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와 ‘역사쿠데타 오적’
[김지석 칼럼]
첫째가 다수 국민과 맞선 관료요
둘째가 색깔몰이하는 새누리당이요
셋째가 왜곡된 주장펴는 관변·어용학자요
넷째가 행동대원 나선 극우세력이요
다섯째가 우두머리인 박근혜다
[한겨레] 김지석 논설위원 | 등록 : 2015-11-04 18:39 | 수정 : 2015-11-05 08:4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의 박정희 정부와 똑같다. 좋은 말로 표현하더라도 ‘하면 된다’는 식의 독단이고, 실제로는 ‘나만 옳다’는 독재다. 그 결과는 유신정권의 말로에서 보듯이 교과서에 영원히 기록될 교육의 참사, 민주주의의 참사, 역사의 참사가 될 것이다.
이번 ‘역사쿠데타’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도됐다는 점에서 더 뻔뻔하다. 쿠데타를 밀어붙인 오적(五敵)은 반드시 기억되고 심판받아야 한다.
첫째는 다수 국민에 맞서 앞장선 관료들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공무원이 그들이다. 0.1%의 교과서가 옳고 99.9%가 잘못됐다는 황 총리의 발언은 국정화의 본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99.9%가 0.1%에 맞춰 가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폭력이자 전체주의다. ‘공안 총리’인 그가 전면에 나선 것은 ‘공안통치 강화’라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성격을 드러낸다. 앞선 정권에서 불법 민간인 사찰의 실체가 생생히 드러났을 때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민심을 왜곡하면서 하수인 구실을 톡톡히 한 공무원들의 죄는 가볍지 않다.
둘째는 갖은 거짓말과 색깔론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새누리당 정치인들이다. 최근 아버지의 친일 경력이 불거진 김무성 대표는 근거 없는 말을 쏟아내며 이른바 ‘역사전쟁’의 선봉장 노릇을 했다. “국정화 반대는 적화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정현 최고위원), “북한의 ‘국정화 반대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서청원 최고위원) 등의 발언은 극단적인 색깔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논리의 파탄을 보여준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집권당 간판부터 떼야 한다.
셋째는 권력과 교감하며 왜곡된 주장을 늘어놓은 관변·어용학자들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과거의 국정화 반대 소신을 바꾼 것이 자리를 유지하려는 단순한 노욕만은 아닐 것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현행 교과서는) 학생들 뇌에 독극물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했고,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검인정제가 계속된다면 청년·학생들은 민중 혁명의 땔감밖에 안 된다”고 강변했다. 국정화 지지자 가운데 정통 역사학자가 별로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를 균형 있게 탐구하고 기록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겠다는 ‘역사 도구주의’가 배경에 깔려 있다.
넷째는 행동대원으로 나선 일부 극우세력이다. 이른바 애국단체총연합회는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28개 역사학회의 전국 역사학대회 행사장에 난입했다. ‘아스팔트 보수’의 타락한 행태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국정화 강행을 밝힌 박근혜의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 때 특별히 ‘초청’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쿠데타의 ‘우두머리’인 박근혜가 있다. 그는 시정연설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교과서는 국가관에 문제가 있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단정이다. 퇴행적 국가주의의 탈을 쓴 독선과 오만이다. 이후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여권 내 국정화 반대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국정화 논의 자체가 2013년 6월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그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남침·북침 용어의 혼동을 ‘교육현장의 역사왜곡’으로 탈바꿈시킨 일종의 ‘정치 공작’이다.
애초 박근혜의 아집에서 출발한 국정화 시도는 이후 극우적 역사관을 확산시키려는 소수 과격파와 기회주의적인 권력추종세력 등이 결합하면서 국가정책이 돼버렸다. 박근혜가 정치를 익힌 유신정권 말기처럼 최소한의 합리성도 실종되고 힘의 논리와 여론조작, 꼼수와 눈치 보기만 판친다.
역사쿠데타는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소수가 역사를 독점하려는 시도가 좌절될 때까지 오적들의 이름은 계속 불릴 것이다. 이들이 역사의 심판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출처 열린 사회와 ‘역사쿠데타 오적’
[김지석 칼럼]
첫째가 다수 국민과 맞선 관료요
둘째가 색깔몰이하는 새누리당이요
셋째가 왜곡된 주장펴는 관변·어용학자요
넷째가 행동대원 나선 극우세력이요
다섯째가 우두머리인 박근혜다
[한겨레] 김지석 논설위원 | 등록 : 2015-11-04 18:39 | 수정 : 2015-11-05 08:44
3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교과서를 지지하는 시민과 반대하는 시민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이날 오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확정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박근혜 정부의 모습은 1970년대 유신정권 시절의 박정희 정부와 똑같다. 좋은 말로 표현하더라도 ‘하면 된다’는 식의 독단이고, 실제로는 ‘나만 옳다’는 독재다. 그 결과는 유신정권의 말로에서 보듯이 교과서에 영원히 기록될 교육의 참사, 민주주의의 참사, 역사의 참사가 될 것이다.
이번 ‘역사쿠데타’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지켜보는 가운데 시도됐다는 점에서 더 뻔뻔하다. 쿠데타를 밀어붙인 오적(五敵)은 반드시 기억되고 심판받아야 한다.
첫째는 다수 국민에 맞서 앞장선 관료들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공무원이 그들이다. 0.1%의 교과서가 옳고 99.9%가 잘못됐다는 황 총리의 발언은 국정화의 본질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99.9%가 0.1%에 맞춰 가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폭력이자 전체주의다. ‘공안 총리’인 그가 전면에 나선 것은 ‘공안통치 강화’라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성격을 드러낸다. 앞선 정권에서 불법 민간인 사찰의 실체가 생생히 드러났을 때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이 유행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민심을 왜곡하면서 하수인 구실을 톡톡히 한 공무원들의 죄는 가볍지 않다.
둘째는 갖은 거짓말과 색깔론으로 여론몰이에 나선 새누리당 정치인들이다. 최근 아버지의 친일 경력이 불거진 김무성 대표는 근거 없는 말을 쏟아내며 이른바 ‘역사전쟁’의 선봉장 노릇을 했다. “국정화 반대는 적화통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정현 최고위원), “북한의 ‘국정화 반대 지령’을 받은 단체와 개인을 적극 수사해야 한다”(서청원 최고위원) 등의 발언은 극단적인 색깔론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논리의 파탄을 보여준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집권당 간판부터 떼야 한다.
셋째는 권력과 교감하며 왜곡된 주장을 늘어놓은 관변·어용학자들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과거의 국정화 반대 소신을 바꾼 것이 자리를 유지하려는 단순한 노욕만은 아닐 것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현행 교과서는) 학생들 뇌에 독극물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했고,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검인정제가 계속된다면 청년·학생들은 민중 혁명의 땔감밖에 안 된다”고 강변했다. 국정화 지지자 가운데 정통 역사학자가 별로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를 균형 있게 탐구하고 기록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겠다는 ‘역사 도구주의’가 배경에 깔려 있다.
넷째는 행동대원으로 나선 일부 극우세력이다. 이른바 애국단체총연합회는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28개 역사학회의 전국 역사학대회 행사장에 난입했다. ‘아스팔트 보수’의 타락한 행태다. 극우단체 회원들은 국정화 강행을 밝힌 박근혜의 10월 27일 국회 시정연설 때 특별히 ‘초청’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쿠데타의 ‘우두머리’인 박근혜가 있다. 그는 시정연설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교과서는 국가관에 문제가 있는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단정이다. 퇴행적 국가주의의 탈을 쓴 독선과 오만이다. 이후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여권 내 국정화 반대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국정화 논의 자체가 2013년 6월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그의 발언에서 시작한다. 남침·북침 용어의 혼동을 ‘교육현장의 역사왜곡’으로 탈바꿈시킨 일종의 ‘정치 공작’이다.
김지석 논설위원
역사쿠데타는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소수가 역사를 독점하려는 시도가 좌절될 때까지 오적들의 이름은 계속 불릴 것이다. 이들이 역사의 심판대에 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출처 열린 사회와 ‘역사쿠데타 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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