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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국정화 고시조차 군사독재식으로 하나

국정화 고시조차 군사독재식으로 하나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1-03 07:22:45


최민의 시사만평 - 선전포고 ⓒ최민 논설위원·시사만화가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하는 고시를 오늘(3일) 발표할 예정이다. 애초 예정되었던 5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긴 것이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오늘 11시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확정 고시를 공식 발표한다고 한다.

정부가 국정화 전환을 행정예고한 것이 지난달 12일이었으니 어제까지가 의견 수렴 기간이었다.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확정’ 발표를 예고한 셈이다. 일부 언론의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의견수렴 창구로 되어있는 팩스조차 켜놓지 않았다고 한다. 의견수렴이라는 절차가 여론을 들어보는 기간이 아니라 요식행사였을 뿐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국민의 과반수가 국정화를 반대하며, 교과서 집필의 주체인 역사학자들과 교사들의 압도적 다수가 국정화를 반대하고 있다. 교과서를 받아들어야 할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이를 반대한다. 이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심지어 정부 조차도 부인할 수 없는 결과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오로지 ‘강행’만을 외친다. 국정교과서가 친일과 군사독재를 미화하려한다는 의구심 이전에 이미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군사독재식이다. 군사독재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교과서가 군사독재를 비판할 수는 없다. 뿌리를 부인하는 열매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째 국회 예결위를 공전시키고 있는 예비비 지출 논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예비비를 사용해 추진해 놓고, 그 집행계획의 세부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는 묵살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회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예비비 관련 자료를 사전적으로 제출한 사례가 없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겨우 수십억원의 지출 내역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여당 소속의 예결위원장까지 나섰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이처럼 비난을 무릅쓰고 속전속결을 감행하는 정권의 의도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일단 확정을 하고나면 여론의 반대가 체념으로 돌아설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박근혜 정권이 기대하는 그런 국민이 아니다. 확정고시 반대는 불복종으로, 불복종은 정권 심판으로 확대될 뿐이다. 헌정 체제를 유린하고 독재로 치달았던 정권은 하나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이제 박근혜 정권이 독재의 길을 간다면 그 결말도 지난 역사와 다를 수 없을 것이다.


출처  [사설] 국정화 고시조차 군사독재식으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