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역사학도들 “펜이 아닌 온몸으로 역사 써나갈 것”
“국정화 폐기 않는다면 거리로 나서 싸우겠다” 시국선언
[한겨레] 권승록 기자 | 등록 : 2015-11-04 10:44 | 수정 : 2015-11-04 14:40
정부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확정한 뒤, 전국의 역사학도들이 국정화 확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시국 선언을 발표하며, 만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학도들은 역사를 펜이 아닌 온몸으로 써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대학 역사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모임인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강요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정화 확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배운 인간의 역사에 따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이 걸아간 길을 따라 전국 역사학도 권역별 릴레이 집회를 시작해 거리로 나서 더 격렬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가 발표한 시국 선언 전문이다.
출처 분노한 역사학도들 “펜이 아닌 온몸으로 역사 써나갈 것”
“국정화 폐기 않는다면 거리로 나서 싸우겠다” 시국선언
[한겨레] 권승록 기자 | 등록 : 2015-11-04 10:44 | 수정 : 2015-11-04 14:40
역사학 전공 대학생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규탄 및 쳘회를 요구하는 역사학도 긴급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정부가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을 확정한 뒤, 전국의 역사학도들이 국정화 확정안 폐기를 요구하는 시국 선언을 발표하며, 만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학도들은 역사를 펜이 아닌 온몸으로 써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대학 역사학과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모임인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강요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정화 확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배운 인간의 역사에 따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이 걸아간 길을 따라 전국 역사학도 권역별 릴레이 집회를 시작해 거리로 나서 더 격렬히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가 발표한 시국 선언 전문이다.
정부는 역사에 대한 무례를 사죄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안을 폐기하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한 이후, 행정예고 기간에 사회적 반대 여론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정화 조치를 일말의 소통조차 하지 않은 채 단행하였다. 아니, 오히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색깔론을 강화하고 자극적인 언사를 남발하며 국정화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급급한,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어제 정부는 각계, 각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였다.
우리는 정부가 강요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었던 노동자의 피땀,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선배 열사들의 생명 없이는 우리 역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 역사를 기술하면 ‘자학’이요. 감추면 ‘자랑스러운 근현대사’가 된단 말인가. 이러한 역사 지우기 작업은 과거를 지우는 행위를 넘어, 현재와 미래까지 지우는 행위이다. 어두운 과거를 직면하고 평가하지 않는 사회체에 어떠한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논할 것이며, 누가 감히 나서서 앞으로의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우리 역사관련 학과 학생들은 역사관과 역사교육을 획일화할 국정교과서 도입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역사 연구는 사료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지, 권력자들의 발언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역사학에 대한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이해도는 너무도 편협하다. 이는 사학자들에 대한 인신공격, 색깔론, ‘올바른 역사’라는 프레임 규정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 된 바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비판의식 지우기이며, 비판의식 없는 역사서술은 그저 찬양일 뿐이다. 정부는 더 이상 ‘올바른 역사’를 운운하며 역사를 모욕하지 말라.
전국의 역사관련 학과 학부생, 대학원생, 동문들은 이미 전국 역사학도란 이름하에 10월 12일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 오늘에 이르러, 정부가 학계와 시민사회를 통해 확인되는 국정화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결국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는 반민주적 태도에 다시금 통탄의 입장을 밝힌다. 그리고 우리는 이토록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보 어디에 올바른 역사가, 올바른 역사관이 있는지 되묻고자 한다.
마르크 블로크의 말처럼, “역사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들이다.” 우리 역사를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의 역사로 포장하기 이전에 어두운 단면을 살아간 사람들의 눈물과 피땀을 주목하라. 어제 정부가 확정고시를 발표한 11월 3일은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기리는 학생의 날이었다. 이 날은 과거 일제하에 불의에 맞서 전국적으로 동맹휴학과 항일운동을 하였던 학생의 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만일 정부가 국정화 확정안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배운 인간의 역사에 따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이 걸아간 길을 따라 전국 역사학도 권역별 릴레이 집회를 시작하여 거리로 나서 더 격렬히 싸울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이제 우리 역사학도들은 역사를 펜이 아닌 온몸으로 써나갈 것이다.
2015년 11월 4일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 시국선언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한 이후, 행정예고 기간에 사회적 반대 여론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정화 조치를 일말의 소통조차 하지 않은 채 단행하였다. 아니, 오히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색깔론을 강화하고 자극적인 언사를 남발하며 국정화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데 급급한, 실망스러운 모습만을 보였다. 그리고 결국 어제 정부는 각계, 각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였다.
우리는 정부가 강요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 경제성장의 이면에 있었던 노동자의 피땀, 자유와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선배 열사들의 생명 없이는 우리 역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그 역사를 기술하면 ‘자학’이요. 감추면 ‘자랑스러운 근현대사’가 된단 말인가. 이러한 역사 지우기 작업은 과거를 지우는 행위를 넘어, 현재와 미래까지 지우는 행위이다. 어두운 과거를 직면하고 평가하지 않는 사회체에 어떠한 현재와 미래의 발전을 논할 것이며, 누가 감히 나서서 앞으로의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우리 역사관련 학과 학생들은 역사관과 역사교육을 획일화할 국정교과서 도입에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역사 연구는 사료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지, 권력자들의 발언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역사학에 대한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이해도는 너무도 편협하다. 이는 사학자들에 대한 인신공격, 색깔론, ‘올바른 역사’라는 프레임 규정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 된 바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비판의식 지우기이며, 비판의식 없는 역사서술은 그저 찬양일 뿐이다. 정부는 더 이상 ‘올바른 역사’를 운운하며 역사를 모욕하지 말라.
전국의 역사관련 학과 학부생, 대학원생, 동문들은 이미 전국 역사학도란 이름하에 10월 12일 국정화 반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다시 오늘에 이르러, 정부가 학계와 시민사회를 통해 확인되는 국정화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결국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는 반민주적 태도에 다시금 통탄의 입장을 밝힌다. 그리고 우리는 이토록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보 어디에 올바른 역사가, 올바른 역사관이 있는지 되묻고자 한다.
마르크 블로크의 말처럼, “역사가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들이다.” 우리 역사를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의 역사로 포장하기 이전에 어두운 단면을 살아간 사람들의 눈물과 피땀을 주목하라. 어제 정부가 확정고시를 발표한 11월 3일은 광주 학생 항일운동을 기리는 학생의 날이었다. 이 날은 과거 일제하에 불의에 맞서 전국적으로 동맹휴학과 항일운동을 하였던 학생의 정신을 기리는 날이다. 만일 정부가 국정화 확정안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가 배운 인간의 역사에 따라, 그리고 우리 선배들이 걸아간 길을 따라 전국 역사학도 권역별 릴레이 집회를 시작하여 거리로 나서 더 격렬히 싸울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이제 우리 역사학도들은 역사를 펜이 아닌 온몸으로 써나갈 것이다.
2015년 11월 4일
전국 역사학도 네트워크 시국선언
출처 분노한 역사학도들 “펜이 아닌 온몸으로 역사 써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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