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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수병원, ‘표적해고’도 모자라 ‘외주화’로 노조 깨기?

고려수병원, ‘표적해고’도 모자라 ‘외주화’로 노조 깨기?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03 21:20:24


고려수요양병원(수병원)이 노동조합 탈퇴를 권유하며 노조원을 ‘표적해고’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지어 다수의 노조원이 있는 부서를 ‘외주화’해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노조탄압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 고려수병원지부에 따르면 수병원은 지난 11월 말 영양부 정 모(60) 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정 씨는 수병원 금천점에서 1년여간 조리사로 일해 왔고 재계약을 5일 앞둔 11월 25일 병원으로부터 "정년이 넘었다" 등의 사유가 적힌 계약해지서를 받았다.

▲ 고려수요양병원지부 치료사들이 서울 금천점 앞에서 ‘노조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고려수병원지부

노조는 이와 관련해 “노조원 찍어내기”라고 비판했다. 수병원은 지금까지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만료만을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전례가 없었다. 또 현재 60대 이상의 직원들도 계약을 연장해 영양부에서 일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1월 초 조합원 명단이 공개된 후 병원 측 관계자가 노조원을 개인적으로 불러 민주노총 탈퇴를 권유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자 병원이 정년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면서 “이후 계약만료를 앞둔 조리사를 겨냥한 해고가 이어질 수 있어 노조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치료사 노조’로 잘 알려진 고려수병원지부는 치료사 14명과 조리사 13명 등이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자”는 목표로 올해 4월 출범했다. 하지만 이후 같은 병원 직원 70여 명이 가입한 한국노총 철도산업노조 소속 제2 노조가 생겼고, 병원 측은 인원수가 많은 제2 노조와 교섭을 진행했다. (▶관련기사 : 20대 꽃다운 재활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든 사연?)


‘노조탄압 전문’ 수병원, 외주화로 노조 깨기?

고려수병원 내부문서에 따르면 병원은 현재 영양부 전체를 외주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문서에는 영양부 외주화 시 실제로 절감할 수 있는 식대 비용과 외주화 과정에서 영양부 인원을 감축할 수 있는지가 명시돼 있다. 또 외주화 과정에서 실제로 접촉 가능한 업체명까지도 상세히 적혀있다. 현재 병원이 직접 고용하는 17명(영양사 4명·조리사 13명)을 외주화하면 운영비가 절감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노조는 영양부 외주화 시도가 노조 와해를 위한 전략이라고 반발했다. 영양부 조리사 13명 전원(해고자 포함)이 노조에 가입한 상황에서 영양부가 외주화되면 노조원이 집단해고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려수병원지부 노조원수가 절반으로 줄어 노조활동이 위축되고 자칫 노조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심희선 지부장은 “병원 측이 영양부 노조원을 불러 민주노총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외주화가 빨라져 해고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면서 “수병원은 민주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조를 인정해 치료사들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병원 관계자는 조리사 해고와 관련해 “계약기간만료에 따른 정당한 계약해지”라고 말했고, 영양부 외주화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수병원은 지난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노조 소식지를 배포하고 피켓 시위를 했다’ 등의 이유로 고려수병원지부 간부 3명에게 각각 3천만 원씩 총 9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노조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관련기사 : 재활치료 전문 고려수병원, 노조탄압도 전문?)


출처  [단독] 고려수병원, ‘표적해고’도 모자라 ‘외주화’로 노조 깨기?