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에 한방 먹은 MBC, 떡잔치가 웬말?
[게릴라칼럼] 낯 뜨거운 방송의날 자축 특집 방송
[오마이뉴스] 하성태 | 14.09.03 20:09 | 최종 업데이트 14.09.03 20:09
간만에 지상파 3사가 한 목소리를 냈다. 9월 3일, 제51회 '방송의 날'을 맞아서다. 지상파 3사는 2일 저녁 종합뉴스를 통해 일제히 박근혜의 방송의 날 기념사를 전했다. "방송산업의 낡은 규제들이 시대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도 우리 방송을 창조경제와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향제시도 빼놓지 않았다.
SBS와 KBS는 이어 '방송규제'에 대한 꼭지를 내보냈다. 내용은 약속이나 한 듯 대동소이했다. SBS는 "규제에 발 묶인 방송산업... 경쟁력 잃을 위기"라는 제목으로, KBS는 "지상파, 광고 등 차별적 규제에 '발목'"라는 리포트로 이를 뒷받침했다. 두 보도 모두 "지상파 광고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문제라는 시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바빴다.
지상파 광고시장에 대한 규제가 박근혜가 강조한 "콘텐츠의 힘"을 저해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멘트를 삽입한 것도 같았다. SBS가 뒤늦게 광고 규제를 풀었다고 예를 든 대만의 사례, 어디서 본 듯하다. 그렇다. MBC가 빠지면 섭섭하다.
'콘텐츠의 힘', 광고 규제 철폐로 가능?
MBC 는 이미 2주 전인 지난달 17일 무려 <시사매거진 2580>의 한 꼭지를 통째로 할애해 광고 시장 규제를 읍소한 바 있다. '한류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거창한 제목의 이 꼭지는 제목과는 달리 중간광고를 포함해 지상파에도 케이블과 같은 광고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그 중 백미는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시훈 교수의 멘트였다.
"안정적인 재원구조를 갖고, 그 결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시청자 복지에 오히려 더 기여하는 것이지 어떤 매체를 못하게 하면서 달성하는 시청자 복지와 시청자 주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더불어, MBC 송양환 기자는 프로그램 말미에 "콘텐츠 경쟁력을 주도해온 지상파의 위기는 미디어 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이 없다면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물론 시청자 복지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박근혜는 "공정한 여론형성과 국민통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주거니 받거니, 이미 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에게 힘을 보태주는 꼴이 볼썽사납기 그지 없다. 심지어 2일 박근혜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안광한 한국방송협회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축하 떡을 자르기도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반어가 통하지 않을 박근혜임을 상기한다면, 이 정권의 작금의 지상파 다독이기가 이명박 정부가 초석을 다진 '언론 장악'의 시즌2격임을 짐작하고도 남게 된다.
반면, 경찰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삼보일배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을 10여분 만에 제지하고 나섰다. 물론 이 뉴스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SBS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살짝 언급한 정도였다). 방송의 날을 맞아 떡이나 자르고 있는 박근혜와 방송 권력자들. 세월호 보도 이후 유가족들과 시청자들, 그리고 일선 기자들까지 '기레기'란 용어를 애용하게 만든 주역들의 잔칫상에 '시청자 복지'의 지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축소판 된 지상파 언론 환경
11개 언론시민단체는 2일 열린 축하연을 두고 "언론 개판의 날"이라 일갈했다. 반면, MBC는 1일 상암 신사옥 시대를 자축하는 대대적인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MBC 신사옥이 '시청자 복지'에 얼마만큼 기여할지는 물론 지켜 볼 일이다. 더욱 심각한 쪽은 KBS다. 2일 박근혜는 이길영 KBS 이사장이 사퇴해 공석이 된 이사 자리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인호 교수를 추천하고 박근혜가 임명하기까지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MB 정부 이후 MBC 보도부문이 JTBC와 싸우고, 지상파 오후 11시대 예능이 케이블, 종편과 싸우는 시대. 그러나 박근혜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공영방송과 지상파 방송들은 합심해 '마이웨이'를 향해 뚜벅 뚜벅 걷고 있는 중이다. 허나, 시청자들의 요구도 과연 그러할까.
최근 주간지 <시사IN>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이끄는 JTBC <뉴스9>은 '가장 신뢰하는 뉴스프로그램'에서 KBS <뉴스9>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서울 지역에선 KBS를 앞질렀고, 지상파인 MBC <뉴스데스크>(3.6%)와 SBS <8뉴스>(2.5%)를 10%p 이상 따돌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약진한 JTBC <뉴스9>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가장 불신하는 매체는 <조선일보>가 13.4%, KBS는 7.3%, MBC는 6.8%를 기록한 반면 JTBC는 0.5%에 그쳤다. '기계적 균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출발했던 JTBC 보도부문의 노력이 공히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청자 복지' 운운하는 MBC, 여기저기 우려를 표한 뉴라이트 이사장을 선임한 KBS, 그리고 이들의 뒤를 든든하게 봐 주고 있는 박근혜. 이들이 벌인 잔칫상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의 방송 언론환경은 도대체 어디까지 '개판'이 되어야 하는 걸까. 제51회 방송의 날을 맞아 박근혜가 참석한 '떡잔치'야말로 현 한국사회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었다. 불통과 공감능력 제로가 일상이 되어 버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말이다.
출처 : 손석희에 한방 먹은 MBC, 떡잔치가 웬말?
[게릴라칼럼] 낯 뜨거운 방송의날 자축 특집 방송
[오마이뉴스] 하성태 | 14.09.03 20:09 | 최종 업데이트 14.09.03 20:09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 박근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 내빈들과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 청와대 |
간만에 지상파 3사가 한 목소리를 냈다. 9월 3일, 제51회 '방송의 날'을 맞아서다. 지상파 3사는 2일 저녁 종합뉴스를 통해 일제히 박근혜의 방송의 날 기념사를 전했다. "방송산업의 낡은 규제들이 시대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도 우리 방송을 창조경제와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방향제시도 빼놓지 않았다.
SBS와 KBS는 이어 '방송규제'에 대한 꼭지를 내보냈다. 내용은 약속이나 한 듯 대동소이했다. SBS는 "규제에 발 묶인 방송산업... 경쟁력 잃을 위기"라는 제목으로, KBS는 "지상파, 광고 등 차별적 규제에 '발목'"라는 리포트로 이를 뒷받침했다. 두 보도 모두 "지상파 광고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문제라는 시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바빴다.
"유료방송에선 한 프로그램에서 몇 번씩 나오는 중간광고가 지상파에선 스포츠 중계 외엔 금지돼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점유율은 10여 년 동안 절반으로 떨어졌고, 유료방송은 5배나 늘어 이제 지상파와 비슷해졌습니다(중략).
이와 함께 방송사들은 방송발전을 위한 기금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지상파의 경우 지난해 750여억 원을 납부했습니다. 반면 종편은 시장 진입 초기라는 이유 등으로 아직 한 푼의 기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9월 2일 KBS <뉴스9> 중)
"우리나라 프로그램 전체 수출의 88%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은 97%가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매체들에 의한 것입니다. 지상파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20년 묵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에 발이 묶여, 수출할 만한 한류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9월 2일 SBS <8뉴스> 중)
이와 함께 방송사들은 방송발전을 위한 기금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지상파의 경우 지난해 750여억 원을 납부했습니다. 반면 종편은 시장 진입 초기라는 이유 등으로 아직 한 푼의 기금도 내지 않았습니다." (9월 2일 KBS <뉴스9> 중)
"우리나라 프로그램 전체 수출의 88%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은 97%가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매체들에 의한 것입니다. 지상파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20년 묵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에 발이 묶여, 수출할 만한 한류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9월 2일 SBS <8뉴스> 중)
지상파 광고시장에 대한 규제가 박근혜가 강조한 "콘텐츠의 힘"을 저해한다는 논리인 것이다. 광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멘트를 삽입한 것도 같았다. SBS가 뒤늦게 광고 규제를 풀었다고 예를 든 대만의 사례, 어디서 본 듯하다. 그렇다. MBC가 빠지면 섭섭하다.
'콘텐츠의 힘', 광고 규제 철폐로 가능?
▲ 17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한 장면. ⓒ MBC |
MBC 는 이미 2주 전인 지난달 17일 무려 <시사매거진 2580>의 한 꼭지를 통째로 할애해 광고 시장 규제를 읍소한 바 있다. '한류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거창한 제목의 이 꼭지는 제목과는 달리 중간광고를 포함해 지상파에도 케이블과 같은 광고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그 중 백미는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이시훈 교수의 멘트였다.
"안정적인 재원구조를 갖고, 그 결과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시청자 복지에 오히려 더 기여하는 것이지 어떤 매체를 못하게 하면서 달성하는 시청자 복지와 시청자 주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더불어, MBC 송양환 기자는 프로그램 말미에 "콘텐츠 경쟁력을 주도해온 지상파의 위기는 미디어 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이 없다면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물론 시청자 복지까지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박근혜는 "공정한 여론형성과 국민통합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주거니 받거니, 이미 권력에 장악된 공영방송에게 힘을 보태주는 꼴이 볼썽사납기 그지 없다. 심지어 2일 박근혜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송의 날 축하연에서 안광한 한국방송협회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축하 떡을 자르기도 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반어가 통하지 않을 박근혜임을 상기한다면, 이 정권의 작금의 지상파 다독이기가 이명박 정부가 초석을 다진 '언론 장악'의 시즌2격임을 짐작하고도 남게 된다.
반면, 경찰은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삼보일배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을 10여분 만에 제지하고 나섰다. 물론 이 뉴스는 지상파 3사 메인뉴스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SBS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복귀 소식을 전하면서 말미에 살짝 언급한 정도였다). 방송의 날을 맞아 떡이나 자르고 있는 박근혜와 방송 권력자들. 세월호 보도 이후 유가족들과 시청자들, 그리고 일선 기자들까지 '기레기'란 용어를 애용하게 만든 주역들의 잔칫상에 '시청자 복지'의 지분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축소판 된 지상파 언론 환경
11개 언론시민단체는 2일 열린 축하연을 두고 "언론 개판의 날"이라 일갈했다. 반면, MBC는 1일 상암 신사옥 시대를 자축하는 대대적인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MBC 신사옥이 '시청자 복지'에 얼마만큼 기여할지는 물론 지켜 볼 일이다. 더욱 심각한 쪽은 KBS다. 2일 박근혜는 이길영 KBS 이사장이 사퇴해 공석이 된 이사 자리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인호 교수를 추천하고 박근혜가 임명하기까지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뉴라이트 역사학자인 이인호 이사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본 식민 지배는 하느님의 뜻"이란 취지의 교회 강연을 두고 "감동적이다"란 평으로 논란에 불을 지폈던 인물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70대 노인들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 그 중 정권 홍보를 자임하는 KBS 이사회의 수장으로 70대 뉴라이트 역사학자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것이다. 거침없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박근혜의 메시지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MB 정부 이후 MBC 보도부문이 JTBC와 싸우고, 지상파 오후 11시대 예능이 케이블, 종편과 싸우는 시대. 그러나 박근혜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공영방송과 지상파 방송들은 합심해 '마이웨이'를 향해 뚜벅 뚜벅 걷고 있는 중이다. 허나, 시청자들의 요구도 과연 그러할까.
▲ 지난 9월 16일 14년만에 앵커로 복귀한 손석희 JTBC 방송부문 사장은 르몽드지 창간자 뵈브 메리의 말 "진실을, 모든 진실을"을 인용하며 앞으로 진실을 다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JTBC |
최근 주간지 <시사IN>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이끄는 JTBC <뉴스9>은 '가장 신뢰하는 뉴스프로그램'에서 KBS <뉴스9>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서울 지역에선 KBS를 앞질렀고, 지상파인 MBC <뉴스데스크>(3.6%)와 SBS <8뉴스>(2.5%)를 10%p 이상 따돌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약진한 JTBC <뉴스9>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가장 불신하는 매체는 <조선일보>가 13.4%, KBS는 7.3%, MBC는 6.8%를 기록한 반면 JTBC는 0.5%에 그쳤다. '기계적 균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출발했던 JTBC 보도부문의 노력이 공히 시청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시청자 복지' 운운하는 MBC, 여기저기 우려를 표한 뉴라이트 이사장을 선임한 KBS, 그리고 이들의 뒤를 든든하게 봐 주고 있는 박근혜. 이들이 벌인 잔칫상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우리의 방송 언론환경은 도대체 어디까지 '개판'이 되어야 하는 걸까. 제51회 방송의 날을 맞아 박근혜가 참석한 '떡잔치'야말로 현 한국사회의 축소판과 다를 바 없었다. 불통과 공감능력 제로가 일상이 되어 버린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말이다.
출처 : 손석희에 한방 먹은 MBC, 떡잔치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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