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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집회 엄단’ 외치더니…불법 행위 남발한 경찰

‘불법집회 엄단’ 외치더니…불법 행위 남발한 경찰
평화집회 불허·차벽설치·머리 조준 물대포 등 편·위법으로 갈등 부추겨
[민중의소리] 허수영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1-15 20:21:48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시민들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농민을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양지웅 기자


집회 시작 전부터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민중총궐기 대회를 ‘불법 폭력집회’처럼 여기고 대응해 온 경찰이 정작 자신들은 대응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편법 행위들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평화집회와 행진 신고를 불허했으며, 위헌 논란이 있는 차벽과 규정·지침을 위반한 물대포 사용으로 시민사회의 목소리 차단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경찰의 대응은 과잉 진압으로 이어졌고 60대 농민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불법 운운에 집회 불허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경찰 고위 관계자들은 물론 5개 부처 장관들이 합동브리핑까지 열며 강경대응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판결된 차벽설치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 비판을 받았다.

이외에도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주최측이 당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거나 강 청장이 “민중총궐기 참가단체 중 19개가 옛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대책본부에 포함된 단체”라며 사실과 다르거나 행사의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중총궐기 참가단체들은 14일 당일 서울시내 곳곳에서 사전집회를 가진 뒤 본 대회가 열릴 광화문 광장으로 평화행진할 계획을 밝히고 집회장소와 행진경로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시법을 근거로 이들 집회 및 시위 신고를 다수 불허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남대문을 거쳐 보신각까지 행진신고를 했으나 집시법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를 이유로 금지됐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빈민대회 행진도 금지됐다. 한국청년연대는 세종로소공원과 광화문 KT 앞 집회신고를 했으나 역시 집시법 제12조를 근거로 금지됐다.

인도로 된 광화문 KT본사 앞과 세종로 소공원에서 ‘교통불편’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경찰이 ‘민중총궐기 대회’가 신고 없이 불법집회로 진행되는 것처럼 여론을 형성한다는 지적과 경찰이 민중총궐기 측이 원하는 장소에서 집회를 할 수 없도록 집회신고제를 허가제로 운영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14일 오후 4시부터 광화문 인도를 이용해 청운동사무소 앞까지 행진하겠다는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총궐기 전날인 13일 늦은 오후에야 금지통보를 하기도 했다.


통행로 확보 없었던 ‘위헌 차벽’

경찰은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무분별한 차벽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는 “경찰청장이 서울광장을 경찰버스들로 둘러싸 시민들의 서울광장 통행을 제지한 행위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날도 차벽을 통해 광화문 광장 진입을 차단해 일반시민들의 통행까지 불편을 초래했다. 최근 법원은 시민들의 이동 통로가 마련돼 있다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날 집회에서는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은 곳이 다수 발생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참가단체들의 본격적 행진이 시작되기 3시간 전인 오후 1시 20분께 이미 광화문 광장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거나 즉시 도로를 차단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했다.

경찰은 오후 2시께 광화문 북단 경복궁 역 주변에 경찰 버스를 치기는 했지만 이곳은 통행로도 보장되어 있었고 경찰이 통행로로 시민들을 안내했다. 그러나 소라탑 옆 파이낸스 센터 쪽으로 가는 통행로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만 통행로를 확보해 놓았다.

오후 4시께에는 광화문에서 동화면세점으로 가는 통행로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사복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채증을 시작했다. 시민들이 “왜 채증하느냐”고 항의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 4시 30분에는 소라탑 옆에서 파이낸스 센터 쪽으로 가는 길을 완전 통제했다. 동아일보사 앞쪽에서 시민들이 고립됐고, 경찰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지하철로 이동하라고 했다. 그러나 지하철에서도 통행은 제한됐고, 시민들이 항의하자 경찰은 채증을 했다고 민중총궐기 측은 전했다.


머리 조준한 물대포 사용으로 치명적 위험 초래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행렬에 대해 경고방송이나 경고발사 없이 곧바로 물대포를 발사했다.

참가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시위대가 폭력행위 등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기도 전에 사전절차도 밟지 않고 물대포부터 발사했다. 특히 경찰은 물대포를 직사로 살수하거나 특정인을 조준해서 살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총궐기 참가자 중 물대포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현재까지 사경을 헤매거나 팔의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는 사례도 발생했다.

심지어 경찰은 이미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사람에게 계속 발사하는가 하면 이를 구조하기 위해 접근한 시민이나 환자를 실은 구급차 안까지 물대포를 쏴 시민들이 몸으로 막아야 했다.

중상자들 외에도 경찰의 물대포 난사로 노약자, 어린이, 여성을 포함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최루액과 물대포 직사, 난사, 살포 등으로 인한 피부 및 안손상은 너무 많아 대다수 환자 치료가 불가능했고 그 숫자는 수천 명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두 법령과 내부 운용지침 위반이다.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1842호)을 보면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는 필요한 최소한 범위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물대포에 대해서도 “타인 또는 경찰 생명·신체 위해와 재산·공공시설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부득이한 경우 최소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경찰은 무분별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살수차 운용지침도 어겼다. 이 지침에 따르면 이 직사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고,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를 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명시됐으나 경찰은 지키지 않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영선 변호사는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더라도 총궐기 당일 경찰은 경고방송과 경고발사 규정, 분사 거리에 따라 수압을 조절하도록 한 규정 등을 어겼다”며 “이는 최소침해의 원칙 위반이다. 사람의 머리를 향해 쏜 행위는 업무상 과실을 넘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의도까지 엿보인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먼저 살수차의 세부적인 운용방식은 국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법률로서 규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규정이 없고 대통령령과 경찰내부의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칙’, ‘살수차 운용지침’ 으로만 규정돼 법률 유보의 원칙 위반으로 위헌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실신한 민중총궐기 참가자가 탄 구급차에 물대포를 쏘자 시민들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김주형 기자


▲ 14일 민중총궐기 참가자들이 도로에서 경찰 차벽과 대치하던 중 한 시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러진 시민을 향해 캡사이신이 섞인 물대포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 민중총궐기가 예정된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을 경찰이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설치하고 있다. ⓒ정의철 기자



출처  ‘불법집회 엄단’ 외치더니…불법 행위 남발한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