적 살인’의 예로 든 부분을 '고등학교도 안나온 영부인'식으로 발언했다고 방송을 해 버린 것이다. 결국 해당 방송사는 집회 사회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했고 해당 프로그램도 폐지했다.
이처럼 ‘악마의 편집’이란 재미나 화젯거리를 위해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을 뜻한다. 이후 ‘악마의 편집’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자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악마의 편집’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 방송가의 불문율이 됐다. 그런데 하물며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언론이 ‘악마의 편집’을 애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맥락에서 중앙일보 23일자 종합면에 실린 사진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몽준, 박원순 후보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은 겉으로 보기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 후보는 안전모를 쓰고 있고 박 후보는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진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목은 <헬멧 쓴 정몽준…배낭 멘 박원순>이었다.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에서는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제목만으로도 정 후보는 안전을 챙기는데 반해 박 후보는 매우 한가해 보인다.
사진 설명도 가관이다. “22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강북,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강남에서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 후보가 성산대교 철골구조 하부를 돌아보며 다리 안전을 살피고 있고, 배낭을 멘 박 후보는 삼성동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가 사진 설명 내용이다.
정 후보에게는 강북의 안전을 챙기는 후보 이미지가, 박 후보에게는 강남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후보 이미지가 풍겨져 나온다.
동아일보도 23일자 8면에 <서울시장 여야후보 동행 24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어떠한가. 정 후보측 기사에는 “지하철역 청소하고 강북票心 집중공략”, 박 후보측 기사에는 “지하철안전 챙기고 강남개발 맞불公約”이라고 달았다. 부제도 정후보측에는 “용산 재개발지구-성산대교 방문, 현장점검 통해 ‘안전시장’ 부각”, 박 후보측에는 “강남역서 나홀로 첫 거리유세, 운동화 신고 상인들과 스킨십”이라고 적었다.
정 후보에게는 ‘청소’, ‘강북’, ‘안전’의 이미지를 박 후보에게는 ‘강남’, ‘맞불’, ‘나홀로’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6.4지방선거 법정 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여야 지도부의 행보를 전하는 기사에서 숨은 의도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23일자에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여야 지도부의 행보를 <與 “아픔 딛고 희망 말하자” 野 “슬픔과 분노, 票로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요약했다.
여당에게는 통합과 치유라는 부드러운 뉘앙스를 야당에게는 분열과 심판이라는 거칠고 드센 뉘앙스를 입힌 것이다.
‘곡필(曲筆)’이 하도 많아 ‘직필(直筆)’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출처 : ‘헬멧 쓴 정몽준, 배낭 멘 박원순’…조중동의 ‘악마의 편집’
‘헬멧 쓴 정몽준, 배낭 멘 박원순’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 | 2014-05-26 오후 7:10:37
‘악마의 편집’이란 말이 있다.
예전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방송이 편집, 왜곡돼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다”며 아예 출연을 거부하겠다고까지 한 일이 발생하면서 신조어로 자리매김한 말이다.
당시 실제 원본을 봤더니 해당 참가자의 언행을 방송사측에서 앞뒤 맥락 고려 없이 싹뚝 자르고, 없던 대목이 삽입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편집된’ 방송으로 참가자의 일상을 접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은 방송사측이 의도한대로 한 사람을 ‘깜짝 스타’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죽일 놈’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난 2004년 3월엔 한 공중파에서 ‘편집 방송’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 지지 집회에서 사회자가 ‘언어적 살인’의 예로 든 부분을 '고등학교도 안나온 영부인'식으로 발언했다고 방송을 해 버린 것이다. 결국 해당 방송사는 집회 사회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어줘야 했고 해당 프로그램도 폐지했다.
이처럼 ‘악마의 편집’이란 재미나 화젯거리를 위해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을 뜻한다. 이후 ‘악마의 편집’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자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악마의 편집’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 방송가의 불문율이 됐다. 그런데 하물며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언론이 ‘악마의 편집’을 애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 5월 23일자 중앙일보 5면 기사 |
이런 맥락에서 중앙일보 23일자 종합면에 실린 사진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몽준, 박원순 후보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은 겉으로 보기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정 후보는 안전모를 쓰고 있고 박 후보는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진 기사의 제목과 내용을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제목은 <헬멧 쓴 정몽준…배낭 멘 박원순>이었다.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에서는 지하철 사고가 발생해 그 어느 때보다 ‘안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제목만으로도 정 후보는 안전을 챙기는데 반해 박 후보는 매우 한가해 보인다.
사진 설명도 가관이다. “22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강북,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강남에서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정 후보가 성산대교 철골구조 하부를 돌아보며 다리 안전을 살피고 있고, 배낭을 멘 박 후보는 삼성동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가 사진 설명 내용이다.
정 후보에게는 강북의 안전을 챙기는 후보 이미지가, 박 후보에게는 강남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후보 이미지가 풍겨져 나온다.
▲ 5월 23일자 동아일보 8면 기사 |
동아일보도 23일자 8면에 <서울시장 여야후보 동행 24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어떠한가. 정 후보측 기사에는 “지하철역 청소하고 강북票心 집중공략”, 박 후보측 기사에는 “지하철안전 챙기고 강남개발 맞불公約”이라고 달았다. 부제도 정후보측에는 “용산 재개발지구-성산대교 방문, 현장점검 통해 ‘안전시장’ 부각”, 박 후보측에는 “강남역서 나홀로 첫 거리유세, 운동화 신고 상인들과 스킨십”이라고 적었다.
정 후보에게는 ‘청소’, ‘강북’, ‘안전’의 이미지를 박 후보에게는 ‘강남’, ‘맞불’, ‘나홀로’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6.4지방선거 법정 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여야 지도부의 행보를 전하는 기사에서 숨은 의도를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23일자에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한 여야 지도부의 행보를 <與 “아픔 딛고 희망 말하자” 野 “슬픔과 분노, 票로 심판”>이라는 제목으로 요약했다.
여당에게는 통합과 치유라는 부드러운 뉘앙스를 야당에게는 분열과 심판이라는 거칠고 드센 뉘앙스를 입힌 것이다.
‘곡필(曲筆)’이 하도 많아 ‘직필(直筆)’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이다.
출처 : ‘헬멧 쓴 정몽준, 배낭 멘 박원순’…조중동의 ‘악마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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