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하면 ‘헬조선’이 ‘헤븐대한민국’이 되나
[민중의소리] 김동현 뉴미디어팀장 | 최종업데이트 2015-10-29 16:00:56
“학교에서 어떻게 되면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외치겠는가.” 27일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 말이다. 올해를 관통하는 유행어 ‘헬조선’의 원인을 역사교육으로 몰아가는 기가막힌 정치 발언이다. 이 발언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응하는 정부여당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 모두에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기적의 힘은 사라지고 불평과 남탓, 해도 안 될 것이라는 패배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인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28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역사 바로 세우기' 포럼 강연에서 한 말이다. 전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부정세력은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미래전사들을 길러낼 교육을 틀어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며 “그 결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다’, ‘지옥같은 대한민국이다’, ‘희망없다’, ‘소수 특권층만 잘 산다’, ‘해도 안 되는 나라’라고 학생들이 말하는 지경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10월 들어 <조선일보> <한국경제> <중앙일보> 등 보수매체들이 연이어 ‘헬조선’ ‘흙수저론’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남탓하는 젊은세대’라는 주장이 곳곳에 등장했다. <‘헬조선’은 불평분자들 마음속에>이라는 <조선일보>의 칼럼은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교과서 논란 초반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렇다할 자기 논리가 없었다.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고 나와 강력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새누리당은 ‘헬조선은 교과서 때문’이라는 명제를 완성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10~30세대를 대표한다는 한 청년이 그 논리를 뒷받침해줬다. “10·20·30대가 오염된 세대라고 생각한다.”
과연 ‘헬조선’은 잘못된 교육으로 10~30대가 오염돼서 나온 말일까? ‘헬조선’ 확산 전에는 ‘N포세대’가 이 세대의 화두였다. 아르바이트와 스펙쌓기, 학점관리에 뼈가 빠지도록 살지만 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정규직’의 문은 좁기만 하다. 이미 대다수가 비정규직의 삶을 경험해 본 그들에게 이 사회가 해주는 말이라곤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이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역설적으로 지금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남탓하는 세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 세대는 생각처럼 쉽게 오염되지도 않는다. 교과서에서 무엇을 배우든 이 세대는 인터넷으로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들을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간다. 201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온갖 종류의 ‘조언서적’을 본 이 세대는 ‘기성세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어떻게 했기 때문에 ‘헬조선’을 부르짖는 게 아니라 그 세대가 김무성 대표처럼 말하기 때문에 ‘헬조선’을 부르짖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나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역사교과서에 ‘5.16’이 ‘구국의 혁명’으로 기술되고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이라고 나오면 그 교과서를 본 세대는 갑자가 ‘헬조선’이 아니라 ‘헤븐대한민국’에서 살게 되는 것인가. 없던 정규직 일자리가 막 생겨나고 등록금이 갑자기 낮아져 졸업할 때 빚을지지 않을 수 있고 아이를 낳아도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게 되는가. ‘헬조선’이 역사교과서 때문이라니 묻는 말이다.
출처 [데스크칼럼]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부르면 ‘헬조선’이 ‘헤븐대한민국’이 되는가
[민중의소리] 김동현 뉴미디어팀장 | 최종업데이트 2015-10-29 16:00:56
“학교에서 어떻게 되면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을 외치겠는가.” 27일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한 말이다. 올해를 관통하는 유행어 ‘헬조선’의 원인을 역사교육으로 몰아가는 기가막힌 정치 발언이다. 이 발언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응하는 정부여당의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문학·윤리·사회 교과서 모두에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기적의 힘은 사라지고 불평과 남탓, 해도 안 될 것이라는 패배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인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이 28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역사 바로 세우기' 포럼 강연에서 한 말이다. 전 사무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부정세력은 역사를 자신들의 것으로 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미래전사들을 길러낼 교육을 틀어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며 “그 결과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다’, ‘지옥같은 대한민국이다’, ‘희망없다’, ‘소수 특권층만 잘 산다’, ‘해도 안 되는 나라’라고 학생들이 말하는 지경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10월 들어 <조선일보> <한국경제> <중앙일보> 등 보수매체들이 연이어 ‘헬조선’ ‘흙수저론’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남탓하는 젊은세대’라는 주장이 곳곳에 등장했다. <‘헬조선’은 불평분자들 마음속에>이라는 <조선일보>의 칼럼은 그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교과서 논란 초반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렇다할 자기 논리가 없었다. ‘주체사상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고 나와 강력한 역풍을 맞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면서 새누리당은 ‘헬조선은 교과서 때문’이라는 명제를 완성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10~30세대를 대표한다는 한 청년이 그 논리를 뒷받침해줬다. “10·20·30대가 오염된 세대라고 생각한다.”
과연 ‘헬조선’은 잘못된 교육으로 10~30대가 오염돼서 나온 말일까? ‘헬조선’ 확산 전에는 ‘N포세대’가 이 세대의 화두였다. 아르바이트와 스펙쌓기, 학점관리에 뼈가 빠지도록 살지만 그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정규직’의 문은 좁기만 하다. 이미 대다수가 비정규직의 삶을 경험해 본 그들에게 이 사회가 해주는 말이라곤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것일 뿐이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역설적으로 지금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남탓하는 세대’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 세대는 생각처럼 쉽게 오염되지도 않는다. 교과서에서 무엇을 배우든 이 세대는 인터넷으로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하고 그 정보들을 교류하며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간다. 201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온갖 종류의 ‘조언서적’을 본 이 세대는 ‘기성세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김무성 대표가 말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어떻게 했기 때문에 ‘헬조선’을 부르짖는 게 아니라 그 세대가 김무성 대표처럼 말하기 때문에 ‘헬조선’을 부르짖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나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역사교과서에 ‘5.16’이 ‘구국의 혁명’으로 기술되고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이라고 나오면 그 교과서를 본 세대는 갑자가 ‘헬조선’이 아니라 ‘헤븐대한민국’에서 살게 되는 것인가. 없던 정규직 일자리가 막 생겨나고 등록금이 갑자기 낮아져 졸업할 때 빚을지지 않을 수 있고 아이를 낳아도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큰 돈 들이지 않고 아이를 기를 수 있게 되는가. ‘헬조선’이 역사교과서 때문이라니 묻는 말이다.
출처 [데스크칼럼] ‘5.16’을 ‘구국의 혁명’이라 부르면 ‘헬조선’이 ‘헤븐대한민국’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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