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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맞은 구급차 탄 학생 “조준사격이 맞다”

물대포 맞은 구급차 탄 학생 “조준사격이 맞다”
“실수로 그런 것”이란 경찰 해명에 반박
“차벽과 떨어졌는데 차안으로 계속 물 들어와”

[한겨레] 박수지 기자 | 등록 : 2015-11-24 16:54 | 수정 : 2015-11-24 19:10


▲ 사진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회시위감시단 최석봉 변호사 제공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쏜 것과 관련해, 당시 팔을 다쳐 구급차로 이송됐던 대학생이 “경찰이 구급차에 조준사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야간이고 도저히 관측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수로 그럴 수 있다”고 해명했다.

24일 한양대 학생 최승건(20)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사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급차는 차벽과도 굉장히 떨어져 있었는데 정확하게 물이 (차 안으로) 계속 들어왔다”며 “문을 닫았는데도 세차장에 있는 것처럼 뒷유리에 물이 닿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차 안에 있던) 구급대원들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태우러 왔는데 뭐냐는 식으로 말해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가 오른팔이 부러지자 주변 참가자들이 응급조처를 해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6시반께 도착한 구급차에 들것에 뉘인 채 실리는데, 물대포가 구급차를 향해 발사되는 장면이 포착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다. 현재 상태에 대해 최씨는 “수술을 잘 받았고 지금은 퇴원해 깁스를 한 채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한 의대생이 경찰이 구급차에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의사단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써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고은산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대한의사협회)/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의대협(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고씨는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쐈습니다.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하여 사격한 것”이라며, “집회현장은 항상 의료의 사각지대였지만 경찰이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을 방해하고 이를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씨는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의사 단체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입니까”라며 재발방지를 위해 의사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반면 경찰은 아직까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현안보고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중인 상황에서도 경찰의 살수차 사용이 계속됐다는 질의에 대해 “야간이고 도저히 관측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수로 그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출처  [단독] 물대포 맞은 구급차 탄 학생 “조준사격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