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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논란의 배후

사드 논란의 배후
[민중의소리] 이정무 편집국장 | 최종업데이트 2015-03-27 09:53:07


26일 저녁 정부는 중국이 주도해 온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을 발표했다. 올 봄의 최대 외교 현안이었다고 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AIIB 가입 문제에서 하나를 털어버린 셈이다. 남은 것은 사드다. AIIB에서는 중국의 손을 들어주고, 사드는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식의 ‘절충’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익과 위험이 계산가능했던 AIIB에 비해 사드가 가져다 줄 이익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친미적 성향이 강한 인사들도 사드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휴전선에서 수십킬로미터 이내에 서울이 위치한 우리로서는 공중으로 수십킬로미터 위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논리적으로야 화성으로 가는 유인 우주선도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 표현으로 ‘가성비(가격 대 성능 비율)’를 고려하면 이런 선택은 나오기 어렵다.

별로 고민할 것도 없어 보이는 사드가 최대 외교 현안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에는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사드의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다.

사드 같은 무기는 대량생산이 되지 않는다. 구매자도 거의 정해져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록히드마틴으로부터 4개의 사드 포대를 사서 3개는 미국 본토에, 1개는 괌에 배치했다. 처음에 주문한 것이 7개였으니 3개를 어디다 설치할 지를 결정할 시기다. 미 국방부는 이 중 2개를 해외 주둔 미군에 배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드가 환영을 받고 더 많이 생산할 기회가 온다면 록히드마틴은 아주 즐거울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로이터의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초 군 수뇌부들에게 메모를 보냈다. “현재의 탄도미사일 방어정책은 견실하지만 2017회계연도(2016년 10월1일∼2017년9월30일) 국방예산 책정을 앞두고 일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 조너선 그리너트 미 해군참모총장과 레이 오디어너 육군참모총장이 “현재 MD 자산의 전진배치 전략은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전자기파와 사이버전 등의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 요청에 대한 답변 성격이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전략이 ‘돈 먹는 하마’라는 건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효과도 불확실하고, 성능을 검증하기도 힘든 무기에 조 단위의 돈이 든다면 이걸 계속 고집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헤이글의 메모는 미 국방부도 이걸 모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해줬다.

하지만 미군 내에서도 이걸 선호하는 사람은 있다. 하급 부대의 경우 사드를 배치,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예산을 더 많이 배정받을 수 있다. 공무원 사회라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만약 한국이나 일본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이 지역을 관할하는 태평양사령부의 군인들로서는 나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미 괌에 하나가 설치되어 있지만, 둘이라도 나쁠 것이 없다. 미 국방부로서도 비용의 상당 부분을 주둔국에 떠 넘길 수 있다는 전제만 있다면 일본 또는 한국에 하나를 추가 설치하는 걸 꼭 막을 이유도 없다.

그래서인가 그 동안 한국정부와의 불협화음이라는 지적을 감내하면서 사드 배치의 군불을 때어온 미군 장성 들은 태평양사령부 산하의 사령관들이었다. 청와대가 미국으로부터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고 말하던 순간에 ‘비공식 부지 조사를 했다’고 발표한 것도 태평양사령부 산하의 주한미군이다. 여기에 주한미군 ‘산하’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한국군이 전직 장성들을 내세워 부채질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현 정부는 어떤 일이 발생할 때마다 ‘배후’를 찾아내는 데 공을 들여왔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사드 논란의 배후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출처  [데스크칼럼] 사드 논란의 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