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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집회 참가 고등학생에 “소년원 가면 되겠다” 협박한 검찰

세월호 집회 참가 고등학생에 “소년원 가면 되겠다” 협박한 검찰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09-24 19:12:02


검찰이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여한 고등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법자”라고 지칭하며 “소년원에 가면 되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로 낙인찍고 10대 학생을 위축시키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침묵시위를 하는 고등학생들(자료사진) ⓒ특별취재단

24일 오전 고등학생 이모(18)군은 어머니와 함께 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 송모 검사실로 조사를 받으러 갔다.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 참석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담당 변호사에 따르면, 송 검사는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이군에게 “소년원 가면 되겠네” 등의 협박 발언을 했다. 이군과 어머니가 조사실에 들어서자마자 송 검사는 “사안이 뭔지도 모르고 왔냐”, “반성할 기미가 없다”는 말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군이 “잘못한 게 있어야 반성하지 않겠냐”고 하자 송 검사는 “선처해주려 했는데 범법자를 구제해줄 필요 없다, 소년원 가면 되겠네”, “조사할 필요 없으니 그냥 가라”고 엄포를 놨다.

이 군과 김 씨는 들어간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조사실 밖으로 나왔다.

이 군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4월 18일에) 연행됐을 때 훈방조치 시켜주고 자료도 안남을 거라고 해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지난달에 연락 와서 다시 조사받으라고 했다”면서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석했던게) 반성해야할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검사에게 협박을 당해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어머니 김 씨는 “판결 전까지는 모든 사람이 무죄”라면서 “첫 조사과정에서 아이와 부모를 앉혀놓고 소년원에 보내겠다 협박하고 범법자라는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또래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를 당했고 그 배를 우리애가 탔을 수도 있는데, 그 집회에 참여한 게 그렇게 추궁 받아야 할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집회 참가자를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

박치현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수사기관인 검사가 조사받으라고 불러놓고 조사는 하지 않고 훈계, 협박하고 모욕을 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소년원을 보낸다면서) 혐의에도 맞지 않는 과도한 처벌의사를 비춰 미성년 피의자에게 겁을 주는, 구태의연한 고압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군은 지난 4월 18일 세월호 추모 집회에 친구들과 참석했다가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연행됐다. 이 날 경찰은 이군을 포함, 집회 참가자 100여명을 연행했다. 당시 이 군으로부터 맞았다는 피해자도, 이를 입증하는 증거도 없어 훈방 조치됐다. 그러나 3개월 후 경찰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이 군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23일 검찰은 이군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며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이군을 조사했던 송 검사는 얼마 전 재판을 받았던 권영국 변호사 등 세월호 추모 집회 관련 사건을 다수 맡고 있다. 송 검사가 같은 이유로 기소했던 권모씨는 지난 10일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송 검사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규정상 검사와는 직접 통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소년보호’하겠다는걸 오해한 것 같다, ‘범법자’라는 말도 오해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출처  [단독] 세월호 집회 참가 고등학생에 “소년원 가면 되겠다” 협박한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