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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경환 지시로 하베스트 인수”

[단독] “최경환 지시로 하베스트 인수”…석유공사 전 사장 수차례 진술
김제남 의원, 감사원 자료서 확인
구체적 정황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감사원, 최경환 서면조사도 안해

[한겨레] 임인택 기자 | 등록 : 2015.02.24 01:30


▲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때 자원외교 주무장관(지식경제부)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원외교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주도했다”고 말한다. 지난 2월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최경환 부총리.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최경환 부총리가 직접 하베스트 사업 인수를 지시했다고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이 수차례 감사원 감사에서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최 부총리를 상대로 한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 조사도 건너뛴 채 ‘면죄부’를 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9년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당시 지식경제부(지경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서, 석유공사로부터 구체적 보고나 지시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관련 책임을 부정(▷ 관련기사 : [단독] 책임없다던 최경환, 하베스트 인수 수차례 보고받은 정황)해왔다.

강 전 사장이 지난해 감사원에 네 차례 이상 ‘감사심의 의견서’와 직접 진술을 통해 “하베스트 인수는 지경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최종 결정된 것” 또는 “최경환 장관 및 차관 면담을 통해 하베스트 인수의 절박성을 공유하고 진행을 지시받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이 감사원 비공개 자료를 열람해 이러한 내용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2~6월 석유공사 감사 뒤 하베스트 인수 부실업무 책임을 물어 강 전 사장만 올 1월 형사고발(업무상 배임 혐의)했다. 4조5000억원 남짓에 인수한 하베스트는 최근 부실자산(정유시설 ‘날’)을 매각하며 1조5000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쳤다.

김 의원실이 확인한 자료를 보면, 최 부총리 개입 정황이 구체적이다. 강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제출한 감사심의 의견서에서 “인수계약은 석유공사의 독자적 판단과 능력에 따라 체결된 것이 아니”라며 “계약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어려움을 토로하자 최 장관은 ‘하베스트 하류(정유시설)까지 포함해서 열심히 해보자’고 지시했고, 이에 인수계약을 최종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세번째 제출한 감사심의 의견서에서도 “지경부 장관이 하류 부분 검토에 동의했다”며 “지도감독 기관에서 우려를 표시했다면 하베스트 인수는 이뤄질 수 없었다. 정부의 중요한 국책사업이었으며, 하베스트 인수 역시 그 연장선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장관 지시로 하베스트 인수가 확정되었다’는 강 전 사장의 진술은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최근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일회성을 넘어서 수차례 법무대리인(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한 점, 김영학 당시 지경부 차관도 보고받은 정황 등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주무 장차관의 구실이 적정했는지 판단하기에 앞서 기초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았다. 이는 최종 인수 여부가 공기업 책임이며, 장관의 별도 서면승인이 없었고, 보고 시점이 정유시설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 전이라 ‘구체적 지시’가 아닌 “일반적 주문”에 불과하다는 논리에 토대했다.

하지만 석유공사법은 당시 지경부 장관이 국내외 석유자원의 탐사·개발·생산 업무를 지도·감독하도록 규정(16조)하고 있었다. 실제 하베스트 인수 소식은 지경부가 미리 준비한 보도자료로 인수 직후 알려졌다.

감사원은 2012년 동일 사업 감사 뒤엔 김성훈 전 석유공사 부사장과 실무팀장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당시 면죄부를 받은 강 전 사장이 이번엔 ‘독박 쓴’ 꼴이다. 감사원 쪽은 <한겨레>에 “당시엔 공사 직원들이 강 전 사장 책임을 언급하지 않아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단독] “최경환 지시로 하베스트 인수”…석유공사 전 사장 수차례 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