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KT 사례 들여다 보니...
여성에게 전신주 오르는 업무 준 뒤 못한다며 해고
비정규직 늘고, 주주 주머니만 두둑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8-24 07:22:10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소위 '노동개혁'의 테이블 위에는 '쉬운 해고'도 올라와 있다. 정부는 왜 해고를 쉽게 하자는 걸까?
논리는 이렇다. 정부가 볼 때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그들의 처우가 열악한 건 대기업 정규직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은 높은 임금을 받는데 이들은 해고하기도 쉽지 않아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임금도 좀 깎고 해고도 좀 쉽게 할 수 있도록(고용 유연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고용창출을 위해 해고요건을 완화해야"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성과가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좀 손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릴까? 아니면, 사용자들에게 상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길만 열어주는 꼴이 될까? 저 성과를 핑계로 한 해고만 남용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KT의 저성과자 퇴출 사례를 보면 된다. KT의 전신은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돼 설립된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이다. 애초 공사로 설립됐지만 1987년 민영화 방침이 확정된 후, 정부 소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해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됐다. 2014년 12월 31일 현재, 외국인 소유 지분이 44.81%로 가장 많다. 국내 기관과 개인이 39.87%, 국민연금이 8.46%, 자사주 6.22%, 우리사주조합 0.645% 순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정부 지분 매각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던 2001년, 당시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은 뉴욕에서 한 시간 단위로 기관투자자와 분석전문가들을 만나 한국통신에 투자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 지분 완전 매각에 성공하면서 민영화된 'KT호(號)'를 출항시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성향상 투자를 통한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인력구조조정 등 비용절감을 통한 단기 이윤 추구에 더 관심이 많다. 민영화 이후 KT는 인력 퇴출을 통해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민영화 절차를 밟으며 꾸준히 인력 구조조정을 해온 KT는 민영화 직후인 2003년 10월 1일 40세 이상 직원 5,505명을 명예퇴직 등으로 퇴출했다. 당시 명예퇴직을 거부한 480여 명에 대해서는 기존 업무와 무관한 보직(상품판매전담팀)으로 발령내 관리했다. 상품판매전담팀 관리의 최종 목표는 '퇴출'이었다. KT노동인권센터가 발간한 'KT노동인권백서(1994~2012)'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상품판매전담 직원에 대한 관리의 최종 목표는 '퇴출'이므로 근무태만, 업무 불성실 등에 대한 복무와 채증관리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출을 목표로 한 인력관리가 인권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공론화되자, KT는 상품판매전담팀을 해체하고 소속 직원들을 원대복귀 등 조치했다. 그러나 인력구조조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KT는 오히려 비밀리에 소위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2005년 사측이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 명단에는 모두 1,002명이 포함됐다. 업무부진자, 노조활동가, 114 안내원 출신 등이 포함됐다. 퇴출당해야 할 부진인력은 C-PLAYER(CP)로 명명됐다. 전국 지사 단위에서 이들을 퇴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그 내용을 보면 말 그대로 부진 인력을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억지로 부진인력으로 만들어 퇴출시키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소위 CP에 대한 퇴출 작업은 대단히 체계적으로 이뤄졌는데, 우선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을 내고,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생소한 업무를 배정하며, 직무수행 평가를 쉽게 하기 위해 단독으로 업무를 시키고,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시에 주의-경고를 거쳐 결국 징계 해고하는 프로세스다. '체계적으로 관리(4, 5월)하여 6월 중으로, 주의·경고 처분을 완료하고 명퇴를 권유(1차) -> 명퇴 불응시 징계 처분 후 9월 중 명퇴 권유(2차) -> 최종 명퇴 불응시 직위 미부여 또는 해임 처리' 등의 개인별 시나리오까지 작성했다.
KT 충북본부 충주지사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중 상급자의 지시로 자신의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퇴출프로그램을 실행했던 반기룡 씨가 2011년 4월 양심선언을 하면서 어두운 일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반 씨의 양심선언문 일부다.
"퇴출 및 관리대상의 사유는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업무 부진자, 기타로 분류되어 있었고 단계별로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대상, 콜센터 전적전출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준들과 구체적인 대상자 명단은 이미 지정돼 하달됐기 때문에 팀장이 선별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대상자 중 '핵심관리대상'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됐는데, 114 잔류자와 민주동지회 회원 등은 핵심관리대상자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중략)….
퇴출 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실적평가가 쉬운 단독업무를 부여하는데 실적 부진이라는 구실을 만들려고 일부러 생소한 업무를 단독으로 부여한 다음(예컨대 114 안내원들이었던 여자들에게 단독으로 전신주에 올라가 전화를 개통하거나 메가패스를 개통하도록 하는 업무를 부여)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 경고장을 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면서 사퇴를 권고하고 다른 지역으로 교체하여 임용하는 방법 등으로 자진해서 퇴사하도록 유도하다가 그래도 퇴사하지 않으면 그간 축적된 실적 부진 경고장 등을 근거로 해고하게 돼 있습니다.
특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봐야 회사가 우위에 있어 이길 수 없으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송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주지시키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퇴출자로 낙인찍힌 자의 개인 생활을 조사하게 돼 있고 (사택 등) 모든 혜택을 금지하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격리해 소외감을 주도록 문서로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KT의 부진 인력 퇴출 방안은 모두 5건의 대외비 문건이 양심선언 등의 방식으로 드러나 있다. 이 문건들과 문건 관계자들의 양심선언에 따르면, KT에서 시행된 부진인력 퇴출은 말 그대로 부진인력에 기회를 줘도 개선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기보다는,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멀쩡한 사람도 업무 부진자로 만들어 퇴출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노동자에 대한 인사조치는 기본적으로 정당하고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반하여 이뤄져야 하고, 직무부진은 그 자체로 해고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에게 직무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그 기회가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등 제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판단 등을 감안하면, KT 부진 인력 퇴출 방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여 년 114 안내원을 하다가 부진인력 관리대상에 포함되면서 만 45세의 나이에 현장 개통업무를 맡아 여성의 몸으로 전신주에 올라야 했던 KT 노동자 한미희 씨는 끝내 해고됐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으면서 복직했는데, 한 씨가 제기한 관련 소송의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부진인력 퇴출 대상자 1,002명 중 간부직은 121명, 업무부진자는 422명, 상품판매팀(114 안내원 출신자 등이 주된 대상으로 보임)은 458명인 것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2003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이에 명예퇴직을 거부한 자들인 것으로 표시돼 있다. 그리고 위 1,002명 중 601명이 이후 2011년 12월 27일경까지 사이에 퇴직했는데, 그중 정년 퇴직자는 154명에 불과하다."
KT는 수천억 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불가능하므로, 부진인력 퇴출이라는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 등으로 늘린 영업이익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외국인 등 주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정규직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됐을까? 그렇지 않다. 1996년 6만여 명이던 정규직은 2015년 3월 현재 2만3천여 명으로 줄었다. 정규직 퇴출로 발생한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고용형태를 공시하게 돼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3월 기준 KT 직원은 4만1048명이다. 이중 정규직은 2만3009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1만8039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43.9%나 된다. 비정규직 대부분은 간접고용으로 1만7666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KT 해고자인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 사례를 보면 저성과자 해고는 저성과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해고하는 것이었다. 저성과자 해고를 취업규칙에 명문화 한다면 사용자들이 대놓고 인위적 퇴출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정리해고는 엄격해서 제한적으로 할 수 있지만, 버젓이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인력 퇴출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주 구미가 당기는 것이고, 자본가의 집행기구인 박근혜 정부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고 노동개혁이라고 포장하지만, 임금피크제, 고과연봉제, 저성과자 해고를 다 도입한 KT에서는 일자리 폐지, 인력 퇴출만 있었다"라고 말했다.
출처 저성과자 해고, KT 사례 들여다 보니...
여성에게 전신주 오르는 업무 준 뒤 못한다며 해고
비정규직 늘고, 주주 주머니만 두둑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8-24 07:22:10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소위 '노동개혁'의 테이블 위에는 '쉬운 해고'도 올라와 있다. 정부는 왜 해고를 쉽게 하자는 걸까?
논리는 이렇다. 정부가 볼 때는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그들의 처우가 열악한 건 대기업 정규직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들은 높은 임금을 받는데 이들은 해고하기도 쉽지 않아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이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임금도 좀 깎고 해고도 좀 쉽게 할 수 있도록(고용 유연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는 "고용창출을 위해 해고요건을 완화해야"한다고까지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성과가 낮은 노동자들의 경우 좀 손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의 길이 열릴까? 아니면, 사용자들에게 상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길만 열어주는 꼴이 될까? 저 성과를 핑계로 한 해고만 남용되는 건 아닐까?
▲ 광화문 KT 본사 앞 ⓒ뉴시스
민영화 수순 밟으며 꾸준히 인력 구조조정 한 KT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KT의 저성과자 퇴출 사례를 보면 된다. KT의 전신은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돼 설립된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이다. 애초 공사로 설립됐지만 1987년 민영화 방침이 확정된 후, 정부 소유 지분을 순차적으로 매각하기 시작해 2002년 5월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됐다. 2014년 12월 31일 현재, 외국인 소유 지분이 44.81%로 가장 많다. 국내 기관과 개인이 39.87%, 국민연금이 8.46%, 자사주 6.22%, 우리사주조합 0.645% 순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정부 지분 매각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던 2001년, 당시 이상철 한국통신 사장은 뉴욕에서 한 시간 단위로 기관투자자와 분석전문가들을 만나 한국통신에 투자하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 지분 완전 매각에 성공하면서 민영화된 'KT호(號)'를 출항시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그 성향상 투자를 통한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인력구조조정 등 비용절감을 통한 단기 이윤 추구에 더 관심이 많다. 민영화 이후 KT는 인력 퇴출을 통해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민영화 절차를 밟으며 꾸준히 인력 구조조정을 해온 KT는 민영화 직후인 2003년 10월 1일 40세 이상 직원 5,505명을 명예퇴직 등으로 퇴출했다. 당시 명예퇴직을 거부한 480여 명에 대해서는 기존 업무와 무관한 보직(상품판매전담팀)으로 발령내 관리했다. 상품판매전담팀 관리의 최종 목표는 '퇴출'이었다. KT노동인권센터가 발간한 'KT노동인권백서(1994~2012)'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상품판매전담 직원에 대한 관리의 최종 목표는 '퇴출'이므로 근무태만, 업무 불성실 등에 대한 복무와 채증관리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출을 목표로 한 인력관리가 인권단체 등의 문제 제기로 공론화되자, KT는 상품판매전담팀을 해체하고 소속 직원들을 원대복귀 등 조치했다. 그러나 인력구조조정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KT는 오히려 비밀리에 소위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
▲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 ⓒKT노동인권백서
▲ 부진인력 퇴출 및 관리 방안 ⓒKT노동인권백서
부진인력 관리대상 명단 1002명 작성
노조활동가 등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
노조활동가 등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
2005년 사측이 작성한 부진인력 관리대상자 명단에는 모두 1,002명이 포함됐다. 업무부진자, 노조활동가, 114 안내원 출신 등이 포함됐다. 퇴출당해야 할 부진인력은 C-PLAYER(CP)로 명명됐다. 전국 지사 단위에서 이들을 퇴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그 내용을 보면 말 그대로 부진 인력을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을 억지로 부진인력으로 만들어 퇴출시키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소위 CP에 대한 퇴출 작업은 대단히 체계적으로 이뤄졌는데, 우선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발령을 내고,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생소한 업무를 배정하며, 직무수행 평가를 쉽게 하기 위해 단독으로 업무를 시키고, 업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시에 주의-경고를 거쳐 결국 징계 해고하는 프로세스다. '체계적으로 관리(4, 5월)하여 6월 중으로, 주의·경고 처분을 완료하고 명퇴를 권유(1차) -> 명퇴 불응시 징계 처분 후 9월 중 명퇴 권유(2차) -> 최종 명퇴 불응시 직위 미부여 또는 해임 처리' 등의 개인별 시나리오까지 작성했다.
KT 충북본부 충주지사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중 상급자의 지시로 자신의 부하 직원을 대상으로 퇴출프로그램을 실행했던 반기룡 씨가 2011년 4월 양심선언을 하면서 어두운 일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반 씨의 양심선언문 일부다.
"퇴출 및 관리대상의 사유는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 업무 부진자, 기타로 분류되어 있었고 단계별로 핵심관리대상, 중점관리대상, 주요관찰대상, 잠재적대상, 콜센터 전적전출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이 기준들과 구체적인 대상자 명단은 이미 지정돼 하달됐기 때문에 팀장이 선별할 권한이 없었습니다. 대상자 중 '핵심관리대상'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할 인물로 분류됐는데, 114 잔류자와 민주동지회 회원 등은 핵심관리대상자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중략)….
퇴출 구실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실적평가가 쉬운 단독업무를 부여하는데 실적 부진이라는 구실을 만들려고 일부러 생소한 업무를 단독으로 부여한 다음(예컨대 114 안내원들이었던 여자들에게 단독으로 전신주에 올라가 전화를 개통하거나 메가패스를 개통하도록 하는 업무를 부여) 실적이 저조하다는 자술서를 작성하게 하고 그것을 들어 경고장을 발부하는 것을 무한 반복하면서 사퇴를 권고하고 다른 지역으로 교체하여 임용하는 방법 등으로 자진해서 퇴사하도록 유도하다가 그래도 퇴사하지 않으면 그간 축적된 실적 부진 경고장 등을 근거로 해고하게 돼 있습니다.
특히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봐야 회사가 우위에 있어 이길 수 없으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소송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주지시키도록 명문화돼 있습니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퇴출자로 낙인찍힌 자의 개인 생활을 조사하게 돼 있고 (사택 등) 모든 혜택을 금지하고 교육조차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과 격리해 소외감을 주도록 문서로 밝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천억 이상 영업이익 내면서
노동자는 부진인력 명분으로 퇴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 주머니는 두둑
노동자는 부진인력 명분으로 퇴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주 주머니는 두둑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KT의 부진 인력 퇴출 방안은 모두 5건의 대외비 문건이 양심선언 등의 방식으로 드러나 있다. 이 문건들과 문건 관계자들의 양심선언에 따르면, KT에서 시행된 부진인력 퇴출은 말 그대로 부진인력에 기회를 줘도 개선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다기보다는,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해 멀쩡한 사람도 업무 부진자로 만들어 퇴출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노동자에 대한 인사조치는 기본적으로 정당하고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반하여 이뤄져야 하고, 직무부진은 그 자체로 해고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자에게 직무부진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그 기회가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등 제한적으로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법원의 판단 등을 감안하면, KT 부진 인력 퇴출 방안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여 년 114 안내원을 하다가 부진인력 관리대상에 포함되면서 만 45세의 나이에 현장 개통업무를 맡아 여성의 몸으로 전신주에 올라야 했던 KT 노동자 한미희 씨는 끝내 해고됐다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으면서 복직했는데, 한 씨가 제기한 관련 소송의 판결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부진인력 퇴출 대상자 1,002명 중 간부직은 121명, 업무부진자는 422명, 상품판매팀(114 안내원 출신자 등이 주된 대상으로 보임)은 458명인 것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2003년부터 2004년까지의 사이에 명예퇴직을 거부한 자들인 것으로 표시돼 있다. 그리고 위 1,002명 중 601명이 이후 2011년 12월 27일경까지 사이에 퇴직했는데, 그중 정년 퇴직자는 154명에 불과하다."
KT는 수천억 원 이상의 연간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정리해고는 불가능하므로, 부진인력 퇴출이라는 명분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 등으로 늘린 영업이익으로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외국인 등 주주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KT 노동인권센터가 5일 KT 사측이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문건이 확인되고 이를 고용노동부가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감사원의 감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정규직 자르고 비정규직 늘리고
6만명이던 정규직 2만3천명으로 줄고
비정규직은 전체의 43%인 1만8천명
6만명이던 정규직 2만3천명으로 줄고
비정규직은 전체의 43%인 1만8천명
정규직 고용 유연성을 확보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됐을까? 그렇지 않다. 1996년 6만여 명이던 정규직은 2015년 3월 현재 2만3천여 명으로 줄었다. 정규직 퇴출로 발생한 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고용형태를 공시하게 돼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3월 기준 KT 직원은 4만1048명이다. 이중 정규직은 2만3009명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1만8039명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43.9%나 된다. 비정규직 대부분은 간접고용으로 1만7666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KT 해고자인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 사례를 보면 저성과자 해고는 저성과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해고하는 것이었다. 저성과자 해고를 취업규칙에 명문화 한다면 사용자들이 대놓고 인위적 퇴출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정리해고는 엄격해서 제한적으로 할 수 있지만, 버젓이 흑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인력 퇴출을 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아주 구미가 당기는 것이고, 자본가의 집행기구인 박근혜 정부가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고 노동개혁이라고 포장하지만, 임금피크제, 고과연봉제, 저성과자 해고를 다 도입한 KT에서는 일자리 폐지, 인력 퇴출만 있었다"라고 말했다.
출처 저성과자 해고, KT 사례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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