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이대생 이틀 연속 비판한 <조선>... 민망하다
[분석] 추석민심 앞두고 "막말의 정점" 김영오 융단폭격, <조선> 의도적인가
[오마이뉴스] 지용민 | 14.09.06 12:10 | 최종 업데이트 14.09.06 14:27
<조선일보>가 5일에 이어 6일자에도 23세 이대생을 등장시켰다. 5일자에는 1면 머리기사로 이대생의 발언을 '막말'의 교본인 듯 몰아세웠다. 6일에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연장자(年長者)에 대한 예우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이대생 발언을 비판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3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에서였다. 발언 시간에 자신을 이화여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양아무개(23세)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양씨는 "여러분, 박근혜가 이번 기회에 재난 대비를 위한 보험을 활성화하잡니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이어 양씨는 "(김영오씨 단식에 의문을 제기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가리켜) 이런 놈들 입에 들어가는 쌀이 아깝고, 이런 자들이야말로 강제로 단식시켜야 한다"는 말을 비롯 "정부가 (세월호 사건의) 범인", "(특별법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친일파"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의 일반인의 자유발언 '정치화', 그 숨은 정략성은?
정치적 무게를 지닐 수 없는 23세 여대생이 집회에서 한 자유발언을 가지고 1면 머리기사와 사설로 비판한 <조선일보>의 편집은 파격이다. 그리고 파격의 소재가 '말'인 경우에는 그 숨은 정략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5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막말 폭력에 멍드는 국격'이다. 23세 양아무개씨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 비판한 이 신문의 진정한 타깃은 그러나 양씨가 아니다. "막말의 정점"이라며 기사 후반부에 소환한 인물은 세월호의 상징인물, 김영오씨다. <조선>은 23세 여대생의 발언을 앞서 소개한 뒤 김씨 발언을 "막말의 정점"이라며 재인용하고 있다.
<조선>은 "최근의 막말 풍토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대통령 욕설 논란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김씨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란 X이 똑같은 거야. XX년이지"라는 욕설을했고,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해도 너무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소개한 '세월호 사고 후 논란된 막막들' 사례 8건에도 김영오씨의 '박근혜 욕설'은 다시 한번 인용된다. 추석 연휴 직전에 기획기사로 나온 막말 특집기사, 언제부터인지 <조선일보> 지면에서 세월호 관련 뉴스는 사라지고, 김영오 발언은 무한재생되고 있다.
<조선>은 6일자에도 '대통령 향한 여성비하 욕설에 침묵하는 여성단체들'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 칼럼에서 위 김영오씨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일국의 대통령을 '년'이라고 부르는 경악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정작 여성 인권을 대변해야 할 여성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다"고 여성단체들을 비판했다. 'X'이 아니라 '년'이라고 구체적으로 인용한 <조선>의 편집이 인상적이다.
추석민심 앞두고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 김영오는 '막말'
<조선>은 9월 4일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규제를 개혁하겠다며 참석한 박 대통령의 모습을 공감하고, 질문하고, 웃고, 강조하고…라는 사진제목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장관의 답변에 "내년에도 되겠습니까? 법 개정해서 하려면…"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9월 6일자에는 '재래시장 찾은 박 대통령 "경제 꼭 다시 일으킬 것"'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날(5일) 동대문 전통시장을 찾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만나는 상인들에게 "경기가 어떤지", "힘이 좀 나실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에 <조선> 편집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박근혜 vs 김영오'의 대비되는 지면등장이 인상적인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하라'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목된 당사자는 4월, 5월 자신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잊은 듯 '민생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추석민심'에 영향을 줄 마지막 몇일 동안의 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려는, 민생을 챙기려는 지도자 이미지로, 대척점에 서 있는 김영오씨는 '막말의 정점'으로 소개됐다.
"단식 38일째 만나주기는커녕 지나가지도 못하게 해... 감정이 복받쳐"
김영오씨는 청와대 앞에 가서 욕설을 했다. 욕설한 사실 그 자체를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평범한 노동자인 47세 시민이 왜 38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으며, 왜 그 기력으로 지팡이를 집고 청와대를 갔으며, 왜 만나주겠다던 박 대통령은 만나주기는커녕 지나가지도 못하게 했으며… 더욱 본질적으로 왜 유민이는 죽었으며, 왜 그 죽음의 이유를 알려달라는 국민들의 외침에 이 정부는 침묵하고 있는가.
이와 같이 세월호를 둘러싼 본질적이며 명백한 문제점을 외면한 채, 단순히 김영오 욕설만 무한재생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김영오 비판은 누가 보더라도 기계적 중립은커녕 민망한 지경이다. 두눈 뜨고 딸 아이를 잃은 김영오씨의 막말로 국격이 멍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애비의 절규'를 막말의 정점으로 비판하는 이 신문의 발행부수가 1위라는 현재의 국격은 과연 어떠한 수준인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출처 : 23세 이대생 이틀 연속 비판한 <조선>... 민망하다
[분석] 추석민심 앞두고 "막말의 정점" 김영오 융단폭격, <조선> 의도적인가
[오마이뉴스] 지용민 | 14.09.06 12:10 | 최종 업데이트 14.09.06 14:27
▲ 추석민심 앞두고 '막말' 화두로 올린 <조선일보> 추석연휴를 앞둔 9월 5일자 '막말'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조선일보. '막말의 정점'으로 김영오씨 발언을 소개했다. ⓒ 조선일보PDF |
<조선일보>가 5일에 이어 6일자에도 23세 이대생을 등장시켰다. 5일자에는 1면 머리기사로 이대생의 발언을 '막말'의 교본인 듯 몰아세웠다. 6일에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과 연장자(年長者)에 대한 예우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다시 한번 이대생 발언을 비판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3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문화제'에서였다. 발언 시간에 자신을 이화여대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양아무개(23세)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양씨는 "여러분, 박근혜가 이번 기회에 재난 대비를 위한 보험을 활성화하잡니다. 이거 완전 미친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이어 양씨는 "(김영오씨 단식에 의문을 제기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가리켜) 이런 놈들 입에 들어가는 쌀이 아깝고, 이런 자들이야말로 강제로 단식시켜야 한다"는 말을 비롯 "정부가 (세월호 사건의) 범인", "(특별법에 반대하는) 새누리당은 친일파"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선>의 일반인의 자유발언 '정치화', 그 숨은 정략성은?
▲ '막말'로 규정, 무한재생되는 김영오씨 발언 1면에 이어 3면 '막말 사례'에도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 김영오씨 발언. <조선일보> 9월 5일자 3면 ⓒ 조선일보PDF |
정치적 무게를 지닐 수 없는 23세 여대생이 집회에서 한 자유발언을 가지고 1면 머리기사와 사설로 비판한 <조선일보>의 편집은 파격이다. 그리고 파격의 소재가 '말'인 경우에는 그 숨은 정략성에 관심을 갖게 된다.
5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막말 폭력에 멍드는 국격'이다. 23세 양아무개씨의 발언을 '막말'로 규정, 비판한 이 신문의 진정한 타깃은 그러나 양씨가 아니다. "막말의 정점"이라며 기사 후반부에 소환한 인물은 세월호의 상징인물, 김영오씨다. <조선>은 23세 여대생의 발언을 앞서 소개한 뒤 김씨 발언을 "막말의 정점"이라며 재인용하고 있다.
<조선>은 "최근의 막말 풍토는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대통령 욕설 논란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김씨는 지난달 19일 청와대 앞에서 경찰이 길을 막아선다는 이유로 "대통령이란 X이 똑같은 거야. XX년이지"라는 욕설을했고, 이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본 국민들 사이에서"해도 너무한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소개한 '세월호 사고 후 논란된 막막들' 사례 8건에도 김영오씨의 '박근혜 욕설'은 다시 한번 인용된다. 추석 연휴 직전에 기획기사로 나온 막말 특집기사, 언제부터인지 <조선일보> 지면에서 세월호 관련 뉴스는 사라지고, 김영오 발언은 무한재생되고 있다.
<조선>은 6일자에도 '대통령 향한 여성비하 욕설에 침묵하는 여성단체들'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 칼럼에서 위 김영오씨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일국의 대통령을 '년'이라고 부르는 경악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정작 여성 인권을 대변해야 할 여성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 다물고 있다"고 여성단체들을 비판했다. 'X'이 아니라 '년'이라고 구체적으로 인용한 <조선>의 편집이 인상적이다.
추석민심 앞두고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장관회의', 김영오는 '막말'
▲ 공감하고, 질문하고, 웃고, 강조하고...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보도한 <조선일보> 9월 4일자 2면 ⓒ 조선일보PDF |
<조선>은 9월 4일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을 비중있게 전하고 있다. 규제를 개혁하겠다며 참석한 박 대통령의 모습을 공감하고, 질문하고, 웃고, 강조하고…라는 사진제목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장관의 답변에 "내년에도 되겠습니까? 법 개정해서 하려면…"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9월 6일자에는 '재래시장 찾은 박 대통령 "경제 꼭 다시 일으킬 것"'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날(5일) 동대문 전통시장을 찾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만나는 상인들에게 "경기가 어떤지", "힘이 좀 나실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추석연휴를 앞둔 시점에 <조선> 편집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박근혜 vs 김영오'의 대비되는 지면등장이 인상적인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그리고 광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결하라'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지목된 당사자는 4월, 5월 자신이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잊은 듯 '민생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추석민심'에 영향을 줄 마지막 몇일 동안의 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려는, 민생을 챙기려는 지도자 이미지로, 대척점에 서 있는 김영오씨는 '막말의 정점'으로 소개됐다.
"단식 38일째 만나주기는커녕 지나가지도 못하게 해... 감정이 복받쳐"
▲ 기사로... 칼럼으로... 김영오 비판 5일자에 이어 김영오씨 '욕설'을 또 다시 인용하며 비판하고 있는 <조선일보> 9월 6일자 2면. ⓒ 조선일보PDF |
한겨레 - 지난달 20일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논란도 있다.
김영오 - 처음 3일만 하자던 단식이 38일째를 맞은 날,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하러 청와대에 갔다…청와대 민원실에 면담 신청서라도 내고 갈 테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해도, 길을 막아섰다. 쇠약해진 몸으로 뜨거운 햇볕 아래 두 시간 넘게 길바닥에서 하소연을 해도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도 분통이 터지는데, 일선 경찰들 뒤에서 지휘하던 경호원이 유족들을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때 감정이 복받쳐 욕을 했다. - <한겨레> 9월 5일자 인터뷰 중
김영오 - 처음 3일만 하자던 단식이 38일째를 맞은 날,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하러 청와대에 갔다…청와대 민원실에 면담 신청서라도 내고 갈 테니 지나가게 해달라고 해도, 길을 막아섰다. 쇠약해진 몸으로 뜨거운 햇볕 아래 두 시간 넘게 길바닥에서 하소연을 해도 경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도 분통이 터지는데, 일선 경찰들 뒤에서 지휘하던 경호원이 유족들을 바라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때 감정이 복받쳐 욕을 했다. - <한겨레> 9월 5일자 인터뷰 중
김영오씨는 청와대 앞에 가서 욕설을 했다. 욕설한 사실 그 자체를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평범한 노동자인 47세 시민이 왜 38일째 단식을 하고 있었으며, 왜 그 기력으로 지팡이를 집고 청와대를 갔으며, 왜 만나주겠다던 박 대통령은 만나주기는커녕 지나가지도 못하게 했으며… 더욱 본질적으로 왜 유민이는 죽었으며, 왜 그 죽음의 이유를 알려달라는 국민들의 외침에 이 정부는 침묵하고 있는가.
이와 같이 세월호를 둘러싼 본질적이며 명백한 문제점을 외면한 채, 단순히 김영오 욕설만 무한재생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김영오 비판은 누가 보더라도 기계적 중립은커녕 민망한 지경이다. 두눈 뜨고 딸 아이를 잃은 김영오씨의 막말로 국격이 멍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애비의 절규'를 막말의 정점으로 비판하는 이 신문의 발행부수가 1위라는 현재의 국격은 과연 어떠한 수준인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출처 : 23세 이대생 이틀 연속 비판한 <조선>...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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