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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부쉈다'던 경찰버스 범퍼, 범인은 따로 있었다.

'시민이 부쉈다'던 경찰버스 범퍼, 범인은 따로 있었다.
채널A, ‘범퍼 파손’ 예로 민중 총궐기 폭력성 부각
누리꾼 “견인과정서 발생…시위와 무관” 의혹 제기

[한겨레] 조승현 기자 | 등록 : 2015-11-18 15:24 | 수정 : 2015-11-18 21:39


▲ 11월 15일 ‘채널A’ 뉴스 화면 갈무리

일부 보수 언론이 ‘경찰 차량 훼손’을 주요 근거로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 대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려 드는 가운데, 한 누리꾼이 직접 촬영한 시위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종편 보도 내용에 의혹을 제기했다.

1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저녁 뉴스에 민중 총궐기 대회 소식을 전하며 경찰 버스 일부가 부서진 모습을 내보냈다. 뉴스 영상에 등장하는 경찰 버스의 옆면에는 차벽에 가로막힌 집회 참가자들이 묶은 견인용 밧줄이 주렁주렁 묶여 있었고, 심하게 깨진 앞유리에는 여러 장의 전단이 붙어 있었다. 범퍼를 비롯한 차량 앞 부분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파손된 상태였다. 기자는 “보시는 것처럼 경찰 버스가 크게 망가졌습니다. 다른 버스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라며 집회의 폭력성을 강조했다.

▲ 한 트위터 사용자(@loveaselin)가 ‘민중 총궐기 대회’가 열렸던 14일 밤 11시께 광화문 근처에서 촬영한 사진

▲ 경찰 견인차의 견인 시도

하지만 한 트위터 사용자(@loveaselin)는 이 보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집회가 마무리된 14일 밤 11시께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촬영했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파손된 경찰 버스가 찍힌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유리창 파손 상태나 밧줄이 묶인 모양, 전단이 붙은 위치 등을 종합하면 채널A의 보도에 등장하는 버스와 동일한 차로 추정되지만, 방송 내용과 달리 범퍼를 비롯한 앞 부분은 온전한 모습이다. 이날 밤 11시면 집회는 대략 마무리 단계였다.

▲ 견인 도중 떨어져나간 범퍼

▲ 견인 도중 떨어져나간 범퍼

이 누리꾼은 첫 사진을 촬영한 지 15분가량 지나 경찰 견인차가 견인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범퍼 등 버스 앞 부분이 온전했다며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견인 장치를 연결하고 출발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경찰 버스 앞범퍼와 스페어 타이어가 뜯겨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경찰 버스 앞범퍼 쪽이 파손된 건 시위 때가 아니라 견인 과정에서라는 얘기다. 이는 시위 과정에서 범퍼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경찰 버스 앞바퀴에 리프트를 단단히 고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견인차가 출발하면서 범퍼 등이 손상됐다는 추정 역시 가능하다.

이 누리꾼은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를 파손한 것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못을 지적하려면 실제로 저지른 잘못만 지적해야 한다. 경찰이 실수로 차를 더 부숴놓고 저런 식으로 방송을 내보내나”라며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보도와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론 모두 접하지 못해 뭐라 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  시민이 부쉈다고? 경찰버스 범퍼, 누가 파손했나 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