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쌀값 처방, 조삼모사 정부
[민중의소리] 장경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 최종업데이트 2015-11-08 11:40:54
쌀값 폭락에 항의하여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볏가마니를 쌓는 적재투쟁에 벌이고 있는데, 농식품부 장관이 나서서 적재투쟁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하지만 적재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주변 지역 주민들도 농민들의 행동에 공감을 표하고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농협 직원들도 나서서 볏가마니 적재를 도와주는 일이 적지 않다. 정부의 어깃장과 달리 쌀값 폭락으로 멍든 농심을 이해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농민들의 적재투쟁에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순진한 농민은 없다. 지금 이 나라의 집권세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말까지 내뱉고 있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99.9% 학교가 좌편향 되었다고 낙인을 찍는 수준이다.
소수의 기득권 집단에 반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상대로 역사 쿠데타를 벌이려 한다.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는 이런 정부에게 저항과 불복종은 당연한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도 하며, 농민들 또한 마찬가지로 생존권이 걸린 쌀값 문제로 투쟁할 기본권리가 있다. 이처럼 당연한 상식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와 기득권 집단들이야말로 청산되어 마땅한 비정상의 표본인 것이다.
농민들이 적재투쟁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쌀값 안정 대책이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추가로 20만 톤을 더 매입하여 올해 수확기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의 20만 톤 추가매입으로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kg 1가마당 평균 약 154,000원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이 가격 예측이 맞을 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이 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전제하기로 하자.)
정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 임시땜질식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지금 쌀값 하락의 원인은 쌀의 과잉재고 때문이다. 정부 발표처럼 수확기에 일시적으로 20만 톤을 추가로 더 매입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과잉재고 증가부담은 고스란히 남아 올해 수확기 이후 내년까지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밥쌀 수입 중단, 대북 쌀 차관, 해외 원조 등은 국내 시장에서의 완전 격리를 통해 재고부담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수확기에 일시적으로만 시중에서 격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밥쌀 수입도 앞으로 계속 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쌀값은 계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농민들은 근원적인 처방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2∼3개월짜리 미봉책만 내놓은 것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농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책으로 내년 수확기까지 긴 시간에 걸친 쌀값 하락을 스스로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삼모사 농정에 현혹될 농민은 이제 거의 없다. 지난 2008년 급작스러운 대북 쌀 차관 중단으로 인한 쌀의 과잉재고로 인해 2009∼2010년에 걸친 지속적인 쌀값 하락과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소득손실을 경험했던 농민들에게 조삼모사와 같은 대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정부 대책의 두 번째 문제점은 땜질식 처방이 결국 쌀값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가로막는 결정적으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현행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도에서 쌀값의 정상 수준은 약 171,193원이다. 이 가격이 되어야 현행 목표가격이 제시하는 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물론 이 가격조차도 생산비 증가 및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 대책은 올해 수확기 쌀값을 154,000원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정상 가격과 비교할 때 17,193원의 차이가 난다. 농민들이 말하는 쌀값 안정이란 쌀값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 않고 쌀값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안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미봉책으로 20만 톤을 시중에서 일시적으로 격리하였지만 그로 인해 쌀의 과잉재고 부담이 내년 이후로 넘어가면서 내년에도 쌀값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쌀값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상과 같은 땜질식 미봉책은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쌀 자급률의 추락과 식량자급률의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과도 같다. 이번에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연말에 발표할 예정인 쌀 수급안정 대책은 아마도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주요 대책으로 포함될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몇 년 전과 같이 또 다시 80%대로 추락할 것이며, 전적으로 쌀에 의존하는 식량자급률은 약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더 심할 경우 70%대 쌀 자급률에 10%대 식량자급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식량주권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농정으로는 쌀값과 식량주권의 딜레마를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 만약 나중에 쌀 및 식량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면 그때는 또 쌀 생산을 늘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쌀값 폭락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 왔던 악순환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할 것인가? 선진국 클럽이라 자랑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창피하지 않은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부는 아예 손 놓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린 것과 같이 근원적인 처방만이 식량주권과 쌀값 그리고 농가소득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쌀과 식량주권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벌인 땜질식 처방으로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그 속에 한반도 전체의 식량주권까지 포함하여 정책을 수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출처 [장경호 칼럼] 땜질식 쌀값 처방, 조삼모사 정부
[민중의소리] 장경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 최종업데이트 2015-11-08 11:40:54
쌀값 폭락에 항의하여 농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볏가마니를 쌓는 적재투쟁에 벌이고 있는데, 농식품부 장관이 나서서 적재투쟁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하지만 적재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주변 지역 주민들도 농민들의 행동에 공감을 표하고 있으며, 어떤 곳에서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농협 직원들도 나서서 볏가마니 적재를 도와주는 일이 적지 않다. 정부의 어깃장과 달리 쌀값 폭락으로 멍든 농심을 이해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가 농민들의 적재투쟁에 공감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순진한 농민은 없다. 지금 이 나라의 집권세력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말까지 내뱉고 있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99.9% 학교가 좌편향 되었다고 낙인을 찍는 수준이다.
소수의 기득권 집단에 반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상대로 역사 쿠데타를 벌이려 한다. 불통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는 이런 정부에게 저항과 불복종은 당연한 국민의 기본 권리이기도 하며, 농민들 또한 마찬가지로 생존권이 걸린 쌀값 문제로 투쟁할 기본권리가 있다. 이처럼 당연한 상식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와 기득권 집단들이야말로 청산되어 마땅한 비정상의 표본인 것이다.
임시 땜질식 미봉책으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정부
농민들이 적재투쟁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쌀값 안정 대책이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추가로 20만 톤을 더 매입하여 올해 수확기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정부의 20만 톤 추가매입으로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kg 1가마당 평균 약 154,000원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발표했다.(이 가격 예측이 맞을 지에 대해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이 예측이 맞을 것이라고 전제하기로 하자.)
정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 임시땜질식 미봉책이라는 것이다. 지금 쌀값 하락의 원인은 쌀의 과잉재고 때문이다. 정부 발표처럼 수확기에 일시적으로 20만 톤을 추가로 더 매입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과잉재고 증가부담은 고스란히 남아 올해 수확기 이후 내년까지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밥쌀 수입 중단, 대북 쌀 차관, 해외 원조 등은 국내 시장에서의 완전 격리를 통해 재고부담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수확기에 일시적으로만 시중에서 격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밥쌀 수입도 앞으로 계속 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나타내기까지 한다. 이 때문에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쌀값은 계속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밥쌀용 쌀 수입저지와 박근혜 정부를 규탄 전국농민대회를 마치고 행진하는 농민들. ⓒ정의철 기자
농민들은 근원적인 처방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2∼3개월짜리 미봉책만 내놓은 것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농민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대책으로 내년 수확기까지 긴 시간에 걸친 쌀값 하락을 스스로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삼모사 농정에 현혹될 농민은 이제 거의 없다. 지난 2008년 급작스러운 대북 쌀 차관 중단으로 인한 쌀의 과잉재고로 인해 2009∼2010년에 걸친 지속적인 쌀값 하락과 이로 인한 천문학적인 소득손실을 경험했던 농민들에게 조삼모사와 같은 대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정부 대책의 두 번째 문제점은 땜질식 처방이 결국 쌀값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가로막는 결정적으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현행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제도에서 쌀값의 정상 수준은 약 171,193원이다. 이 가격이 되어야 현행 목표가격이 제시하는 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물론 이 가격조차도 생산비 증가 및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 대책은 올해 수확기 쌀값을 154,000원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정상 가격과 비교할 때 17,193원의 차이가 난다. 농민들이 말하는 쌀값 안정이란 쌀값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부는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 않고 쌀값이 떨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안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미봉책으로 20만 톤을 시중에서 일시적으로 격리하였지만 그로 인해 쌀의 과잉재고 부담이 내년 이후로 넘어가면서 내년에도 쌀값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쌀값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이상과 같은 땜질식 미봉책은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쌀 자급률의 추락과 식량자급률의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한 사실과도 같다. 이번에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연말에 발표할 예정인 쌀 수급안정 대책은 아마도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 주요 대책으로 포함될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한 시기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몇 년 전과 같이 또 다시 80%대로 추락할 것이며, 전적으로 쌀에 의존하는 식량자급률은 약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더 심할 경우 70%대 쌀 자급률에 10%대 식량자급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식량주권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땜질식 처방에 급급한 농정으로는 쌀값과 식량주권의 딜레마를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 만약 나중에 쌀 및 식량 자급률이 급격히 하락하게 되면 그때는 또 쌀 생산을 늘리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쌀값 폭락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할 것이다. 지금까지 겪어 왔던 악순환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의 쌀 수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농민들. ⓒ양지웅 기자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할 것인가? 선진국 클럽이라 자랑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창피하지 않은가?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부는 아예 손 놓고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린 것과 같이 근원적인 처방만이 식량주권과 쌀값 그리고 농가소득 문제를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쌀과 식량주권의 측면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벌인 땜질식 처방으로는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그 속에 한반도 전체의 식량주권까지 포함하여 정책을 수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출처 [장경호 칼럼] 땜질식 쌀값 처방, 조삼모사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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