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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술 더 뜬 김정배 “현대사 필진, 군사학 전공자도 포함할 것”

한술 더 뜬 김정배 “현대사 필진, 군사학 전공자도 포함할 것”
“원고 끝날 때까지 명단 비공개”…‘깜깜이 진행’ 예고
‘건국절 기술’ 등 총리 ‘가이드라인’ 그대로 수용 밝혀

[경향신문] 정원식 기자 | 입력 : 2015-11-04 22:53:40 | 수정 : 2015-11-04 23:08:14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4일 국정 역사교과서를 집필할 대표 필진 2명을 공개하고 이날부터 집필진 초빙·공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다른 필진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쳐 ‘투명한 절차’를 밟겠다던 정부 약속은 시작부터 무색해졌다. 국정교과서 집필 과정이 상당 기간 ‘깜깜이’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전날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 담화문에서 ‘우편향’ 시각을 드러낸 황교안 국무총리의 집필 ‘가이드라인’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혀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출발한다”는 역사학계 역풍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집필진 2명 빼고 공개 미정

김정배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계 원로·중진·현장 교사를 망라한 수준 높은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며 “학계 원로를 초빙해 (6개의) 시대별 대표집필자를 맡아주시도록 부탁했고 학계 중진 및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 집필진을 초빙·공모하겠다”고 밝혔다.

관심이 집중된 집필진은 고대사(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상고사(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분야만 공개됐다. 기자회견에는 신 교수만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나머지 집필진 공개 여부에 대해 “필진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집필이 끝날 때까지는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해 상당 기간 공개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공개된 필진에 대해 비판 여론이 쇄도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오른쪽)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대사 분야 대표집필자로 참여하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향후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지윤 기자


지난달 12일 행정예고 당시 ‘투명한 절차’와 ‘집필진 공개’를 약속했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모두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국편은 지난 3일 국정교과서 확정 고시 때 황 장관이 “단원별로 집필 현황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집필진과 논의해 상황에 따라 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교육부는 이날 ‘국정교과서 비밀 TF’ 단장을 맡았던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을 대구시 부교육감으로 발령냈다.

김 위원장은 민감한 현대사 필진으로 군사학 전공자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정교과서에서 문제 됐던 근현대사 부문에는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공자를 필진으로 포함시키겠다”라며 “현대사의 큰 아픔인 6·25전쟁과 관련해서는 군사 전공자도 참여해 입체적이고 정확한 역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확정 고시 전 “정치·경제·사회·헌법학자들이 집필진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검정교과서의 6·25 기술이 편향돼 있다는 뉴라이트 학계 주장과 겹친다.

※ 그림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총리 ‘가이드라인’ 수용

국정 역사교과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정부 공언과 달리 ‘우편향’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황교안 총리가 국정 전환 대국민담화문에서 검정교과서의 좌편향 사례라고 밝힌 내용을 “(편찬 준거에) 모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총리는 담화문에서 현행 검정교과서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점, 6·25전쟁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는 점, 천안함 침몰 사건을 기술하고 있지 않다는 점 등을 국정화가 필요한 이유로 꼽았다.

사실과 다르거나 논란이 이는 대목에서 사실상 국편에 ‘교과서 집필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인데, 김 위원장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8일 ROTC 중앙회 포럼에 참석해 “임시정부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의 관계를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명료하게 해야 된다”고 밝혀 황 총리가 ‘답’한 모양새가 됐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집필진이 구성되기도 전에 미리 방향을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필진 의견을 물어서 정하겠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브리핑도 깜깜이로

국편은 브리핑 내내 민감한 질문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진재관 부장은 회견 시작 전 “질문은 다섯 개만 받겠다”고 해 취재진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는 신형식 교수에게 ‘집필 수락 이유’를 밝혀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서도 “여기서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차단하려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집필진은 6개 분야(상고사·고대사·고려시대·조선시대·근대·현대) 최소 36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편은 이날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고 선사·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동양사·서양사 8개 분야 총 25명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국편은 오는 20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치고 이달 말 편찬 준거를 공개한 후 12월부터 집필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편이 국정교과서 전환 확정 고시 다음날 교과서 개발 계획을 신속히 밝힌 것은 ‘속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검정교과서와 2011년 검정제 전환 이전 국정교과서 개발에는 통상 2년이 소요됐으나, 정부가 예고한 새 국정교과서 배포까지는 1년 3개월 남았다.


출처  [국정화 불복종 확산] 한술 더 뜬 김정배 “현대사 필진, 군사학 전공자도 포함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